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Vol.79
독자 사연 독자 사연

고마운 버스 기사님

벌써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큰 아이가 결혼했는데 내가 사는 대전이 아니라 대구에서 예식을 했다. 큰 손자 결혼식에 안 갈 수 없다고 연세가 구순도 넘기신 시아버지에 일가친척들까지 모시고 관광버스를 빌려 결혼식에 참석했다. 남편은 양복 한 벌만 잘 차려입으면 됐지만, 평소에 안 입던 한복에 화장까지 한 내가 문제였다. 거의 하루 종일 긴 한복 치마에 밟혀 여러 사람 앞에서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속으로 하면서 보냈다. 제발 오늘 하루만은 한복 치마에 밟혀 넘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교회도 안 다니면서 주님께 기도도 했다. 한복도 문제였지만 평소 하지 않던 혼주 화장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눈 화장을 어찌나 야무지게 해놨는지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서 눈을 자꾸 비벼대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결혼식은 무사히 마쳤다. 늦은 오후 대전에 도착해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까지 마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이제 얼른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씻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관광버스 기사님이 하차하라고 한 월드컵 경기장 쪽은 택시가 다니지 않는지 30여 분을 길에 서서 기다려도 빈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치렁치렁한 한복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님이 보기에도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지 기사님은 나를 쳐다보면서 내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찰나의 배려가 어찌나 고마운지 버스에서 내릴 때는 운전석 쪽으로 가서 음료수와 생수 한 병을 드리고 내렸다. 기사님은 조심해서 내리시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그 버스 기사님이 정말 고마워서 1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평소에도 운전이 서툴러서 차를 못 가지고 다니는 나는 기다리면 오는 버스가 좋고 친절하신 기사님 덕분에 요즘도 나의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 같다.

전혜향 독자님 사연(9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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