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움츠러드는 어깨를 활짝 펴고 가벼운 여행을 꿈꿔본다. 흰 설경이 펼쳐진 야외. 따뜻하고 아늑한 실내. 나름의 매력이 숨어 있는 여행지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해 보자. 추운 겨울에도 우리의 여행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글. 차은서
사진. 한국관광공사, 인제군청, 아쿠아플라넷 여수, 녹테마레, 필례온천
겨울에 더욱 빛나는, 자작나무 숲
눈보다 더 하얀 풍경이 펼쳐진다. 하얗게 벗겨지는 자작나무 줄기는 겨울이면 더욱 빛난다. 종이처럼 얇아 옛날에는 연인들이 사랑의 글귀를 전하는 편지지로 쓰이기도 했단다. 지금도 자작나무는 연인들이 찾는 장소로 낭만의 역사를 이어간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면 자작나무를 왜 ‘나무의 여왕’이라 하는지 단번에 깨닫게 된다. 눈 없이도 하얀 설경을 만들어 내는 자작나무 숲은 쉽게 마주하긴 어려운 풍경. 그 자체로 고고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마치 동화 속 요정의 숲에 들어온 듯한 신비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신비함은 겨울에 한층 더 깊이 다가온다.
만약 자작나무 숲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산행에 적합한 운동화는 필수. 따뜻한 외투와 장갑도 잊지 말자. 주차장에서 3.2km 떨어진 산 중턱에 위치해 만만하게 보다간 낭패를 볼 수도. 동절기엔 오후 2시까지 입산할 수 있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필례온천
겨울은 유난히 날씨의 표정이 다양한 계절이다. 하늘은 청아하고, 흰 눈은 조용히 세상을 장악하고, 바람은 기분에 맞춰 장단을 만들어 낸다. 깊은 산 중턱에 위치한 필례온천은 날씨의 표정이 더욱 실감 난다. 코끝이 시린 겨울, 노천탕에 목까지 몸을 푹 담그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눈 내린 산속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바다 전망 호텔이 부럽지 않다.
필례온천은 1995년 처음 온천수를 발견해 2015년 오픈한 게르마늄 중탄산 온천이다. 국내에도 이름난 온천은 많지만, 아늑하고 정감있는 노천탕으로는 필례온천이 독보적이다. 실내에 뜨거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온천수를 즐길 수도 있지만, 겨울철에는 뜨끈한 탕 안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어 즐기는 노천탕이 그만. 감기가 걱정이라고?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는 게르마늄의 효능까지 더해졌으니 일단 몸부터 녹여보시라. 우리의 겨울은 차가움과 뜨거움, 그 사이에서 평화로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테니.
알아두면 힘이 되는 여행 정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은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11월 1일~12월 15일)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하얀 눈에 안긴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2월 16일부터 1월31일까지 45일 정도다.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033-463-0044
필례 온천
1995년 처음 온천수를 발견해 2015년 오픈한 게르마늄 중탄산 온천이다. 실내 온천과 한겨울 설악산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이 있다. 시설은 동네 목욕탕보다 작을 정도로 아담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필례약수길 72 033-463-5000
미디어와 밤바다의 만남, 녹테마레
‘여수 하면 밤바다, 밤바다 하면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추위는 매섭다. 역시 이불 밖은 무서운 거였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 풍경이 우리집 천장으로 기억되는 것이 싫다면 일단 한 번 나가보자. 따듯하고 낭만적인 공간은 실내에도 충분하다.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파빌리온으로 알려진 ‘녹테마레’가 그 주인공이다. 녹테마레는 밤과 바다의 합성어로 ‘여기 당신과 내가 빛나는 밤바다 위로 아무도 몰랐던 환상의 바다, 마레가 열린다’라는 뜻을 가진 국내 최초의 미디어 아트 파빌리온 전시관이다. 해양도시 여수를 상징하는 ‘여수 밤바다’를 주제로 약 1,400평의 대규모 전시가 펼쳐진다. 특히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 여수 특색이 담긴 생동감 넘치는 테마영상 및 여덟 가지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미디어 아트뿐 아니라 아트갤러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워터루프탑 카페와 마레산 측면 만성리 바다 전망으로 감성과 힐링,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통한 특별한 즐거움을 간직할 수 있다. 겨울철, 실내에서 즐기는 여수 밤바다의 낭만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함께일 때 더 아름다운, 아쿠아플라넷
아쿠아플라넷 여수가 더욱 가치 있는 이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테마로 한 아쿠아리움이기 때문이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멸종 위기종인 국내 바다거북의 종 증식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는 곳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새끼 바다거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해양생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와 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
아쿠아리움에 사는 해양생물 수만 3만 3,000여 마리. 평소 접하지 못한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 해양 생물과 아이들은 끊임없이 교감한다. 특히 메인 수조가 있는 오션라이프에는 국내 최대 아크릴 관람 창과 360° 돔형 수조가 있어 흡사 광활한 바다 안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돌아보면 가족, 연인 단위로 방문하는 관람객이 대다수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꿈꾸는 곳에서 소중한 이들과 보내는 시간. 역시 겨울은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더욱 따뜻하다.
알아두면 힘이 되는 여행 정보
녹테마레
1층은 미디어 전시관, 2층은 프리전시관과 체험관, 3층은 루프탑 카페가 운영된다. 루프탑에 오르면 마레산을 조망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전라남도 여수시 만성로 294 061-653-7100
아쿠아플라넷 여수
아쿠아리움 관람 뿐만 아니라 특별 마술공연, 펭귄 생태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방문 전 프로그램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라남도 여수시 오동도로 61-11 1833-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