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란 시간당 움직이는 거리를 뜻합니다. 같은 시간에 얼마나 움직였는지, 반대로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인식하는 것을 ‘속도감’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의 뇌는 타인과의 거리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도로 위를 달릴 때 계기판으로 속도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차가 다른 차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교통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주변이 어둡고 변화가 적은 야간에는 자신의 차가 달리는 속도를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속하기 쉽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지닌 고차원의 능력입니다. 그러나 야간에는 주변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하고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 현상이 나타납니다. 외부 세계를 통해 자기 모습과 위치를 파악하며 고도의 문명화를 이룬 인간이 갇힌 듯한 어두운 시야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되는 거죠. 야간 운전을 할 때는 낮에 운전할 때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속도 계기판을 더 자주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터널 시야 현상: 특정한 것만을 바라보고 나머지는 바라보지 못함으로써 주변의 대부분을 놓쳐버리는 현상
자신이 드러나는 낮에는 타인을 의식하기 쉽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죄 자체를 꺼리는 양심보다 죄를 들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 더 깊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길 가다 넘어져도 다친 아픔보다 수치심을 더 크게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죄를 지어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심리는 양심보다 생존이 우선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무의식에 뿌리 깊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불안감이 있으면 늘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내면에 불안감이 큰 경우에는 양심을 따라 살아가기 어려운 거죠.
남과 비교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심리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인간만의 고유하고도 고차원의 기능이지요. 얼굴 쪽에 집중된 12쌍의 뇌신경은 인간이 시선과 표정을 통해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면에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오히려 사회적인 문제를 만들거나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을 만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있을 때만 양심에 따르는 심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 우리는 부모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을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안정감은 근본적인 신뢰로 내면에 자리 잡기 때문에 성장 후 부모가 지켜보지 않아도 안정감을 느끼며 스스로 양심을 지키며 살게 됩니다. 누군가 사랑의 눈으로 나를 지켜주고 보호한다는 느낌은 생각만 해도 편안하죠.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똑같이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켜보기를 귀찮아하거나, 혹은 아이가 잘못될까 봐 불안하고 두려운 눈으로 감시하는 부모라면 그 안에서 아이가 자유와 편안함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봐주는 시선이 아예 없거나 감시하는 시선만 있었던 아이는 성장하여 모든 시선이 나의 잘못을 감시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늘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들킬까 봐 불안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이 없을 때는 상대적으로 규칙을 어겨 마음의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자리 잡게 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시선 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보호’지만 반대로는 ‘감시’가 되기도 합니다. 보호와 감시는 다른 느낌이지만 경계가 모호합니다.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이 클수록 타인의 시선을 감시로 느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야간에 과속하는 심리는 평소 느끼는 불안감과 관계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예시와 같이, 타인의 시선이 줄어드는 야간에 규칙을 어기는 것으로 스스로를 보상하는 보상 심리죠. 인간은 어떤 감정이든 지나치게 쌓이면 해소하려는 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내면의 불안에서 해방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보호받았던 경험이 부족해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지금부터 타인의 시선이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수호천사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마음이 따듯하게 채워질 때 두려운 감정이 더 이상 공포가 아닌 나를 지키는 환한 신호등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