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길을 찾다
편리한 도로 이용을
위한 AI 기술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며 눈길을 끈다.
먼저 행정안전부는 대전광역시와 함께 교통약자 이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교통약자 이동지원 배차 효율화 분석’을 완료하고 앞으로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이 빠른 시간 안에 배차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이동차량 이용을 희망하는 교통약자는 콜센터에 전화해 신청하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차량 신청부터 탑승까지 배차 시간과 직결되는 이동차량의 대기 장소는 신청자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교통약자들의 시간대별 이용현황 분석을 통해 이용자 수가 많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특정하고, 이용자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량 대기
지역을 도출했다. 또한 기존에 운영 중이던 7개소의 차고지 위치에 대한 적절성도 인공지능을 통해 검증하고 새로운 차고지 위치를 제안했다. 인공지능이 제안한 새로운 차고지에서 배차신청을 받는 경우, 신청지까지의 이동 거리는 기존보다 약 41%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운영 중인 전국 지자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023년, 도보를 주로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도보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가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건물 입구를 찾지 못하거나, 계단 등 장애물로 인해 건물 출입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전국 27개 공공기관의 임직원들과 함께 개인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하고, 출입구, 엘리베이터, 보행 장애물 등을 직접 촬영해 교통약자가 보다 안전하게 건물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도보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또한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통행권 보장을 위한 활동에 동참했다. 지난해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경찰청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기의 음성 안내 기능개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횡단보도 잔여시간 표시기와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 간의 시간을 연동해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잔여시간을 듣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음향 신호기를 개선한 것이다. 공단은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음성안내 방법 등 세부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으로 시작된 기술 개발 관심과 기술로 완성한
교통약자 서비스
도로 시설물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의 불편함에 공감한 기술도 세상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24년 경찰청은 초고령사회 변화에 맞춰 농어촌 등 교통 불편지역 고령자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수요응답형 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승하차가 가능한 호출 버스다. 경찰청은 지자체, 현대자동차와 업무협약을 맺고, 수요응답형 버스 도입을 확대해 교통
불편 지역에 이동권 지원을 높였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경찰청은 대체교통수단을 활성화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 사업 예산 확대를 추진한다. 지자체에서는 수요응답형 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시범운영 추진 등 환경을 조성하고, 현대자동차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상담 및 시범운영 차량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지팡이’를 개발해 화제다. 지난 4월, 울산 효정고등학교 창업동아리 학생 21명이 초음파 감지기를 사용해 주변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지능형 지팡이를 개발했다. 지팡이는 초음파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충돌 위험이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는 경고음을 내
위험을 알린다. 또 진동 감지기도 설치해 소음이 많거나 조용한 환경에서도 손끝 감각만으로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장애물 감지 후 반응 속도와 진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시각장애인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발명한 지능형 지팡이는 특수학교 시각장애인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교통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자유
모두가 자율주행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교통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서비스 역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동대문구·동작구·서대문구 등 3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심야 자율주행버스와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를 운영한 바 있으며,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첨단기술의 수혜는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대중교통 서비스다. 이 자율주행버스는 교통 단절 지역이나 노약자 이용이 많은 지역 등, 각 자치구 내
소외된 구역을 중심으로 운행될 예정이며, 국토교통부의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적인 여객 운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지나치게 앞서가는 기술이 오히려 사람을 소외시키는 건 아닐지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교통약자와 함께 나아가는 자율주행 기술의 방향은 분명 ‘사람’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