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가려진 차선 밝혀주는 야광 도로
네덜란드와 호주 사례
가장 먼저 알려진 사례는 네덜란드다. 디자인 스튜디오 루스하르데(Studio Roosegaarde)와 건설사 하이만스(Heijmans)는 지난 2014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남동쪽에 있는 오스(Oss)에서 500m가량 ‘야광
차선’을 선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단백질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는 해파리에
착안해 개발한 야광 차선은 페인트에 야광 가루를 일정 비율로 섞은 뒤, 이를 도로에 발라주면 별도의 조명시설이 없어도 일정 시간 동안 빛을 내는 도로로 변신한다. 문제는 야광이 해파리처럼 빛을 스스로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에 마련되어 있는 야광 도로도
장시간 사용하지는 못하고 대략 1~2시간 정도 빛을 발하다가 점차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빛이 사라지는 나머지 시간의 안전 운행을 위해 간이 조명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또한 사용된 물질이 습기에 약해 빗물에 씻겨나가는 문제로 상용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 호주에서도 비슷한 야광 도로를 개발했다. 네덜란드 사례와 같은 야광 물질이지만 시범 운영을 통해 다양한 도로 상황에도 잘 견디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호주 기업 타맥 라인마킹(Tarmac Linemarking)이 개발한 야광 도로는 차선이나 도로 표지에 활용된다.
첫 시범 운영 지역은 호주 빅토리아주 동남부에 위치한 메퉁 로드(Metung Road) 약 700m 구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빅토리아 주정부는 자체 평가 결과, 야광 차선이 도로 안전에 미치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며 추가 적용을 중단했다. 한편, 뉴사우스웨일스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2024년
12월부터 시드니 남쪽의 불리 패스(Bulli Pass)에서 유사한 발광 도로 표식 시험 운영을 시작해, 해당 기술의 효과를 다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 설치된 야광 도로 낮(왼쪽)과 밤 ⓒTarmac Linemarking
도로부터 자동차까지 빛을 머금는
영국의 스타패스
영국에서는 도로포장 자체가 빛을 내는 ‘스타패스(Star Path)’가 등장했다. 2013년 10월 스타패스가 처음 설치된 곳은 케임브리지시 크라이스트 피시스(Christ’s Pieces) 공원 산책로 약 150제곱미터 구간이다.
영국의 신소재 전문 기업 프로테크(Pro-Teq Surfacing)가 개발한 야광 도로는 캄캄한 밤 중에도 도로를 밝게 비추는 별과 같다고 해서 ‘스타패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낮에 햇빛을 받아 흡수한 후 어두워지면 빛을 내는 원리는 앞서 소개한 야광 도로와 비슷하지만, 스타패스는 그중에서도 자외선을
흡수하여 빛을 발산하는 광 반응성 코팅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차이가 발광 시간을 기존의 10배까지 끌어올린다고 전해진다. 시공 방법도 간단하다. 스타패스를 도로에 분사한 후 약 4시간 정도 건조하면 통행할 수 있는데, 날이 어두워진 이후의 크라이스트 피시스 공원 산책로는 마치 은하수 같은 별빛 길이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겨울철 일조량이 부족하거나 눈이 쌓이면 발광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스타패스는 보행로뿐 아니라 자동차의 도장재로도 활용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어두운 밤에도 다른 운전자에게 자동차가 잘 보이고 내구성이 뛰어나 25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자연광을 활용해 스스로 빛나는 도로 개발. 나라마다 밤을 밝히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안전’과 ‘친환경 도시’를 향한 기술 혁신으로 미래 도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어두운 밤을 밝혀줄 기술의 발전이 더욱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자동차 도장재로 사용된 스타패스 ⓒPro-Teq Surfacing
산책로에 설치된 스타패스 ⓒPro-Teq Surfacing
스타패스 자료 사진 ⓒmaterialdistri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