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판단과 뜨거운 가슴으로

교통사고 현장의
공정한 심판관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 안전조사운영부

안전 히어로
글. 차은서 사진. 안호성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이때 사고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다.
도로교통공단 사고조사연구원이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업무 현장을 찾아갔다.

현장에 답이 있다, 사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사고조사연구원

“난해한 교통사고 현장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사고조사연구원이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공학적인 분석기술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형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합동한 사고조사 및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것 또한 저희 업무입니다.”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정동훈 사고조사연구원의 말이다. 도로교통공단은 도로교통법 123조에 의거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부터 복잡하거나 난해한 교통사고를 의뢰받아 사고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전체 지부의 약 60명이 사고조사연구원으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최근 교통사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사고에 대한 분쟁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업무는 더욱 중요해졌다.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정확한 조사는 필수입니다. AI 분석 프로그램이나 드론 등 다양한 조사기법을 개발해서 공정한 분석이 이뤄지도록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기본이죠.”

2010년 입사한 정동훈 사고조사연구원은 13년간 사고조사 업무만을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실제 민원인을 만나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고, 현장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감각을 곤두세운다.

현장 사고율 ZERO 사고 현장에서도 철저한 안전 수칙

교통사고 현장에 나서는 정동훈 사고조사연구원. 사고 현장에는 항상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출동한다. 이번 현장 조사는 심락현 사고조사연구원과 함께다. 의뢰 내용을 확인한 두 사람은 안전 장비를 챙겨 차에 오른다.

“사고 현장이 도로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는 필수입니다. 항상 주 조사자와 부 조사자가 2인 1조로 움직이는데, 한 사람은 도로를 통제하고 한 사람은 사고 흔적을 조사합니다.”

안전모와 조끼를 챙겨 입은 사고조사연구원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전 고깔을 설치해 도로를 통제한다. ‘교통사고 조사 중’이라고 적힌 안내판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사 중 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 현장에 나왔을 때는 무섭기도 했어요.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에서 업무를 진행하니까요. 10년이 넘으니 현장에는 익숙해졌지만 도로 상황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늘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현장도 있기 마련. 최근에는 안전하고 정확한 현장 조사를 위해 AI 드론측량 조사시스템이 도입됐다.

“도로를 일부 통제하더라도 항상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현장 조사 안전을 위해 드론을 도입하였는데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에는 오차가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개발된 게 AI 드론측량 조사시스템입니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드론 사진 정확도를 개선해서 분석 오차율을 0.05% 수준으로 낮추는 기술이죠.” 덕분에 현장 사고 발생률은 0%. 정확하고 안전한 현장 조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과학으로 분석 사각지대 해소

최근 분석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경우는 바로 ‘과속’. 도로교통법상 속도제한 기준에서 20km/h 초과 시 형사처벌 대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정확한 속도 분석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현장에 파견된 사고조사연구원은 사고 흔적을 조사한 뒤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사고 순간을 그대로 구현한다.

“교통사고 조사・분석의 방법은 크게 사고 흔적분석, 영상분석, 시뮬레이션 분석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분석 분야에서 3D 입체 기술과 VR 기술을 사고분석에 접목하여 새로운 기법을 창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블랙박스 영상에서 식별되지 않는 사고는 3D 입체 영상 시뮬레이션으로 사고를 재구성해 360도 전방위 분석을 실현했다. 영상분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사라져 놓칠 수 있는 요소들까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방법이다.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사용하는 것이 가상현실(VR) 운전자 시야 분석입니다. 360도 카메라로 운전자의 시야와 차내 구조물을 촬영해서 가상현실로 운전자의 시야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인지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법은 현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를 가상현실 차내 운전자 시야 분석을 통해 보행자 인식 여부를 분석했고, 검찰청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채택되기도 했다.

직원 간 협력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한 마음을 더하다

사고조사는 언제나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사고조사연구원이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혹시라도 분석에 빠진 내용은 없을까’ 사고조사연구원은 자신의 사건이 아니어도 교통사고분석서를 공유하며 철저하게 검토한다.

“누구의 업무라고 구분 짓기보다는 더 꼼꼼하게 검토하는 방법이랄까요. 교통사고로부터 억울한 피해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임무잖아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동료와의 화합도 굉장히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냉철해야 하는 사고분석. 국민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뜨거운 사명이 업무에 더 큰 시너지를 가져다주는 셈이다.

그덕에 안전조사운영부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예민해야 하는 업무 속에서도 즐거운 분위기가 사고조사연구원들의 집중력을 높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동훈 사고조사연구원은 보행자 또한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주위를 살피고, 횡단보도에 녹색 점멸 신호가 켜지면 멈춰 서서 기다렸다가 다음 신호에 길을 건너고, 이어폰을 끼더라도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전방 시야 확보에 집중해 걸어야 합니다. ‘운전자가 알아서 피해 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접어두고, 보행자 스스로 방어 보행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통사고가 없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오늘도 도로로 나서는 사고조사연구원들. 그들이 있어 교통사고 현장의 안전 날씨는 언제나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