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통의 핵심, 모빌리티 전환
자율주행과 AI 기반 모빌리티 기술은 교통 문화의 패러다임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드론택시가 실증 운항에 나서고 있는 지금, 교통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의 이동 방식을 바꾸는 ‘모빌리티 전환(Mobility Transition)’이 진행
중이다.
“모빌리티 전환의 중심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자율화(AI 기반 자율주행), 전동화(전기차·UAM 등 친환경 교통수단), 그리고 공유화(공공 교통과 차량 공유 서비스 확대, 수요응답형 교통 등)입니다. 우리의 교통관련 기술정책도 이 세가지 키워드를 모빌리티 혁신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영찬 원장은 한국 교통정책의 근간은 ‘형평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래 교통기술의 발전은 소외 없는 보편적 이동권 실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영찬 원장은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및 한국ITS학회 회장,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 위원 등 학계와 정책 현장에서 오랫동안 교통안전정책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수십 년간 현장과 정책을 넘나들며 실질적인 교통문화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우측 통행
전환’을 비롯해, 정부 교통 운영 선진화 사업으로 진행한 ‘직진 후 좌회전 방식의 신호체계 개선’, 회전교차로 확대 등 안전한 교통문화 변화 시스템 구축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 ITS 즉, 도로, 차량, 신호체계, 교통 관제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처음 도입할 당시부터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T-map, 버스 정보 시스템, 신호 시스템 등 교통과 통신이 결합된 서비스 분야의 보급에 기여할 수 있었죠.
교통학자로서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제도적 준비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전동화, 공유화 또한 미래 교통 혁신의 핵심 기술로 급속히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찬 원장은 이 기술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그에 걸맞은 제도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기술은 준비돼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있어도 면허체계나 교통법이 따라가지 않으면 상용화되기 어렵습니다. 배달 로봇, 드론 택시도 마찬가지죠. 정부나 한국도로교통공단 같은 공공기관에서 기반이 되는 제도적인 부분들을 미리 준비해야 됩니다.”
김영찬 원장은 교통 정책은 공공이 선제적으로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할 필수 과제임을 강조하며,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촉구한다.
또한 ‘데이터 기반 교통정책’도 중요한 축이다. 이미 한국교통연구원은 ‘국가교통DB센터’를 통해 국가교통수요조사 및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김포 골드라인 개통 때 모바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 혼잡을 예측하고 대비해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앞으로는 대규모 설문조사 등 전통적 방식보다 실시간 이동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기술 너머의 교통문화, 표지교차로
자율주행차, 드론택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 등 교통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교통안전의 근간은 결국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과거 연간 1만 명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연간 2,500명 수준으로 4분의 1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2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1)
이에 대해 김영찬 원장은 획기적인 교통안전 정책과 교통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해법으로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표지교차로’는 기술보다 문화에 방점을 둔 교통안전정책이다.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 정지(Stop)나 양보(Yield) 표지를 설치해 차량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운전자
스스로 멈추거나 양보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신호등만 지킬 것이 아니라, 표지판도 신호처럼 지켜야 합니다. 일본은 이면도로에 ‘토마레(정지)’ 표지를 전면 설치해 교통사고를 30% 줄였습니다. 우리도 운전자가 표지판을 신호등처럼 존중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한국도로교통공단에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추진 중인 표지교차로 운영 시범 사업에 대한 공조 체제를 제안했다. 한국형 표지교차로의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그동안 국가교통정책 연구에 선도적 역할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국가교통정책 중심에서 더 나아가 종합교통물류기술 연구 강화와 국민교통안전 향상 및 교통문화 정착 중심의 연구소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영찬 원장은 한국교통연구원이 교통기술선도 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교통빅데이터 활용과 선진교통정책 개발 등에도 힘쓸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도 자율주행 실증연구, 스마트시티 기반 교통정책, 교통안전 제도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통의 미래를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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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2,521명, 부상자 수 278,482명, 교통사고 건수 196,349건
2023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2,551명, 부상자 수 288,799명,교통사고 건수 198,296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