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차 사용법
자동차가 스스로 진화하는 시대
전동화가 빨라지면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분야를 뜨겁게 달군다.
글.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전동화가 빨라지면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분야를 뜨겁게 달군다.
글.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단언컨대 스마트폰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개인 소유 물건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결과물이다. 스마트폰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후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용성과 요구에 맞춰 진화한다. 데이터 통신을 바탕으로 하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활용해서다. 스마트폰처럼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되는
물건(IoT, 사물인터넷)은 제품이 출시된 후에도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선하면서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비슷한 원리에서 ‘무선통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자동차 분야로 접목한 것이 ‘오버 더 에어(OTA, Over The Air)’ 기능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OTA의 역사는 10년 정도로 짧다. 초기에는 내비게이션의 지도 업데이트나 일부 구동 프로그램 버그 수정 정도가 목표였다. 하지만 무선 정보통신 기술이 5세대까지 진화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자동차로 실시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주기는 짧아졌고, 영역은
방대해졌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처럼 눈에 띄는 기능 외에도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선, 서스펜션 제어 튜닝, 브레이크 감도 개선 등 승객이 직접 느끼지 못하는 영역까지 OTA 서비스에 포함된다.
OTA를 활용한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는 전기차이다. 최신형 전기차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구성이다. 배터리, 전기모터, 차체 제어처럼 물리적인 장치의 조합이 중요하다. 반면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것은 통합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배터리의 에너지 관리, 모터 출력 제어처럼 주행에
필요한 기능 외에도 음악을 듣거나 차 문을 여는 것에도 관여한다. 쉽게 말해 순수 전기차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활용 비중이 크다. 그만큼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서 개선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또한 고전압 배터리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충분한 대기 전원을 이용해서 운전자가 차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차로 전송받을 수 있다.
실제로 OTA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타보면 어제 아침까지는 없었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자고 일어나니 차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주행 모드가 추가되고, 3단계로 열렸던 선루프가 10단계로 미세 조절이 되어서 더 편리해진다. 계기판이나 중앙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최신형
인터페이스(UI)로 바뀌면서 실내 분위기가 바뀐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디스플레이에 빨간 버튼이 갑자기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OTA 기능을 갖춘 최신형 순수 전기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자동차 분야에서 OTA는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을 넘어 이동성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는 ‘모빌리티’를 완성하는 기술에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OTA는 단지 누군가의 자동차를 개선하는 수준의 기술이 아니다. 넓게는 자동차와 주변 인프라의 상호 관계를 연결하면서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시티’ 같은
‘초연결성’으로 진화 중이다. 많은 자동차 회사가 OTA 사업에 관심을 두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다. OTA를 통해 ‘통합 연결 네트워크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보안이다. 최신 자동차의 결함이 발견될 때 실행하는 ‘리콜’의 대부분은 제어 프로그램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친다.
반면 OTA가 있다면 고객들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불안감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필요한 이동도 줄일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지속 가능성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P사의 경우 몇 년 전 OTA 서비스를 한국에
전략적으로 선보인 후 약 반년에 걸쳐 10여 번의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했다. 그 사이 수정, 혹은 개선된 항목은 100여 가지에 달한다.
반면 글로벌 차원에서는 OTA에 여전히 소극적인 제조사도 상당하다. 이런 자동차 제조사들도 OTA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넓고 다양한 지역에서 OTA를 구현하고 유지 보수하기가 어렵기에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는 서버나 통신망 확보 같은 인프라 구축에는 단순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하다. 투자 규모가 큰 기술일수록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레이크 성능, 배터리 에너지 관리 같은 세부 기능을 나중에 업그레이드로 제어할 수 있는 진보한 하드웨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자동차는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 어렵다.
한편, OTA 기술을 비즈니스 플랫폼 구조로 전환해 소비자의 거부감을 사는 기업도 있다. 자동차를 산 후에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기능을 추가(활성화)할 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과거의 개념에서, 공유한다는 모빌리티적 개념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모빌리티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넘어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이제 OTA는 자동차 업계의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