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결빙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모인 사람들
이수범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된 ‘재난원인조사반’은 결빙 사고가 빈발하는 터널과 교량을 중심으로 기존 법과 제도, 해외 사례 등을 종합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2025년 1월까지 사고 재발과 인명피해 방지 대책 을 마련하는 중이다. 2024년 11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조사반은 2주에 1번씩 모인다. 전체 회의를 진행하고, 결빙 사고가 빈번했던 현장을 찾아가 함께 조사한다.
“재난원인조사반의 역할은 결빙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예산이 안 맞아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 예산을 더 수립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겁니다. 또 다른 예로 기상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재난원인조사반이 중간에서 유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죠.”
겨울철 도로 살얼음은 생기기 전,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조사반 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데이터와 기상 관련 센서 등을 활용해 사전에 예측 확률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재난안전조사반 반장을 맡고 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중간에서 소통과 조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씨와 노면의 온도, 도로 상태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관계 기관의 협력과 소통으로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내고 싶습니다.”
도로 살얼음이 잘 생기는 도로, 사전 파악과 주의가 관건
결빙 사고 예방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적극적인 방안으로는 블랙아이스라 불리는 도로 위 살얼음 발생을 미리 감지해 염화칼슘을 뿌린다. 소극적인 방안은 도로 살얼음이 생길 장소를 미리 운전자에게 알려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도로 살얼음이 잘 생기는 곳이 있습니다. 산허리를 끼고 도는 도로에서 남쪽에 산이 있다거나, 도로가 항상 북쪽이라 햇빛이 잘 안 드는 음지인 경우에 잘 생깁니다. 교량 위에도 살얼음이 빈번한데, 교량은 밑에 땅이 없어 바깥 온도에 예민하거든요. 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비나 눈이 내린 후 고인 물이 빨리 얼 수 있습니다. 국토부가 정하는 결빙위험구간 기준이 있는데, 이런 구간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로 위 얼음이 얼면 차를 제어하기 힘들다. 운전자가 왼쪽으로 가고 싶어도 차의 방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서질 않기 때문에 운전자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조사반은 이번 겨울 결빙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한국은 계절 특성상, 눈이 자주 내리는 나라는 아닙니다. 매년 겨울마다 결빙 사고를 주의하라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운전자들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입니다. 날씨 예측이 늘 맞을 순 없으니, 겨울철 눈이나 비가 내린 후에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로선 제도적인 부분이 보완돼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사회적 공감대
이수범 교수는 겨울철 도로 결빙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운전자가 자각하기까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동안 국내 사회적 분위기는 ‘차가 먼저 가야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발전 속도가 워낙 빨랐던 과거, 교통문화 수준은 비슷하게 발전할 시간이 모자랐다. 이제는 서서히 ‘사람이 우선이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도 증가하고, 눈에 잘 띄게 변화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도 과거 데이터를 수렴해 개선해 나가는 실정이다. 사고분석 전문가로서 그는 국내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할까.
“사고의 원인은 사람과 차량, 그다음은 도로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사람인데요. 사람이 80~90% 정도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조심하면 사고가 안 나겠지만, 로봇이 아니니 모든 것을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튀면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당황하게 되고, 하나의 요소가 연결돼 사고가 일어나니까요.”
그는 교통안전 의식이라는 자체가 특별할 게 없다고 강조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교통안전 의식인 것이다. 자신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교통문화는 시작된다. 서로 양보한다면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이 OECD에서 거의 꼴찌였다가 조금 올라왔다고 합니다. 정작 우리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거의 2만 명 가까이 가다가, 최근 들어서는 1년에 약 2천 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현저히 감소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차끼리 부딪치는 교통사고가 주를 이루지만, 한국은 차와 사람이 부딪쳐 일어나는 사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죠.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된다면 교통안전 문제는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