팔도강산 한 바퀴

이야기가 문학과
예술로 피어나는,

남원

남원은 다양한 이야기가 문학과 예술로 피어나는 도시다. 대하소설 <혼불>의 궤적을 따라 구 서도역과 혼불문학관에 닿고, 춘향테마파크와 광한루원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실감나게 만날 수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는 그림과 문학이 어우러진 특별한 시간도 누릴 수 있다. 문학과 예술 향기가 배어 있는 도시,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정겨운 남원으로 떠나 본다.

글. 송지유 사진. 남윤중(studio51)

<혼불>과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지 ‘구 서도역&혼불문학관’

문학의 도시 남원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구 서도역’이다. 일제 강점기에 매안 이씨 집안을 둘러싼 가족사를 담은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이 된 곳이다.

구 서도역에 도착하니 평화로운 풍경과 오래된 역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1932년에 조성된 전라선 구 서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며, 기차가 끊긴 폐역이 되었지만 과거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해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에 선정됐다. 현재는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으로 드라마와 영화 속 배경지로 사랑받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와 구동매가 만나는 장면 등 여러 이야기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대합실에 들어서니 그 시절 기차역의 이야기가 사진으로 펼쳐지고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역사 옆으로 소설 <혼불>의 내용을 표현한 정크 아트 길도 이어져 소설 속 내용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밖으로 나서자 낡은 철길과 양쪽으로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이국적인 풍경에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문득 저 멀리서 힘차게 달려오는 기차와 그 기차를 기다리는 옛 사람들의 모습이 아스라이 흩어져 간다.

​구 서도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혼불문학관’으로 향한다. ​최명희 작가의 작품과 생애를 기리는 혼불문학관이 세워진 노봉혼불문학마을은 바로 소설 <혼불>의 배경지다.

돌계단을 오르면 넓은 잔디밭과 한옥으로 지어진 문학관의 모습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안으로 들어서니 문학관 곳곳에서 작가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집필실에는 작품 일지와 만년필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펼쳐진 육필 원고에서는 17년 간 혼을 담아 작품을 써 내려간 작가의 숨결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혼불문학관
구 서도역
  •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길 32
  • 063-634-6165
  • 주차: 무료
혼불문학관
  •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 063-620-5744~46
  • 주차: 무료

사랑 이야기 ‘춘향테마파크’, 미술과 문학의 공존 ‘남원시립김병종시립미술관’

<춘향전>의 고향 남원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춘향테마파크로 발길을 옮겨본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드라마 <쾌걸춘향> 촬영 장소를 포함해 <춘향전>의 이야기를 5개 사랑의 테마로 조성한 복합문화공원이다.

처음 ‘만남의 장’을 지나 ‘맹약의 장’에서는 옥지환을 통과해 천년의 사랑을 맹세할 수 있다. ‘사랑과 이별의 장’은 영화 <춘향뎐>의 촬영지로 춘향이 생활한 부용당과 월매집, 공방 등이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시련의 장’에서는 춘향의 옥중생활과 몽룡과의 재회가 재현되고, ‘축제의 장’에서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며 축제가 펼쳐진다.

각각의 테마를 따라 공원을 둘러보면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춘향전>의 장면 장면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재현된 인물들의 표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춘향테마파크 내에 숲으로 둘러싸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남원 출신이자 독창적인 기법과 화풍으로 유명한 김병종 작가의 작품 기증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입구에 들어서니 먼저 자연을 존경하고 지킨다는 의미로, 지리산을 향해 경배하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독특하고 유려한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대적인 감각의 전경과 계단식 물의 정원에 우뚝 선 소나무와 구름이 비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이다. 갤러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통창 또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액자가 된다.

미술관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화첩기행> 등을 쓴 화가이자 문학인인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문학 관련 자료들이 비치되어,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도 만끽할 수 있다.

춘향테마파크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춘향테마파크
  • 전북 남원시 양림길 14-9
  • 063-620-6180
  • 주차: 무료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 전북 남원시 함파우길 65-14
  • 063-620-5660
  • 주차: 무료

은하수 흐르는 사랑의 정원 ‘광한루원’

마지막으로 광한루원에 들어서니 성춘향과 이몽룡이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반긴다.

광한루원은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지상에 건설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이다. 정문에는 김충현이 쓴 ‘청허부’라는 현액이 걸려 있다. 옥황상제가 사는 달나라 옥경을 ‘광한청허부’라 칭하고 지상에 작은 우주로 건설한 곳이 광한루원이라고 한다.

춘향이를 만나러 작은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제일 먼저 달나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완월정’을 지나 신선들이 사는 하늘나라 월궁인 ‘광한루’를 만난다. 그 앞에는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놓았다. 호수 가운데에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 속 삼신산을 조성하고 섬마다 작은 정자를 앉히고 대나무 등을 심어 운치를 더했다. 섬과 섬을 잇는 작은 나무다리 위에 서니,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광한루와 호수와 삼신산, 오작교가 서로 어우러진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오작교를 건너 쭉 걸으면 춘향과 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은 ‘부용당’과 ‘월매집’이 초가집으로 앉아있다. 춘향의 영정이 있는 ‘춘향사당’, 춘향이가 타던 그네까지 돌아보자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한 광한루원은 커다란 보름달 등 아름다운 조명이 빛나는 밤이면 더욱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

질곡의 시대를 건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시대와 계급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도 문학과 예술로 승화시킨 도시, 남원 여행은 그윽한 향기와 이야기에 빠져드는 즐거움이 가득한 여정이다.

광한루원
광한루원
  •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47
  • 063-620-8907
  • 주차: 승용차 2,000원(당일)
모범운전자연합회 최영배 남원지부장이 추천하는 기사식당
오거리식당

소박한 집밥을 먹고 싶다면 오거리식당이 제격이다. 조기, 갈치, 동태, 고등어 등 각종 찌개는 양념이 잘 스며들어 맛이 좋고, 소박한 반찬들 또한 집에서 먹는 밥상처럼 정겹고 푸짐하다.

  • 전북 남원시 충정로 128
  • 063-625-1262
부부식당

남원의 대표적인 음식인 추어탕을 비롯해 미꾸라지 숙회, 미꾸라지 튀김같은 흔치 않은 요리도 맛볼 수 있다. 각종 찌개 등 식사 메뉴도 정성이 느껴지는 맛을 즐길 수 있다.

  •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61
  • 063-626-3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