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로 설명서

교통안전의 패러다임 전환
디지털 트윈, 교통안전을 다시 쓰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도로교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도로 위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교통 운영·관리, 자율주행 기술 검증, 운전면허 제도 개선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교통 혁신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편집실 감수. 박신형(서울시립대 교수)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 <지능형교통체계 기본계획 2030>, 한국교통연구원 <월간교통>,
한국도로교통공단 <2024 자율주행 상용화 대비 운전면허제도 연구>,
서울시 보도자료(2024.6.26.), 한국ITS학회 <2024년도 추계학술대회 자료>

시뮬레이션으로 자율주행 시대 준비

도로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 투입하지 않고도, 가상 공간에서 운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사전에 문제를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은 다부처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레벨 4 이상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로교통 디지털 트윈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함께 도로를 주행할 때의 교통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유사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교통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통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교통> 2024년 10월호에 따르면, 연구원은 차량, 신호등, 표지판, 가로수 등 도로교통의 실제 요소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분석하고 모델링하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수집한 방대한 자료(빅데이터)를 연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자율주행 실험 도시로 선정된 화성시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개념도
참고자료: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2.8.5.)
토막 상식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 세계의 사물이나 시스템을 컴퓨터상에 동일하게 구현한 가상의 쌍둥이 기술이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도로, 차량, 신호 시스템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교통흐름 분석, 사고 예측,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된다.

디지털 트윈 기반 교통관리 체계 구현

지금은 스마트 도시의 핵심 요소가 된 지능형 교통체계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용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에 발표한 ‘지능형 교통체계 기본계획’에서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교통관리 체계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 교통 환경에 맞춰 도로·교통·주행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기 위한 기준점과 연결망(노드·링크)을 개선한다. 둘째, 정밀도로지도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갱신 체계를 마련한다. 셋째, 일반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혼재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반의 교통예측 환경을 조성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까지 디지털 트윈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이를 운영할 교통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 기술은 다양한 도로 체계에 적용되고 있지만, 가상 공간 기반 기술이다 보니 일반 국민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2024년 6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초실감형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 도로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거나, 도심 항공 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착륙 지점과 항로를 설계하고, 실시간 교통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연계해 도심을 관제하는 시스템도 구현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서비스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실증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운전면허도 디지털 트윈으로 준비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교통안전 기반을 다지고 있다. 공단은 2024년 ‘자율주행 상용화 대비 운전면허 제도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자율주행차 도입에 앞서 도로교통법 관점에서 운전면허 제도의 변화 방향을 제시한 기초 연구 자료다. 공단은 일반 운전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과 설문조사를 통해, 자율주행 운전면허시험과 교통안전교육의 변경 방안, 자율주행차 시스템의 안전능력평가 필요성,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운전면허제도 운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운전면허제도 활용 방안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 기능시험과 도로 주행 시험을 분석하고, 이를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평가 설계해 운전면허시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 운전면허 제도의 효과적인 도입과 안전한 운영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트윈을 운전면허시험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2022년 한국도로교통공단이 개최한 ‘자율주행 경진대회’를 통해 실증된 바 있다. 공단은 국내 최초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한 경진대회를 열고,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환경 운전면허시험 시뮬레이션’과 ‘기능시험장 실도로 자율주행’ 두 개 분야의 평가를 진행했다. 참가팀들은 실제 시험 항목과 동일한 미션을 가상의 환경에서 수행하며, 자율주행차가 실도로 상황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는지를 검증했다.

한편, 공단은 자율주행차 시대에 적합한 교통안전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2024년 한국ITS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율주행 시대의 안전교육 중요성을 다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운전자 교육 시나리오와 교육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 기술은 지능형 교통체계(ITS), 자율주행, 사고 재현, 교육·훈련 등 교통안전 전반에 걸쳐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