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안전을 지키는 도로 노면표시의 시인성
어두운 밤,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비까지 내리면 빗물에 빛이 반사되면서 차선이나 노면표시는 더욱 보이지 않게 된다. 도로교통 안전을 위해 설치되는 노면표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 운전자가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이 바로 차선이다. 차선이 보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워 도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도로 노면표시의 시인성이 중요한 이유다.
기존에는 차선을 색칠할 때 유리알을 포함한 도료를 사용했다. 도료에 포함한 유리알이 빛을 반사해 눈에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알이 마모되고 떨어져 성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에는 도로에 수막이 형성돼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최근에는 도로 노면표시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시인성을 높인 도료 개발에 총력
국토교통부는 교통 신기술 47호로 ‘상온경화*형 도료*와 원문양 돌기조성 차선도색장비에 의한 노면표지공법’을 지정했다. 기술에 사용되는 도료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와 접착력이 우수하고 살포용 유리알과의 부착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조성 과정에서 물성 변화가 없어 시공 이후에도 성능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원 모양 돌기형 기계 장비로 살포하면 기존에 밋밋했던 차선이 원형 돌기형으로 구현돼 우천 시 보다 높은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고, 비가 많이 내린 날도 수막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차량 미끄럼방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공사 시간 또한 기존 기술 대비 50% 정도로 단축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아예 새로운 포장 기법을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시인성과 내구성을 높인 ‘컬러 아스팔트 포장 공법’을 건설 신기술 제998호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버스전용차로 등에서 활용될 이번 기술은 안진하이테크㈜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버스전용차로에서의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사망사고가 9배 높아 전용차로임을 알리는 표시가 중요하지만, 기존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탈·변색 문제로 시인성이 떨어지고 내구성이 저하돼 매년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천연 유색광물인 적토 이암을 활용해 친환경 유색 굵은 골재를 만들어 아스팔트 혼합물에 섞는 방법으로 시인성을 높였다.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은 서울시 중앙버스전용차로 내 직선구간 180m 구간에 활용됐으며 기존 기술 대비 수명이 3배가량 높아 유지보수 관리 비용을 최대 45%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존 기술보다 눈의 피로 저항성이 최대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인성을 높인 노면표지의 효과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시인성이 떨어진 차선을 최근 개발된 고성능 차선으로 다시 칠한다고 밝혔다. 반사 성능이 높은 유리알을 차선 도색용 페인트에 섞어 사용하고, 잘 떨어지지 않는 방법으로 시공해 기존 차선보다 시인성과 내구성이 모두 높은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관내 차선 총 7,216.km 중 약 16%에 달하는 1,174km를 고성능 차선으로 다시 칠했으며, 이 중 교통량·강수량 등 지역 특성이 다른 6곳의 174㎞ 차선에는 고성능 차선과 함께 각기 장점이 다른 차선 신기술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현장 적용성 검증까지 마쳤다. 서울시에서 추가로 검증한 고성능 차선 공법은 우천형 유리알·비정형 돌출차선·차선 테이프 등이다.
서초동·상계동·홍은동·동교동에선 점선인 차선 끝부분에 자체 발광체인 태양광 엘이디(LED) ‘도로표지병’을 설치해 차선의 시인성을 보완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비 오는 날 야간에 차선이 물에 잠겨도 표지병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 운전자가 차선을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의도동에는 표면에 울퉁불퉁한 굴곡이 있어 차선이 빗물에 잠기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돌출차선’과 재료 특성상 반사 성능이 뛰어나고 시공 속도가 빨라 교통 통제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선 테이프’ 등이 적용된다.
구의동에는 일반 유리알보다 반사 성능이 좋은 ‘우천형 유리알’을 일정 비율 이상 차선용 페인트에 섞어서 포장하는 방법이 적용된다. 현재 고성능 차선에 사용되는 유리알보다 고가지만, 반사 성능이 좋아 비 오는 날에도 차선이 눈에 잘 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