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총 사흘에 걸쳐 열린 원주 댄싱카니발은 말 그대로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첫날의 전야제와 시상식, 둘째 날의 개막식, 마지막 날 폐막식이 순차적으로 열린 이번 축제는 일찌감치 시민합창단, 시민기획단 참가자 등을 모집해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시민 중심의 페스티벌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열기를 자아냈다.
시민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다가온 9월 23일 개막식 날. 원주댄싱공연장 인근은 몰려든 인파와 차량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진행요원과 경찰들의 일사불란한 안내와 주차유도가 아니었다면 진입부터 만만치 않았겠지만, 다행히 수많은 행사 도우미의 투입으로 시작부터 원활했다.
축제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다. 유모차를 끄는 가족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한 대가족, 우르르 몰려온 친구들, 손을 꼭 잡은 연인들까지 원주시는 물론, 인근 지역 시민들까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모습이다.
시민들의 흥을 가장 먼저 돋운 것은 단연 풍성한 먹거리다. 수십 대가 늘어선 푸드트럭에서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들이 질세라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고 시민들은 각자 입맛에 맞춰 그 앞에 길게 줄을 늘어 서 있다.
어디 그뿐이랴. 한쪽에서는 2023치악산한우축제도 함께 열리고 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하는 프리마켓 존, 즉석 사진과 어부 체험,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존 등에도 아이와 어른들이 넘쳐난다.
이번 원주댄싱카니발에서는 각 기관의 참여 부스도 눈에 띄었다. 도로교통공단을 비롯해 원주소방서, 원주시 보건소 건강증진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등이 참여해 자사의 주요 활동을 소개하고 또 다양한 체험과 교육까지 진행해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교육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선사하고 있었던 것. 특히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음주운전 예방’과 ‘어린이 교통안전’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로 부스를 차려 어린이와 성인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횡단보도 안전교육과 더불어 음주운전 체험 고글을 쓰고 VR기기를 이용하는 등 실감나고 재미있는 체험으로 안전의식을 고취했다.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면서 사람들이 점점 공연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개막식을 보기 위해서다. 개막식은 드론 쇼부터 세계 각국 댄스팀의 초청공연,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 댄싱카니발 수상팀 앵콜 공연, 가수 인순이 공연까지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다.
마침내 7시 정각, 댄싱공연장 3,200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원주 댄싱카니발의 막이 올랐다. 오프닝을 장식한 것은 드론 쇼다. 수백 대의 드론이 원주 밤하늘을 수놓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드론 무리가 선보이는 쇼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밤하늘을 종횡무진하는 드론이 ‘Wonju DaNcing Carnival’, ‘W’, ‘새로운 변화 큰 행복 더 큰 원주’ 등 화려한 글자를 만들어 낼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축제 분위기는 더욱더 달아올랐다.
원주시민합창단과 원주시립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지고 원강수 원주시장이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박정하·송기헌 국회의원, 이재용 원주시의장, 각 도·시의원, 기관·단체장 등과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김진태 도지사는 원주에 대한 진한 애정과 함께 세계산림엑스포 홍보의 말을 전했고, 원강수 원주시장은 “시민 안전과 수준 높은 공연에 주안점을 뒀는데 앞으로 댄싱카니발을 더욱더 융성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힘차게 개막을 선언했다.
이제 본격적인 춤의 축제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 팀은 원주를 대표하는 치어리딩팀 ‘아라리’와 마샬아츠의 진수를 보여주는 퍼포먼스팀 ‘랩터스’의 무대다. 공중으로 솟고 나는 화려한 동작, 기예에 가까운 두 팀의 공연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어진 무대는 본선 무대에서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은 ‘루시트’와 ‘춤사랑 무용단’이다. 우리 전통 가락에 안중근 의사의 대형사진, 대형 태극기가 함께한 두 팀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해외 초청팀의 무대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꼽히며 전 세계 춤경연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한 전력을 자랑하는 카자흐스탄의 전통무용팀, 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트남 댄스팀, K-POP 아이돌 백업 댄스팀으로도 활약하는 미국팀 ‘쿨챠’가 이국적이면서 강렬한 무대를 선사한 것. 뒤를 이어 24년의 역사를 가진 ‘아하댄스시어터’ 역시 강렬한 타악기 리듬에 맞춰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춤을 선보였다. 화려한 줄넘기와 댄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주줄넘기협회 대표시범단의 공연에는 다수의 어린이가 포함돼 특히나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비보잉팀의 무대는 압권이었다. 국내 브레이킹그룹 6개팀으로 구성된 KBF 브레이킹시범단과 일본 규슈단지 신생구미팀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기교로 객석을 들썩이게 했는데 특히 젊은 관객들의 환호성이 컸다.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에 이어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시민합창단이 함께 부른 ‘내일로 가는 계단’ 그리고 인순이의 열창으로 마침내 개막식의 화려한 공연이 모두 마무리됐다.
수준 높은 공연과 진행, 질서정연한 관객들의 모습으로 최고의 ‘흥’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원주 댄싱카니발! “이렇게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축제는 처음!”이라는 어느 시민의 자랑처럼 페스티벌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 이 행사를 놓쳤다 해도 아쉬워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내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