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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시대, 안전한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홍보이사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대한민국은 노인 비율 20%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이제 노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연 몇 살까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

글. 정자은 사진. 남윤중(studio51)

초고령 시대의 도래,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비율은 2010년 5.6%에서 2020년 14.8%, 2023년에는 20.0%까지 증가했다. 노화와 치매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홍보이사를 만나, 고령자의 안전운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고령운전자와 치매,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 세계 의료계에서는 치매와 노인성 신경질환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조기 진단 기술의 발전과 신약 개발, 예방 전략이 주요 이슈다.

“다양한 진단,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 진단 기술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무증상 단계에서도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죠.”

이전에는 임상 증상으로 치매를 진단했다면 지금은 경도 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넘어갈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치료제도 꾸준히 개발돼 불치병으로 불리던 치매의 치료 가능성 또한 열리고 있다.

“아직 치매의 완치까지는 아니지만 신약을 통해 30~40% 정도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최근 미국 FDA에서 승인한 항체 치료제가 효과를 보여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약물이 실제로 질병 진행을 충분히 늦출 수 있을지, 또 부작용이 없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치매 예방과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정지향 홍보이사는 고무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

고령운전자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고령자 인지능력 저하를 우려해 ‘운전면허 반납’ 등의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운전면허 반납을 권고하는 것에 대해 정지향 홍보이사는 어떤 입장일까.

“나이는 같아도 건강 상태나 인지능력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 고령운전자 대책 마련을 한다는 발상은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연령 기반이 아닌 인지기능검사 기반의 면허 갱신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보조 기술이나 고령운전자를 위한 교통안전 교육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 탑재된 차량을 이용하거나, 자동 제동 시스템과 차로 유지 보조 장치 등이 포함된 차량을 고령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율적인 대책 중 하나라는 것. 정지향 홍보이사는 고령자를 위한 교통안전 교육 사례로 미국을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운전 시뮬레이터 테스트를 도입, 고령운전자를 위한 ‘스마트 드라이버 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코스는 운전자나 가족을 위한 온라인 자가 진단 서비스와 안전운전교육을 제공하고 있죠. 노화가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면, 고령운전자를 위한 대책 마련의 중요성도 알 수 있습니다. 운전이라는 활동에는 생각보다 여러 신경이 동시에 활용되고 집중도 요구하거든요. 노화는 인지능력 저하와 시력 감소, 반응 속도 둔화 등으로 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두의 관심으로 지키는 안전한 이동권

치매 환자의 운전은 ‘길 찾기, 위험 인지, 반응 속도 능력의 저하’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평소 익숙한 길이라도 방향을 잃고 헤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운전 중이라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운전 중 신호를 무시하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제동장치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해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 치매는 안전운전에 분명히 위험한 질병이지만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자가 진단이 어렵다. 정지향 홍보이사는 주변의 관심과 자가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5세 이상 운전자는 정기적인 치매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고령자의 운전 습관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족이나 주변 동료의 중요한 역할이고요. 작은 변화가 발견된다면 조기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앱을 활용한 인지기능 자가 진단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정지향 홍보이사는 말한다.

“안전한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합니다. 고령운전자의 운전은 단순히 막는 것보다는 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와 제도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