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한 바퀴

문화와 자연이
조화로운 천년 고도

경주

신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천년 고도(古都)다. 또한 문화 유적과 수려한 자연 풍경이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인 도시이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온 역사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에서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 속을 느릿느릿 거닐어 보자.

글. 송지유 사진. 남윤중(studio51)

달의 정기 품은 ‘월정교’, 천년 세월을 건너다

경주로 들어서는 순간,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 듯하다. 거리 곳곳에서 기와지붕과 거대한 고분군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 이질적이면서도 친숙한 풍경을 따라 ‘월정교(月淨橋)’로 향한다.

경주 교촌한옥마을 인근, 유려하게 흐르는 남천(문천)을 가로지르며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 월정교가 우뚝 서 있다. 줄지어 도열한 붉은 기둥이 기와지붕으로 덮인 누교를 받치고 있는 월정교의 장엄한 경관이 강물 위에 비친 반영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 월성과 남쪽 지역을 잇는 통로로 왕과 왕비가 건넜던 다리다. <삼국사기>에 신라 경덕왕 19년(760년)에 건립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유실되었다가 2018년 4월 통일신라시대의 건축 특징을 살려 복원했다.

누교에 올라서자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만큼 내부도 미려한 자태가 압도적이다. 길이 66.15m, 폭 9.6m 규모의 월정교 내부는 붉은색의 장대한 교각들이 만들어 낸 긴 회랑이 이어지고, 다리 양끝엔 2층으로 된 문루(門樓)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교각 내 통행로에는 경주의 사계를 담아 놓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디지털 전시관이 설치되어 월정교의 역사와 복원 과정 관련 영상도 볼 수 있다.

천장의 뇌록(磊綠)색과 붉은 기둥이 빚어내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풍경 속에 알록달록 한복차림으로 나선 이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니 마치 천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남산과 왕경(王京)을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월정교, 그 간극이 이채로운 울림으로 맴돌아 한참을 누교에 머물러본다.

‘달의 정기를 품은 다리’라는 뜻처럼 월정교는 야경이 아름다운 명소로도 인기다. 어둠이 내려 앉은 밤, 조명과 달빛이 어우러져 물 위에 만들어내는 반영은 신비롭고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월정교 아래로 물결 따라 이른 봄향기가 졸졸졸 실려오고 있었다.

월정교
월정교
  • 경북 경주시 교동 274
  • 054-772-9289(터미널 관광안내소)
  • 주차: 공영주차장(무료)

하늘과 맞닿은 초원, 신라 화랑 수련하던 ‘화랑의 언덕’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경주 서쪽의 단석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단석산은 김유신이 수련할 때 검으로 잘랐다는 전설의 바위가 있는 곳으로, 옛 신라 화랑들이 수련하던 ‘화랑의 언덕’이 있다. 예전부터 OK목장으로 알려진 곳인데, 핑클 멤버들이 출연한 여행프로그램 ‘캠핑클럽’에 소개되며 경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경사진 산길을 따라 산 정상부에 올라서자, 사방이 탁 트인 너른 초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갑작스레 마주친 가슴이 탁 트이는 장쾌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말도 안 되는 풍경”이라던 핑클 멤버들의 감탄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랑의 언덕 최고의 명소는 ‘명상바위’로,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바위에 올라서자 구름 위에 오른 듯 아찔함과 함께,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산과 다랑이논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학동마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겹겹이 겹쳐진 능선에 눈길을 두었다가 다시 내려다 본 마을은 더없이 안온하고 고즈넉해 보인다. 

화랑의 언덕 곳곳에는 대형 의자, 벚나무 아래 피아노, 나무에 매달린 그네, 어린왕자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추억 남기기에도 좋다. 김유신과 낭도*들이 만들었다는 연못 수의지(守義池)나 양떼목장, 파크골프장 등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비록 이제는 핑클처럼 캠핑이나 텐트 설치를 할 수 없지만, 화랑의 언덕은 그 자체로 풍성한 선물이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 산기슭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 발아래 풀잎들의 바삭거리는 소리… 그렇게 오감이 풀잎처럼 깨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낭도: 신라시대 화랑이 이끄는 무리

명상바위
화랑의 언덕
화랑의 언덕
  • 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산261-1
  • 054-753-7001
  • 주차: 전용 주차장(입장료 2천 원 포함)

감성 가득한 문화공간 ‘경주엑스포대공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경주엑스포대공원으로 향한다. 지난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를 치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먼저 공원 내 언덕을 오르자 아름다운 외관의 미술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주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이다.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이 기증한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미술관은 작품과 공간이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아평지 연못을 한 폭의 그림으로 끌어들여 유리창이 액자가 되는 ‘내가 풍경이 되는 창’은 자연이 예술이 되는 즐거움을 더한다.

시간의 정원

솔거미술관을 지나 마주치는 시간의 정원, 아사달 조각공원, 화랑광장 등 야외에 조성된 숲과 산책로도 천천히 자연을 음미하며 산책하기 좋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을 대표하는 경주타워에 올라본다. 동양 최고의 목탑이었던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 디자인해 지어졌다. 목탑의 높이와 같은 82m로 최고층에 자리한 전망대에서는 경주엑스포대공원과 보문관광단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솔거미술관

공원 곳곳에서 특색있는 전시도 진행되고 있는데, 세계유산 미디어 홍보관 살롱 헤리티지에서는 미디어터널 ‘빛의 유산’과 미디어 월을 통해 경주의 세계유산을 만날 수 있다. ‘찬란한 빛의 신라(타임리스 미디어 아트)-천마의 궁전’에서는 첨단 미디어 아트로 되살려낸 첨성대, 천마총 금관, 석굴암 등 찬란한 신라의 문화유산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동양 최대 규모의 화석박물관 동해안지질공원 자연사박물관도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천년 왕도, 곳곳에서 옛 신라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주에서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처럼 촉촉한 감성에 충분히 젖어들어도 좋겠다.

경주타워
천마의 궁전
경주엑스포대공원
  • 경북 경주시 경감로 614
  • 054-748-3011
  • 주차: 전용 주차장(무료)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서정태 경주지회장 추천 기사식당
두부장수마을

100% 국산콩으로 매일 만드는 두부로 다양한 두부 요리를 선보인다. 한정식처럼 코스로 나오는 두부 정식부터 두부전골, 순두부, 두부보쌈 등 건강하고 맛있는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경북 경주시 중앙로 68-7
  • 054-749-6686
우일식당

현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백반집. 돼지고기가 가득 들어 있는 돼지찌개를 비롯해 돼지두루치기와 동태찌개,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등 집밥처럼 정겨운 음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 경북 경주시 금성로247번길 28
  • 054-741-4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