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후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는 사례가 종종 뉴스에 나오고 있다. 눈앞의 잘못을 덮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될까? 음주운전 사실 회피를 시도한 A씨의 사례로 알아보자.
글 · 그림. 차은서
감수. 천주현(형사전문 변호사)
“오랜만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 그치?”
“그러니까, 우리 저기서 사진찍자!”
주말을 맞아 근교로 드라이브를 나선 상구와 수지는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여름이라 길어진 해도 점차 넘어가기 시작할 즈음, 두 사람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어? 여기 칼국수집 있다! 조개구이도 파네. 우리 이거 먹을까?”
“좋지~”
주문을 마치고 얼마 뒤, 상 위에는 조개구이와 칼국수 한 상이 차려졌다. 바닷가 앞에서 먹는 식사로는 완벽했다. 흥이 오른 두 사람은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조개가 익어가면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이제 그만 가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상구는 수지를 차에 태우고 운전대를 잡았다. 새벽길은 어두웠지만 상구는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많지 않아 사고가 날 위험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끼이이익- 쾅!
상구가 도로에 있던 가로등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고 말았다.
“어떻게 해!”
수지의 짧은 비명이 이어졌다. 그 순간, 상구의 머릿속엔 지난 음주운전 이력이 스치듯 지나갔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
상구는 도로에 아무 것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다음날, 상구는 수지를 카페로 불러 지난 밤 사고에 대해 얘길 꺼냈다.
“진짜 어떡하지? 오빠 전에도 음주로 벌금냈다고 하지 않았어? 이번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미쳤지 정말... 경찰서에서 연락왔어. 이따가 조사 받으러 오래.”
이미 상구는 두 번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다. 또 다시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면 실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말? 아직도 술 냄새가 나는데 어떡해!”
“그래서 말인데...”
상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나대신 운전했다고 해줄 수 없을까?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음주 전과가 있잖아. 이번에 걸리면 정말 나 감옥 가야 될지도 몰라.”
“아니 그래도 어떻게 그래.”
“나 좀 살려줘. 너는 음주운전을 한 적도 없고, 벌금만 내면 끝날 거야. ”
결국 마음이 약해진 수지는 상구를 대신해 음주운전을 자백하기로 했다.
함께 경찰서에 간 두 사람. 약속대로 수지는 상구대신 음주운전을 한 것이 자신이라고 진술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지는 마음 한편이 계속 찜찜했다. 거짓진술은 했지만 자신까지 속이지는 못한 것이다.
“이것도 범죄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수지는 곧바로 발을 돌려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저기...진술 번복해도 될까요..?”
수지는 뒷일이 걱정됐지만 그래도 더 큰 죄를 짓기 전에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의 진실은 드러났고, 사건은 법원으로 이송됐다.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너만 살겠다고 지금!”
“미안해.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상구와 수지는 멀찌감치 떨어져 법정에 들어섰다. 머지않아 판사의 판결이 시작됐다.
“피고인 이상구는 술에 취한 상태로 약 20킬로미터 구간을 운전하였으나,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하고자 연인 관계인 최수지에게 음주운전을 한 것이 자신이라고 허위 자백할 것을 마음먹게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 최수지는 경찰서 교통조사 사무실에서 당시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벌금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피고인 이상구를 도피하게 하였습니다.”
상구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고, 수지 또한 후회가 가득한 얼굴로 판결을 기다렸다.
“따라서 피고인 이상구는 피고인의 자백, 상피고인 최준희의 진술, 위드마크공식에 따른 음주수치, 음주현장 CCTV영상 등을 고려하면 음주운전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므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 범인도피교사에 해당하며, 피고인 최수지는 범인도피에 해당합니다. 피고인 최수지의 경우 별다른 전과가 없고, 한 시간 만에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00만 원을, 피고인 이상구의 경우 음주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이 2회 있음에도 또다시 음주운전 범행을 저지른 점, 나아가 범인도피교사행위에 까지 이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월에 처합니다.”
상구는 고개를 떨구었다. 참담한 심정으로 수지를 바라보았지만 수지의 잘못도 아니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뒤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음주운전 후 음주사실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고 말한 A씨의 사건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수원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9고단749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범인도피] 주문: 피고인 김○○을 징역 10월에, 피고인 최○○을 벌금 2,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최○○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김○○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김○○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