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ITS는 진화한다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모빌리티대학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지능형 교통 체계의 발전과 함께 도로 환경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교통안전정책과 신기술 도입 등 교통안전 문화 발전에 앞장선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모빌리티대학원장을 만나 ITS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 정자은 사진. 이서연(studio51)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열리면서 지능형 교통 체계인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TS는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교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 이를 활용해 교통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교통 체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능형 교통 체계의 고도화 추진을 위한 단계적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예로 긴급차량 우선 신호 도입과 스마트 교차로, 스마트 횡단보도 등이 있다. 이철기 원장은 실시간 교통정보의 체계적인 활용이 교통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교통안전확보를 위한 신호제어시스템 도입

이철기 원장은 신호제어시스템 도입 추진단장 재임 시절, 차량 흐름 개선을 위한 실시간 신호제어시스템을 도입, 통행속도를 약 11.4% 증가시키는 성과를 냈다. 신호제어시스템은 교차로나 횡단보도, 도로구간에서 차량이나 보행자의 흐름을 안전하고 질서 있게 제어하기 위해 신호등의 색상과 시간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신호제어시스템의 도입 배경은 교통량 증가에 따른 혼잡 해소를 위해서였습니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교차로마다 충돌과 정체가 빈번했고, 사람의 수신호만으로는 정확하고 빠른 대응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교통안전확보 측면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시간 분리가 필요했고, 많은 차량이 혼재된 상황에서 흐름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하게 됐습니다.”

신호제어시스템 외에도 그는 교통안전정책과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에 관해 묻자 ‘안전속도 5030’ 제도를 꼽는다. 이철기 원장은 2016년부터 안전속도 5030 프로젝트에 학계 대표로 참여해 선진사례 연구와 검증 등으로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제도 도입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안전속도 5030 제도 보완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심 지역에 일률적으로 제한속도를 적용하면서도, 일부 안전성이 확보된 도로에 대해서는 제한속도를 상향해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속도 상향이 이뤄진 구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분석하고, 50km/h에서 60km/h으로 상향을 위한 기준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능동적인 교통사고 예방과 대응, 자율주행 순찰 서비스 개발

그는 대학교에서 교육자로 강단에 서는 동시에, 교통안전을 위한 ITS 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능동적인 교통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자율주행 순찰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순찰 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순찰 기능과 서비스 모듈, 외부 시스템과의 연계 모듈, 센터 시스템 개발 전략과 관련 제도 정립 방안 등의 핵심 요소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자율주행 교통순찰차의 서비스 플랫폼 개발, 긴급상황 대응이 가능한 자율주행 순찰 차량의 제작과 실증 지원도 추진 중입니다.”

자율주행과 일반 차량이 혼재된 도심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통합적이고 지능적인 교통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국내 ITS 기술력, 미래를 향한 도약

국내 ITS 기술의 장점인 통합성과 실시간성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전국 단위의 교통 인프라를 구축했다. 도로와 차량, 관제센터 간의 유기적인 연계 시스템을 조기에 구현함으로써 체계적인 ITS 환경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는 CCTV와 교통검지기, 하이패스 장비 등이 전국에 고르게 설치되어 있어,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능력이 우수합니다. TOPIS(서울시 교통정보센터), UTIC(도시교통정보센터)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 상황과 버스 위치, 소요 시간 등의 정보가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국 단위의 통합 인프라와 실시간 데이터 활용 능력은 국내 ITS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ITS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쟁점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개별 구축된 ITS 시스템 간의 데이터 통합과 연계 부족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교통 개선 클라우드 서비스(TMaaS)’가 주목받고 있다.

“교통 개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지역 간 경계를 넘어서는 광역 교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트윈 기술의 활용도 ITS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실의 도로·교통 상황을 가상공간에 실시간으로 구현해, 교통의 흐름을 예측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죠.”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교통안전’이다. AI 기술의 발전과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함께 교통안전에도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교통안전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적 과제 중 하나는 ‘고위험 상황의 실시간 탐지와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인프라의 구축’이다. “이제 교통사고 예방은 단순한 통계 기반의 분석이나 사후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의 위험을 즉시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의 적용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AI와 IoT 기술의 결합으로, 도로 인프라가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제어 장치를 자동 작동시키는 체계가 구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연계는 물론, 도시 전체의 교통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관리체제로도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