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돋보기

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교통 표지판

교통 표지판은 길을 안내하고 위험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문화, 지역 특색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이색 교통 표지판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출처. 호주 교통안전청(TAC), 핀란드 라플란드 관광청, 일본 국토교통성 지역도로안내 자료, 이탈리아 만토바 시청 및 쿼르토 시청(Comune di Mantova, Comune di Quarto),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교통부

순록 주의 표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지방에서는 순록 주의 표지판이 널리 설치돼 있다. 사미족이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가는 이 지역에서는 순록이 도로를 횡단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 속에 숨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순록 표지판은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핀란드 정부는 표지판 외에도 다양한 교통안전 캠페인을 통해 운전자에게 동물과의 공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핀란드

고양이 주의 표지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고양이의 안전을 위한 이색적인 교통 표지판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브린디시, 나폴리 인근 쿼르토, 만토바 등지에서는 ‘고양이 횡단 주의(Attraversamento gatti)’ 문구와 고양이 실루엣이 함께 담긴 표지판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표지판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 또는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설치한 민간 표지판으로,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공동체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양이를 단순한 야생동물이 아닌 이웃으로 인식하는 이탈리아의 공존 문화가 엿보이는 사례다.

이탈리아

야생동물 주의 표지

캐나다 로키산맥 지역을 달리다 보면 곰, 엘크, 무스 등 대형 야생동물 출몰을 알리는 다양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야생동물 보호구간(Wildlife Crossing Zone)’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구간은 특정 시간대에는 제한 속도가 낮아지며 도로 곳곳에 동물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도 마련돼 있다. 단순한 주의 표지판이 아닌 생태계 보존을 위한 설계가 도로 전반에 반영된 사례다.

캐나다

원숭이 주의 표지

일본의 나가노현이나 군마현 등 산악 지대에서는 ‘원숭이 주의’ 교통 표지판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시와 가까운 산에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들이 주택가 근처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아진 데 따른 것이다. 원숭이와 차량의 충돌 사고뿐 아니라, 사람과의 접촉 사고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관광지 주변에는 원숭이를 먹이로 유인하지 말라는 안내문과 함께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운전자와 관광객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일본

캥거루 주의 표지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도로 곳곳에서 ‘캥거루 주의’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야생 캥거루는 해질 무렵부터 도로로 뛰어드는 일이 잦은데, 차량과 충돌할 경우 운전자와 동물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설치된 경고 표지다. 실제로 캥거루 충돌 사고는 해마다 수천 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차량 손상과 보험 청구도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한 동물 표지가 아닌, 생태계 보호와 도로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표지인 셈이다.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