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로드무비가 완성되다

가장 낭만적인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

세계 한 바퀴는 올 한해 동안 코로나19 이후 외국 도로 여행 정보를 전달합니다
1+2월호: 괌   3+4월호: 나트랑&달랏    5+6월호: 포르투갈    7+8월호: 사이판   9+10월호: 체코   11+12월호: 미국 서부
세계 한 바퀴
글·사진. 박은하(여행작가)
누구나 한 번쯤 자동차여행을 꿈꾼다.
도로 위를 달리며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속에 낭만이 차오르지 않는가.
이번 목적지는 세계적인 자동차 여행지로 손꼽히는 미국 서부.
미국 서부는 자동차로 여행해야 여유롭다.
한편의 로드무비가 현실이 되는 곳.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1번 국도다.
태평양 해안을 따라 샌프란시스코 북쪽부터 LA 남쪽까지 총 1,055km 길이 이어진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경이로운 풍경 앞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몬터레이, 샌 시메온을 거쳐 산타바바라에 이르는 여정을 떠났다.
미국 서부 로드트립 운전 주의 사항

미국 서부는 자동차여행의 낭만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소도시부터 광활한 국립공원까지 시시각각 다양한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주를 넘나들며 하루 평균 300~500km 이상씩 달리는 여행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미국에서 렌터카 운전은 어렵지 않다. 도로 상태도 양호하고, 운전 방향도 한국과 같다.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다. 다만 대략적인 일정과 루트는 미리 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 운전자는 여권과 국제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 국제 운전면허증은 한국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므로 미국 입국 전 유효한 국제 운전면허증을 미리 준비 할 것.

미국은 주마다 면허가 달라 교통 규칙도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주의 사항은 비슷하다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하면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는 일이 많다. 항상 속도제한 표지판을 잘 살펴야 한다. 도로 상황에 따라 제한 속도가 조금씩 다른데 보통은 55~75mile이다. 미국은 mile을 쓰기 때문에 km로 환산해야 감이 온다. 미국 고속도로의 최고 속도는 55mile(88km)~65mile(104km). 한적한 도로에서는 75mile(120km) 이상으로 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적정 속도를 준수하며 주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로 위를 달릴 때 갑자기 경찰차가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내면 갓길에 차를 세워야 한다. 경찰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운전석에서 기다린다. 절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지 말 것. 창문을 열라는 지시를 받으면 창문을 연 후 두 손은 운전대 또는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경찰의 말을 경청한다. 경찰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과속이나 신호 위반을 하지 않으면 된다.

기본적인 주의 사항을 살펴봤으니 이제 가뿐하게 출발해 볼까?

미국 서부 대표 도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 금융, 상업, 교육의 중심지다. 각종 스타트업 회사부터 미국에서 잘 나가는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 밸리와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나파 밸리 등이 샌프란시스코 명소로 손꼽힌다. 샌프란시스코는 매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랭킹에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낮은 실업률과 다채로운 여가 활동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 매력적인 관광지는 물론이고 접근성과 보행성을 고려한 기반 시설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자랑거리다.

샌프란시스코 관광명소로는 금문교, 피어 39, 유니언스퀘어, 알카트라즈섬 등이 있다. 영화나 CF에 자주 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처음 봤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금문교를 건너는 방법은 세 가지. 도보, 자전거, 자동차다. 미국 서부 렌터카 여행 중이라면 차를 타고 금문교를 건너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색다른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롬바드 거리를 추천한다. ‘S’자 형태의 구불구불한 커브로 이루어진 길인데 이곳 역시 TV나 잡지 등에 자주 등장해 낯익은 곳이다. 급경사, 급커브로 된 일방통행 길을 구불구불 따라 내려간다. 특히 여름이면 도로 양옆 화단에 수국이 활짝 피어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지만, 언덕이 많기로 유명하다. 경사가 꽤 심한 편이기 때문에 주차 시 운전석 쪽 앞바퀴가 연석에 닿도록 비스듬하게 돌려 주차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브릿지

소소한 소도시 몬터레이(Monterey)

샌프란시스코 남쪽 해변에 몬터레이가 있다. 몬터레이는 인구 약 2만 7천여 명이 사는 소도시인데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다. 사실 미국 서부 여행을 가기 전까지 몬터레이는 지명조차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도시였다.

몬터레이에는 유명한 정어리 통조림 회사가 있었는데 훗날 아쿠아리움으로 재탄생했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매년 8월에는 몬터레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전시회인 몬터레이 카 위크 (Monterey Car Week)가 열린다. 고급 자동차와 클래식 자동차 등이 한 자리에 모여 파티와 로드 투어, 빈티지 자동차 레이싱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희귀한 자동차들이 뽐내는 지상 최대 자동차 축제를 보고 싶다면 카 위크 기간에 맞춰 가 봐도 좋겠다.

시간 여유가 많았다면 소도시의 정취를 느끼며 이곳저곳 많이 둘러봤을 텐데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저녁에 몬터레이에 도착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잠시 지나쳤던 도시지만, 여운이 길게 가는 곳이다. 가끔은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보다 소도시의 정겨운 골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몬터레이

룸바드 스트리트

1번 국도 하이라이트 샌 시메온(San Simeon)

풍경 좋기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1번 국도 중에서도 빅 서(Big Sur) 구간이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샌 시메온(San Simeon)에서 카멜 하일랜드(Carmel Highlands)까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 145km 길이 이어지는데 미국에서 가장 긴 해변 드라이브 코스다.

절벽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시공간을 초월해 그림 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차창 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올드팝이 해변 드라이브에 운치를 더한다.

웅장한 협곡 사이를 잇는 빅스비 다리(Bixby Bridge)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정중앙에 있는 샌 시메온에 도착했다. 샌 시메온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저택인 허스트 성이 있다. 신문과 잡지, 라디오 방송국 등을 소유했던 언론계의 황제 허스트는 그림과 조각 등 예술품 수집광이었다. 그는 샌 시메온 산기슭에 으리으리한 산장을 짓고 허스트 성(Hearst Castl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 대호황 시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허스트 성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가는 곳마다 ‘헉’ 소리가 절로 난다. 1919년 착공 당시 모든 건축 자재들은 유럽 고대 건축물을 해체해 지었단다. 침실, 거실, 수영장, 영화관 등 실내 공간도 상상 이상이다.

평화롭고 포근한 소도시 산타바바라(Santa Barbara)

샌 시메온에서 LA로 향하는 길. 캘리포니아 남서부에 산타바바라가 있다. 산타바바라는 18세기 말 스페인계 이주자들이 개척한 도시다. 산타이네즈 산맥이 도시를 감싸 안고, 도시 남쪽은 태평양과 접해 있다.

산타바바라의 첫인상은 마치 유럽 소도시에 있는 휴양지를 방불케 한다. 붉은 지붕과 야자수 때문일까 우리가 알던 미국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산타바바라 사람들은 사계절 내내 웅장한 산과 바다를 마주 보며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온화한 날씨 탓인지 몰라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마저도 한결같이 여유롭다.

산타바바라는 아름다운 풍경 외에도 맛집과 와인 테이스팅 룸이 많아 미식 여행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는 펑크 존에는 예술가의 작업실, 와인 시음장, 서핑보드 제작실 등이 있어 구경삼아 걷기에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타바바라에 하루 정도 머물며 천천히 골목 여행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관광 명소만 찾아 인증사진만 남기고 가는 여행은 이제 그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보낼 것. 이것이 바로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다.

산타바바라

샌 시메온

코로나19 이후, 미국 입국 정보
미국 입국 정보

미국에 방문하기 위해는 비자 또는 전자 여행 허가(ESTA: Electronic System of Travel Authorization)를 받아야 한다. 미국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대응 관련 조치는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 관련 아무 제약 없이 입출국이 가능하다.

미국 여행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