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난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 문턱에서 섬진강 줄기를 따라가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글. 차은서
사진. 남윤중, 한국관광공사
지리산 축소판, 지리산호수공원
구례의 매력은 고즈넉한 풍경 속에 숨어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재미에 있다. 구만 저수지를 새롭게 단장한 지리산호수공원은 구례의 숨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다. 푸른 초원과 가을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듯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할 수 있는 인공폭포를 지나 옆길을 따라가면 전망대까지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구례읍과 노고단, 사성암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만 있는 건 아니다. 지리산호수공원은 구만제에 조성된 농촌테마공원으로 다양한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과 수상레저 스포츠 같은 즐거움은 물론, 공원 내 위치한 연꽃단지, 산수유공원, 산책로, 구름다리에서 유유자적 가을 속을 거닐 수도 있다.
지리산호수공원 ⓒ남윤중
이색적인 경험을 기대한다면 바로 옆에 있는 지리산치즈랜드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1만여 평 드넓은 초원을 뛰노는 젖소들을 바라보며 낙농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지리산호수공원과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자라난 건강한 젖소를 만나는 보기 드문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리산치즈랜드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젖소가 건강해야 원유도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젖소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송아지 우유 먹이기, 치즈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아이들과 낙농체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밖에 지리산온천, 야생화테마랜드 등 호수공원을 둘러싼 다양한 볼거리까지 곁들이면 구례 관광코스가 완성된다.
치즈랜드 ⓒ남윤중 천은사 ⓒ한국관광공사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천은사
구례에 숨겨진 매력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천은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진 천은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고찰이다. 요즘은 주인공 고애신이 거닐었던 수홍루가 유명하지만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기 전부터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풍경을 자랑하던 곳.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히고 있다.
천은사라는 이름엔 숨은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은 사찰을 증건할 당시 샘가에 큰 구렁이가 나와 사람들이 두려워했는데 한 스님이 구렁이를 죽이자 샘이 더 이상 솟아나지 않았다는 전설이다. 이 때문에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천은사는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천은 저수지와 수홍루를 감싸며 물든 단풍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 천은사에서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즐긴 뒤에는 지리산 일주도로를 따라 성삼재에 도착하면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걸을 수도 있다. 올가을 구례에 숨겨진 보석같은 곳에서 나만의 추억을 새겨보는 건 어떨까.
알아두면 힘이 되는 여행 정보
지리산호수공원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농촌테마파크, 구만 저수지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와 오토캠핑장이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이평리 85-1 061-780-2390
지리산호수공원 ⓒ남윤중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히는 곳.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천은사라는 이름에 숨겨진 전설이 있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 노고단로 209 061-781-4800
천은사 수홍루 ⓒ한국관광공사
섬진강책사랑방
폐 숙박업소 건물에 마련된 대형 헌책방. 각 층마다 다양한 분위기와 서적을 즐길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46 061-782-3820
섬진강책사랑방 ⓒ남윤중
가을이 그린 그림, 강천산
빨갛게 물든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을 꼽는다면 순창을 꼽겠다. 순창의 가을은 명성만큼이나 고운 고추장 빛깔로 물이 든다. 특히 새빨간 단풍으로 유명한 강천산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원으로 누구나 아름다운 가을 숲을 즐길 수 있다.
강천산의 입구, 강천산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먼저 반겨준다. 도심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숲의 향을 가슴 깊숙이 담아내고 천천히 산길을 따라 오른다. 절벽에서 쏟아지는 병풍폭포와 강천사라는 이름의 작은 사찰을 지나면 가을이 수놓은 단풍이 절정을 뽐내기 시작한다. 노랗고 빨간 단풍 사이로 높고 푸른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길을 따라 오르면 강천산의 하이라이트 현수교가 등장한다. 지상 50m 높이에 위치한 현수교는 강천산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붉은 철제다리가 단풍과도 어우러지는 듯하다. 오르는 길목이 모두 아름다워 굳이 정상에 닿지 않고서도 가을을 즐기기 충분하지만, 강천산의 산세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표지판을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보길 추천한다.
강천산군립공원 ⓒ한국관광공사
시간이 빚은 맛,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강천산에서 발길을 돌려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로 향한다. 순창 내에서도 떨어져 있던 순창 고추장 장인들이 모인 체험형 민속마을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수놓은 운치있는 길을 지나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에 들어서면 모든 건물이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빌딩 숲을 벗어나 한옥만으로 이뤄진 마을을 만나니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마을엔 40여 가구가 살고 있고 가로수는 모두 토종 소나무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전통고추장을 만나고 싶다면 고추장 장인의 매장을 먼저 방문해 보자. 마당에는 발효가 한창인 장독대가 즐비해 있고, 천장에 매달린 메주는 가을 바람과 볕을 번갈아 쐬며 이리저리 몸을 맡긴다. 우리 전통이 살아 숨쉬는 장면이 날 것 그대로 펼쳐진다.
마을 주변으로는 순창장류박물관, 순창장류체험관, 순천장류연구소 등 순창고추장을 알리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순창을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린다는 이곳에서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내는 장처럼 전통을 지켜나가는 명인들의 노력을 엿보는 기회다.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한국관광공사
알아두면 힘이 되는 여행 정보
강천산
단풍은 10월에서 11월까지가 절정을 이룬다. 강천산 주차장에서 무궤도 열차를 타면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전북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9
063-650-1672
강천산 ⓒ한국관광공사
채계산 출렁다리
24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나뉜 채계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국내 최장길이의 무주탑 산악 현수교. 강천산 현수교만큼이나 유명한 명소다.
전북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산 30-5
063-650-1642
채계산 출렁다리 ⓒ남윤중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고추장 장인들이 모여 살며 순창고추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전북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265-66
063-653-0703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