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자필로 써 보내온 독자 사연>
40년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당시에는 나이가 젊어 근거리와 장거리를 구분 없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3남매가 이제 자신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겠다며 운전대를 잡지 말라고 권유했다. 일종의 어버이에 대한 효도라고 생각해 어느덧 운전대를 놓은 지 수십 년이 됐다.
남편은 운동신경이 전 같지 않은지 아예 기계를 멀리하며 자녀들에게 의지했다. 대중교통수단으로 버스, 택시, 지하철, 그리고 열차가 있어 자녀들에게 크게 신세 질 일은 없었지만, 자가용을 타던 습관을 쉽게 버릴 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변이 생겼다. 운전면허증을 없애긴 어려워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는데 신호등이 바뀌고 여기저기 회전교차로도 나오니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운전을 시작한 지 불과 10여 분도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웃에 사는 맏아들에게 차를 가지고 오라고 연락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왔다.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왜 차를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자녀들이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나는 “면허가 있는데도 운전을 쉬기가 아쉽다. 너희들이 보는 가운데 운전을 하고 싶어 불렀다.”라고 말했다. 결국 가까운 도로를 찾아 운전대를 잡았는데, 수십 년 휴식기가 있어 그런지 갈팡질팡했다. 나를 본 아들과 며느리는 말했다.
“운전은 꾸준히 해야 하고 두려움을 떨쳐야 해요. 면허증이 아깝다고 무리하게 운전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요. 이제 어머니 연세가 80대를 넘기고 곧 중반이 넘으면 금세 90대가 됩니다.”
100여 미터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후들후들 떨며 운전하는 나를 걱정한 아이들의 충고였다.
나는 아직 서랍에 낮잠 자는 운전면허증을 바로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반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다.
박*옥(0913) 독자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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