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법의 시각 변화

손해사정사가 직접 알려주는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도로 상담소
글. 이제형(손해사정사)
소중한 반려동물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때마다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볼 것이냐,
‘가족’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논란이 뜨겁다.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변화하는 사회 인식 속에서 실제로 법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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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길가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사고로 인한 분쟁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란 모든 동물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친숙한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와 햄스터’가 이에 해당합니다(동물보호법 제2조 제7호, 동법 시행규칙 제3조).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 민법 등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논의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본법인 민법에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는 ‘대물사고’로 취급합니다. 통상 물건에 대한 손해배상의 원칙은 수리가 가능할 때는 수리비, 수리가 불가능할 때는 훼손된 가액이나 교환가액이 손해가 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연히 손해배상에서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는 통상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그 범위 내에서 치료비 등을 보상합니다. 하지만, 소송으로 이어졌을 경우에 최근 판례는 반려동물의 가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사람과의 유대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교환가치를 산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여겨 발생한 치료비 전액과 주인 등이 겪은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추세입니다(서울동부지법 2011. 9. 21. 선고 2009나558 판결, 대전지법 2022. 9. 8. 선고 2021나150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손해액이 정해지면, 반려동물 관리상의 과실이 있는지를 살펴 이를 참작한 후 손해배상을 하는데,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는 치료비 등이 반려동물이 거래되는 가격을 초과할 경우에 그 가격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법이나 자동차보험 약관이 개정되지 않는 한 보상의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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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택시 이용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처리될까요?

일반의 택시는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하려는 사람에 대해서 승차 거부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비록 반려동물을 ‘전용 이동장’에 넣었을 때는 원칙상 승차 거부를 할 수 없지만(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별표 4]),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반려동물 전용택시인 펫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펫 택시를 이용한다고 할지라도 현행법(민법 제98조)에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는 반려동물이 거래되는 가격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송으로 이어지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생한 치료비 전액과 주인 등이 겪은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 자체의 위자료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고, 다만 이를 키우는 사람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만 인정됨).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해 많은 ‘펫 보험’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만일 ‘펫 택시 회사’ 또는 ‘반려동물 주인’ 등이 이러한 보험을 들었다면 이를 통해도 어느 정도 보험금을 받겠지만, 이는 엄연히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아닙니다.

따라서 펫 택시 이용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는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118594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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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를 당했는데 차 안에 반려동물이 탑승 중이었다면, 반려동물도 보험처리 대상이 될까요?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 중이었다면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에서는 ‘소지품’으로 취급됩니다. ‘소지품’이란 통상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현금, 유가증권 등의 ‘휴대품’을 제외한 물품으로 볼트, 너트 등으로 정착돼 있지 않고 휴대할 수 있는 물품을 말합니다(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제1조 제16호).

자동차보험 실무에서는 ‘소지품’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분실 또는 도난으로 발생한 때에는 보상하지 않지만(도덕적 위험의 문제 때문), 훼손되었을 때는 피해자 1인당 200만 원 한도에서 보상합니다(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제8조).

물론 소송으로 이어지면 이러한 제한 없이 보상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 등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 판결 금액대로 보험금이 지급됩니다(자동차보험 표준약관 제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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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하는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교통사고 시에도 보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2023년 7월 7일에 민법에 ‘제98조의 2’ 조항을 추가로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전에도 계속 이러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동조 제1항에 ‘동물은 물건이 아닌 감각이 있는 생명체이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 ‘동물에 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서 동물은 일반의 물건과는 분명히 다른 생명체라는 점을 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함으로써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권리능력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할지라도 동물 그 자체에 사람과 같이 ‘위자료’를 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생명체라는 것은 최근 판례에서 보듯이 단순히 거래되는 가격으로 그 교환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대전지법 2022. 9. 8. 선고 2021나150 판결), 현재 단순히 반려동물이 거래되는 가격의 범위 내에서만 치료비 등을 보상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실무는 개선될 여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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