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어 레버는 다양한 디자인만큼이나 사용 방식이나 목적이 다르다.
글.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흔히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엔진 회전수를 적절한 속도로 변환하는 장치를 ‘변속기’라고 한다. 순수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조가 다르기에 변속기가 필요하지 않다. 전기 모터가 바퀴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면서 기어를 통해 힘과 속도를 변환할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여전히 주차나 전·후진처럼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부분을 통칭해 변속기라고 부른다. 이처럼 자동차 변속기는 시대 변화나 기술 발전에 맞춰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동시에 이런 변속기를 제어하기 위해 만든 ‘변속기 레버’도 모양과 위치, 사용 방법이 계속해서 변하는 추세다.
변속기 레버는 수동변속기가 주를 이뤘던 1980~90년대까지는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이다. 물론 수동변속기는 현재까지도 거의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막대기 모양(스틱)의 변속기 레버를 손으로 잡고, 1단에서 6단(차종에 따라 7단)까지 순차적으로 기어를 손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변속할 때 엔진 동력을 잠시 차단하기 위해 클러치 페달(왼발로 조작)을 달았던 것도 특징이다. 이런 수동변속기는 1990년대 자동변속기가 보급화되면서 생산량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주차(P)-후진(R)-중립(N)-전진(D)’ 순으로 간단하게 주행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 레버가 자리 잡았다. 현대에는 변속기 레버와 실제 변속기가 케이블로 연결되는 ‘드라이브-바이-와이어’ 기술이 개발되면서 변속기 레버 모양과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1 간편하고 효율적인 ‘수동 변속 레버’
수동 변속기 레버는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형태다. 운전자가 기어를 제대로 조작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일반적으로는 운전자가 팔을 자연스럽게 내렸을 때 손에 닿는 위치에 있다. 운전할 때마다 여러 번을 조작하는 기구인 만큼 기어 레버를 손으로 잡았을 때 감촉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디자인한다. 운전자 실력에 따라 연비를 높일 수 있으며 운전 재미에도 도움을 준다.
#2 쉽게 조작하는 ‘게이트 레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기술 특허를 받은 방식으로, 특허 기간 만료와 함께 2000년대 초부터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차에 사용되는 형태다. 기어 레버에 붙은 버튼을 누르고 P-R-N-D를 마치 계단처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는 구조다. 주차에서 주행 상태로 빠르고 쉽게 기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출시된 차는 D 상태에서 기어 레버를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수동변속도 가능하다.
#3 공간을 넓게 쓰는 ‘칼럼식 레버’
미국산 대형 세단이나 픽업트럭에서 쉽게 접하는 방식이다. 운전대 오른쪽 뒤에 자리한 변속 레버를 게이트식처럼 P-R-N-D 순으로 밑으로 내려 조작한다. 이런 디자인은 공간 활용성이 장점. 일반 자동변속기 자동차와 달리 중앙 콘솔 부분을 수납공간으로 만들 수 있으며, 트럭이나 캠핑카에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실내에서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워크 스루’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4 손가락으로 작동하는 ‘버튼형 기어’
최신형 자동차 변속기는 변속 레버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드라이브-바이-와이어’ 방식으로 발전했다. 자연스럽게 기어 레버가 사라지고 버튼으로도 기어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가볍게 누르는 것만으로 기어가 바뀌기에 편리하지만, 게이트식처럼 눈으로 보지 않고 직관적으로 조작하기는 어렵다.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단이나 SUV에서 종종 볼 수 있다.
#5 멋진 디자인의 ‘다이얼 기어 레버’
시동을 걸면 원통형 기어 레버가 위로 올라오거나 안쪽 레버 부분이 돌아 나오면서 변속할 준비로 바뀐다. 보기에 멋진 다이얼 기어는 버튼형처럼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원리다. 원통형 레버를 시계 방향으로 잡고 가볍게 돌리면 P-R-N-D 순으로 기어가 바뀌고, 시동을 끄면 주차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디자인 자체는 멋지지만 변속을 빠르게 할 때, 각 모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6 더 작고 편하게 ‘스틱형 기어 레버’
최근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이 유행처럼 쓰는 방식이다. 기어 레버가 손가락 한 개로 조작할 만큼 작으면서도, 위와 아래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다. 주차(P) 버튼을 따로 만들어 두어서 기어 레버는 R-N-D 순으로만 조작할 수 있다. 레버의 크기가 작고 전자 제어 방식이라 위치의 구조적 한계가 없다. 따라서 칼럼식처럼 운전대 뒤에 붙이거나 운전석 팔걸이 앞쪽에 둘 수 있다.
#7 변속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패들 시프트 레버’
고성능 스포츠카는 변속기를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 속도를 극적으로 높이거나 드리프트 같은 운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빠르고 직관적으로 변속하기 위해서 변속 버튼을 패들 형태로 만들어서 운전대 뒤쪽에 둔다. 보통 왼쪽 패들은 기어를 내리고, 오른쪽은 기어를 올리게 디자인한다. 중립(N) 기어 조작 버튼이 없는 경우, 좌우 패들을 동시에 당기면 중립으로 기어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