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대한민국에서도 화려하기로 소문난 청담동, 신사동, 논현동을 지나는
이 길의 이름 ‘도산’에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글. 차은서
출처. 도서 <서울길에서 만나는 인물史>(서울역사편찬원), 디지털강남문화대전
‘도산대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화려한 스포츠카, 혹은 명품 거리, 고급 자동차 전시장일 수 있겠다. 이렇듯 지금은 화려함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도산대로는 신사동에서 도산공원을 거쳐 청담동으로 이어지며 강남의 동-서 교통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도산대로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앞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도산은 안창호 선생 호에서 딴 이름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 이름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며 종교가였던 안창호 선생. 도산(島山)은 1902년 미국행 배에서 태평양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중 하와이섬을 보고 스스로 지은 호다.
때는 1963년, 도산 안창호 선생의 25기 추모식 날이었다. 안창호 선생 부인 이혜련 여사와 가족들도 고국을 방문해 추모식에 참석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게 된 역사적인 날, 이 날을 계기로 안창호 선생의 유지를 좇으려는 사람들은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1969년 이혜련 여사가 별세했다. 사람들은 안창호 선생과 이혜련 여사 유해를 합장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강남구 일대(당시 영동지구)는 개발 소식으로 한창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강남 개발 지역에 도산 안창호 선생 유해를 모신 묘소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1971년 도산 선생 기념사업회는 서울시와 함께 1만여 평에 달하는 도산공원 건립 소식을 전했다.
이듬해 11월 도산공원에서 경부고속도로 진입구에 이르는 길이 ‘도산로’로 명명됐다. 이후 정비된 도로가 왕복 10차선이 되면서 1984년 도산대로로 명칭이 변경됐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전형준
도산공원엔 안창호 선생과 이혜련 여사 유해가 함께 안치됐다. 1938년, 경성제국대학병원에서 안창호 선생이 눈을 감은지 30여 년만에 가족과 고국의 품에 돌아온 것이다.
도산공원은 끝내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이국 땅에서 쓸쓸히 숨을 거둬야 했던 안창호 선생의 애국정신과 교육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안창호 선생이 서거한 3월 10일에는 추모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기념관에는 임시정부 사료집과 도산 일기 등이 전시돼 있다.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섬처럼 꺾이지 않는 의지로 조국을 위해 힘쓴 안창호 선생. 그의 의지는 오늘날 도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계속해서 계승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전형준
‘역사를 따라간 길’ 코너는 도로명 주소에 숨겨진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따라가는 역사 산책 코너입니다. 우리 길에 담긴 역사를 떠올리며 그 의미를 되새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