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한 바퀴

봄의 향긋함을
닮은 낭만 도시

춘천

맑은 하늘, 따스한 햇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씨가 이어진다.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산과 숲, 문학이 공존하는 도시 춘천. 이곳에서 천천히 머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쉼과 여행이 필요한 모두에게 춘천은 매력적인 도시다.

글. 편집실 사진. 남윤중(studio51)

마음이 먼저 쉬어가는 길 삼악산

춘천 시내를 조금 벗어난 아침, 삼악산 앞에 섰다. 높이는 655.82m로 크진 않지만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삼악산은 주봉인 용화봉과 함께 청운봉, 등선봉 등 세 개의 봉우리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아름다운 곳이다. 모처럼 따듯한 날씨가 이어져 자연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등산로를 선택해 본다.

등산로 입구부터 마주할 수 있는 등선폭포는 삼악산 등산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삼악산에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기분이랄까. 봄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산새 소리와 절벽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의 시원함이 마음까지 전해진다. 웅장한 암벽이 펼쳐진 풍경과는 상반되게, 오르는 길목은 나무데크와 평탄한 길로 잘 닦여있다. 마치 힘들어 보여도 걷다 보면 다 같은 길이라고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험난한 모습에 지레 겁먹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감상이다. 앞으로 나아가라는 듯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포근하다. 삼악산 정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마음속에 쌓인 잡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바위 사이로 피어난 봄꽃을 볼 때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 겨우내 당연했던 앙상한 나뭇가지가 어느덧 볕을 받아 이렇게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정상만을 보며 달려가던 발걸음은 절로 속도가 줄어들었다. 속도를 내려놓으니, 풍경은 훨씬 더 다정하게 주위를 감싸안았다.

만약 등산보다 조금은 편한 길이 필요하다면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의암호부터 삼악산 정상까지 3.6km를 잇는 노선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책로를 조금만 걸어가면 투명한 바닥이 짜릿하게 펼쳐지는 스카이워크를 만날 수 있다. 노약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디자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삼악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삼악산 등선폭포
삼악산 케이블카
삼악산
  • 강원 춘천시 서면 경춘로 1401-25
  • 삼악산 ‘등선폭포 주차장’ 또는 ‘호수케이블카 의암호’ 주차장
  • 등산 소요시간: 코스별 1~2시간 소요

이름 모를 초록들과의 대화 강원도립화목원

삼악산에서 내려와 북한강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강원도립화목원이 나온다. ‘화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자연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생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화목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물줄기가 샘솟는 연못과 붉고 노란색의 튤립이 봄을 실감하게 한다. 사계 식물원, 수생식물원, 화목정, 숲속 쉼터, 잔디원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넓은 공간이 채워져 있다. 맨발로 걷는 길이나 메타세쿼이아 숲은 유유자적 산책길로 안성맞춤이고, 다양한 식물원은 다채로운 얼굴의 식물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발길 닿는 대로 다 돌아보는 것이 역시나 가장 좋겠지만 하나만 선택한다면 오감체험정원을 꼽아야겠다. 오감체험정원은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식물 속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오감식물원, 관엽식물원, 난대식물원, 생태관찰원, 다육식물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원을 들어준다는 버즘나무까지. 유리 온실에 가득한 식물들 사이를 걷는 동안 모두 다른 생명들의 이름과 향기를 마주할 수 있다. 식물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색과, 온도와 생김새를 갖는다는 사실이 걸음걸음마다 전해져 흥미롭다.

강원도립화목원은 자연을 보다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목공예 체험도 인기지만, 숲 해설가의 안내에 따라 40여 분간 무료로 숲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도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립화목원 야외 풍경
산림박물관
강원도립화목원
  • 강원 춘천시 화목원길 24
  • 9:00~18:00(월요일 휴관)
  • 성인 1,000원, 중·고등학생 700원, 초등학생 500원
  • 공영주차장(무료)

오래된 말들의 따뜻한 체온 김유정 문학촌

춘천 여행의 마지막으로 김유정 문학촌을 찾았다. 동백꽃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유정의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을 지어 2002년 8월 6일에 개관한 곳이다. 그의 이름이 붙은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조용한 마을 끝에 다다른다. 그렇게 찾은 김유정 문학촌은 그의 짧은 생애만큼이나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장들은 오래도록 숨 쉬고 있었다.

낡은 타자기, 육필 원고, 흑백 사진 속의 작가. 소설가 김유정의 손때가 묻어있는 모든 것들을 둘러보다 시선이 멈춘 곳은 그가 <봄봄>을 쓰던 방이었다. 그 공간에 소설가 김유정은 없지만 그의 기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김유정의 글은 오래전 농촌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은 변했지만 지금도 그의 작품은 우리네 마음에 자연스럽게 닿아 전해진다. 서툴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말들, 사람 냄새나는 묘사. 세상은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그런 의미에서 문학작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춘천 여행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라던 소설 <봄봄> 속 표현이 퍽 이해가 되는 날이었다. 때로는 어떤 사진보다도 문장 한 줄이 강력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는 듯하다.

김유정 동상
김유정 생가
김유정 이야기집
김유정 전시관
김유정 문학촌
  •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430-14
  • 9:00~18:00(월요일 휴관)
  • 일반 2,000원
  • 공영주차장(무료)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안중극 춘천지회장 추천 기사식당
별미기사식당

춘천 시민에게 따듯한 집밥을 선사하는 별미기사식당. 뽀글장과 김치찌개로 유명한 백반 전문점이다. 달걀 프라이만 추가하면 밑반찬으로 비빔밥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강원 춘천시 공지로317번길 16
  • 033-256-6485
횡성기사식당

바쁜 기사님들도 줄 서게 만드는 마성의 식당. 제육볶음과 청국장이 함께 나오는 제육 백반이 이곳의 인기 메뉴다. 구수하고 깊은 청국장과 군더더기 없는 제육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 강원 춘천시 동내면 영서로 1768
  • 033-261-5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