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OAD, CO-ROAD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이동권 보장
교통약자와 함께 걷는 도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임산부, 장애인에게 ‘이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매일 싸워야 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도로 위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는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글. 편집실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서울시청, 강북구청, 옥천군청, 함안군청, 부천시청, 용인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울진군청, 성주군청

안전한 이동을 위한 배려 임산부를 위한 맞춤형 교통서비스

자동차에 올라 안전띠를 매는 일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임산부에게는 예외다. 복부를 직접 압박하는 일반 안전띠는 자칫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임산부는 안전띠 착용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차를 타는 것은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이에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임산부 전용 안전띠를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올해 1월부터 임신 16주 이상 임산부에게 전용 안전띠를 6개월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충북 옥천군, 경남 함안군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일찍이 동일한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복부는 물론 어깨까지 안정적으로 감싸는 전용 안전띠는 몸을 보호하면서도 불편함은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임산부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택시 지원도 있다. 부천시는 2023년 ‘맘편한택시’를 도입해 임산부가 병원 방문 시 최대 13,000원의 택시비를 지원한다. 월 4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목적지도 산부인과부터 소아청소년과, 보건소까지 다양하다. 시에서는 기본 요금 초과액을 부담한다. 용인시는 2025년 3월부터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등록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전용 바우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 200대를 투입해 임신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횟수 제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어촌 어르신에게 ‘길’을 만들다 생활밀착형 이동 복지 실현

농어촌 지역에선 ‘기다림’이 이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한참을 서 있어야 하거나,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힘겹게 걸어야 하는 일은 적지 않은 사례다.

경북 울진군은 올해부터 농어촌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 7곳에 ‘행복택시’를 시범 도입했다. 필요할 때 전용 택시를 호출하면 되고, 시내버스 기본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운행은 주 3일, 하루 왕복 2회까지다. 한편, 울진군은 지난 3월부터 농어촌버스를 전면 무료화해 어르신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상교통 시대의 문을 열기도 했다.

한편, 교통약자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저상버스’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자동 경사판과 휠체어 탑승 설비가 있어도, 승하차 도중 불편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북 성주군은 설 명절이나 장날 등 교통약자의 이동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기간에 ‘승하차 도우미’를 배치해 버스 승차를 돕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교통약자의 실질적인 이동 편의성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문턱은 낮추고 이동성은 높인 장애인 위한 교통 인프라 개선

국토교통부는 2024년 말 시행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휠체어 이용자 2~3인이 탑승할 수 있는 다인승 장애인콜택시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눕는 상태의 와상 장애인도 특수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구급차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휠체어 고정설비 기준을 손질했다. 그동안 민간 구급차 이용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와상 장애인도 장애인콜택시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대중교통 인프라도 개선됐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버스정류장 연석 높이를 저상버스 출입구 높이에 맞춰 조정한 것이다. 기존에는 연석 높이 규정이 ‘15cm 이하’였지만 개정안에서는 ‘15~25cm 미만’으로 조정했다. 이로써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탑승 시 기울어지는 불편은 줄어들고 저상버스 승강판만 내리면 불편함 없이 승하차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서울시는 장애인콜택시를 법정 대수의 150% 수준까지 확대 도입했다. 그동안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민원에 따라 단축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서다. 2025년 3월 기준 평균 대기 시간은 약 32분까지 줄었다. 또한 서울시는 유휴 법인 택시의 휠체어 대응 대형 차량도 활용해 서비스 제공 규모를 늘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