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멋지지 않은,
보복 운전의 최후

교통안전 독자 이야기
글. 박지영(4337) 독자님

매일 같이 학원에 오가던 길이었다. 그 구간은 속도 50km/h 구간으로 제한 카메라가 있는 곳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적정 속도에 맞춰 주행 중이었다. 평소처럼 후방을 살피며 주행 운전하는데 뒤차가 양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마치 나보고 빨리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차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는 50km/h 구간이었고 나는 그 속도에 맞춰 운행 중이었다. 신경이 쓰였지만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구간을 지나쳐 내부순환로를 타기 위해 출구로 빠져 합류해야 했다. 차로가 1개뿐인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있던 차량이 갓길로 주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갓길로 나를 앞지르기 하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위협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원래 다니던 방식대로 안전하게 합류하고 한 차로씩 확인하며 차로 변경을 해 1차로에서 주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1차로는 추월차로이기 때문에 속도를 좀 붙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까 뒤따라오던 차량이 날 따라오며 3차로까지 갔다가 다시 1차로에 있던 내 앞으로 칼치기를 한 뒤 사라졌다. 나는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머리가 하얘졌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어떻게 주차장까지 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바로 다음 날, 관할 경찰서로 가서 보복 운전으로 사건접수를 했다. 혹시 몰라 저 차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진 순간 모두가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했다. 시비 상황은 전혀 없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저 법규를 지켰을 뿐인데 당해야 했던 보복 운전이다.

두 달 정도 지나고 담당 조사관분께 연락이 왔다. 가해자가 나랑 통화를 하고 싶다며 간청했다고 했다. 난 조사관님께 먼저 사건의 이유를 물었다. 조사관 분의 답변은 ‘심장이 아파서’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무 황당해서 전화 통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어서였다. 그 통화 이후 화가 나서 잠까지 설칠 지경이었다. 드디어 전화가 왔다.

왜 그랬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역시나 ‘심장이 아파서’라고 했다. 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차라리 앞에서 천천히 가는 게 보기 싫었다, 짜증이 났다고 했으면 ‘아 그래, 인정하는구나.’ 했을 텐데 가해자는 끝까지 심장이 아프다고 변명했다. 정확한 병명은 없지만 카페인을 먹으면 증상이 나타나서 나한테 그랬단다. 심장이 아파서, 심장이 빨리 뛰어서 보복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블랙박스 영상을 아무리 살펴도 심장이 아픈 사람이 굳이 저렇게 보복 운전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가해자는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선처를 구한다고 했고 3분의 사건 때문에 1시간 30분가량 전화 통화로 나에게 빌었다. 단 3분의 사건으로 가해자는 두 달간 고통받았다고 했다. 만약 합의하지 않아 처벌이라도 받게 되면 아마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가해자는 차로 남을 위협하는 행위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순간의 화로 행한 행동이 얼마나 큰 고통을 불러올지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도로 위에서 개념 있게 운전하는 운전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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