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학습, 추론, 지각 등의 능력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주차 뺑소니범을 찾는 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도로 안전을 지키는 다양한 AI 기술을 살펴봅시다.
글. 이혜림(과학전문 기자)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문콕’을 당한채 방치됐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사건을 ‘물피도주’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물피도주 사건이 발생하면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이나 CCTV를 직접 확인해 가해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방대한 양의 영상을 분석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사고 발생 시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AI로 전체 CCTV 영상을 분석해 사고 발생 시점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AI가 물피도주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 전후로 해당 차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어 분석 시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해당 기술을 이미 설치된 CCTV에 접목하면 범죄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CCTV 분석으로 뺑소니 잡는 AI
ⓒ광주과학기술원
도로 표면 일부가 부서지거나 움푹 파인 구멍을 ‘도로파임(포트홀)’이라고 부릅니다. 도로파임은 겨울에 제설을 위해 뿌린 염화칼슘이나 장마철 내린 비 등으로 많이 생깁니다. 도로파임은 해마다 자동차 타이어, 유리창 등에 손상을 주는 등 사고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5월, AI를 기반으로 도로 위험 정보를 실시간 탐지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우선, 서울시가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 300대에 전용 단말기를 부착했습니다. 이 단말기는 차량이 주행할 때, 도로파임 구역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도로파임 이미지와 정밀한 좌표, 탐지 시간과 온·습도 정보 등을 서버에 전송합니다. AI와 고정밀 위성항법시스템 등을 이용한 이 프로그램은 도로파임 위치 정보를 ㎝ 단위로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말기가 수집한 도로파임 정보는 3초 이내에 서울시 관제 시스템으로 전송됩니다. 정보를 받은 담당 공무원은 신속한 유지보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습니다.
AI 도로탐지시스템
ⓒ수원시청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은 것을 ‘도로 살얼음(블랙 아이스)’이라고 합니다. 도로 살얼음은 겨울철 차량 수십 대가 연속으로 추돌하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도로 살얼음을 AI 기술로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고속도로 20km 구간마다 기상관측망을 설치해 노면 온도, 대기 습도, 대기압력 등의 10가지 기상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런 정보를 AI 기술로 분석하면 도로 살얼음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한 노면 상태를 관찰, 주의, 경계 3단계로 나눠, 한 시간 뒤 기상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합니다. 노면 상태가 경계 단계일 때는 지정 속도의 절반으로 감속해 주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기상관측망은 2025년까지 우리나라 모든 고속도로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마트데이터연구실 연구팀은 교통량에 따라 신호를 바꿔주는 AI 교통 제어 시스템 ‘도시교통 브레인(UNIQ)’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차로 통행을 최적화하면 통과 시간을 15% 단축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클라우드 기반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해 200개 이상의 교차로 통행량을 오차율 10% 미만으로 추산했습니다. 또한, 지도와 교차로 신호 체계, 800여 개의 카메라 영상 정보, 보행자 정보 등을 함께 분석해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교통 정보를 분석해, 보행자를 감지하고 신호를 유동적으로 제어합니다. 시스템을 실제 적용해 실험한 결과, 교차로 통과 시간이 10~15% 단축됐다고 합니다. AI 교통 제어 시스템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AI 기술이 우리 주변 도로를 더욱 안전하게 지키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