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한속도는 왜 이렇게 낮을까?’,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달리면 왜 안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해본 운전자라면, 주목.
지금부터 그 해답을 과학적으로 파헤쳐 본다.
글. 편집실
감수. 박신형(서울시립대 교수)
제한속도 : 도로 구간에서 운전자에게 허용하는 최대 속도. 일반적으로 설계속도보다 10~20km/h 정도 낮게 설정합니다.
설계속도 : 최상의 상태인 도로에서 평범한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속도. 차량 주행에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설정합니다.
설계속도는 도로 지형과 환경, 기능, 경제성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설정합니다.
출처: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최상의 상태’는 ‘차량 통행량’이나 ‘날씨’ 같은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이상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도로의 상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운전자가 매번 ‘최상의 상태’인 도로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고, 폭우로 인해 도로가 미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계 모든 나라의 제한속도는 설계속도보다 10~20km/h 가량 낮게 정해집니다.
도로에서는 어떻게 활용될까?
도로를 설계할 때는 교통흐름을 고려해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활용합니다. 자동차가 곡선을 따라 이동할 때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차량이 안전하게 곡선을 돌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활용하면 차량이 곡선을 돌 때 차량 속도와 방향을 고려한 설계가 가능해 운전자가 안전하게 곡선을 돌 수 있게 합니다. 이는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고정된 원의 한 점이 움직이면서 그리는 곡선으로 물리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경로라는 의미1. 자동차 운동에너지는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2.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폭이 감소합니다. 시야가 좁을 경우 좌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원심력에 의한 사고 가능성 원심력은 곡선 반경이 작을수록, 중량이 높을수록 높아지며, 자동차 속도 제곱에 비례해서 커집니다. 도로는 이런 도로의 곡선을 모두 고려해 최적 속도로 설계됩니다.
우리나라 국토 63%는 산림 지형입니다. 대표적인 산악 국가인 스위스(최대제한속도 120km/h)보다도 높은 비율이죠. 산이 많은 지형 특성상 직선 도로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곡선이 많아지고 기울기가 높아질수록 속도를 높이기가 어렵죠.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토 절반 이상이 산림 지형이기 때문에 도로도 곡선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고, 이는 낮은 제한속도로 이어집니다.
이미 완공된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상향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위험한 일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과거 고속도로를 설계했을 당시 설계속도가 100~110km/h에 불과해 제한속도를 높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제한속도가 상향될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근래에 들어와 40년간 유지되던 고속도로 설계속도 기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5년에 개통 예정인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계획 당시 설계속도를 140km/h까지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성으로 인해 최종 설계속도가 120km/h로 결정됐으나, 제한속도 상향에 대한 전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 경찰청은 제한속도 상향 여부에 대한 국민 의견을 조사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대국민 수요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첨단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죠. 이처럼 우리나라는 제한속도 상향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빠르고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