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이 속담을 자신의 입맛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작년 10월, 연휴를 맞이하여 전주를 찾아갔다.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도 한옥마을 특유의 여유와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1박 2일의 전주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전주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더 머물고 싶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멈춰 있을 생각을 하니 빨리 길을 나서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을 때, 고속도로는 어느새 정체를 빚고 있었다. ‘사고라도 난 것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예상대로 구급차가 사이렌 소리를 내며 고속도로 갓길로 지나갔다. 사고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요기도 하고 휴식도 취할 겸 가까운 휴게소로 들어갔다.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면서 머리를 식혔다. 그런데, 휴게소 입구로 들어온 차들이 주차하지 않고 출구 쪽으로 바로 질러가는 모습들이 제법 보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하는 운전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바쁘다고 휴게소 도로를 막힌 고속도로의 지름길로 여기게 되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휴게소 출구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몰리면서 서로 뒤엉키고 말았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다만 몇 백미터라도 앞질러 가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운전자들로 인해 이런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매년 교통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교통사고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고속도로 휴게소의 진입과 출구는 안전의 사각지대인 게 현실인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휴게소를 질러가는 위험한 운전은 삼가고, 안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신호등」에서 독자 여러분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운전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이나 알쏭달쏭한 상황이 있다면
A4용지 1장 분량(글자 크기 12pt 기준)의 원고를 보내 주세요. 사연이 선정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지급합니다.
(이름/휴대전화번호 기입 필수)
사연 보내는 곳 hongbo@koroa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