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체코 자동차 여행

시간을 달리다

세계 한 바퀴는 올 한해 동안 코로나19 이후 외국 도로 여행 정보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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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 바퀴
글·사진. 박은하(여행작가)
체코에서는 누구나 시간 여행자가 된다.
타임슬립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중세 시대 유적지부터
최신유행을 이끄는 힙하고 트렌디한 장소까지.
잔잔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이내 알록달록한 풍경이 나타나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낭만과 추억의 체코 로드트립

프라하 구시가지

유럽 중부에 있는 체코 공화국은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와 닿아 있다. 체코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3/4 정도. 로드트립을 즐기기에 적당한 크기다. 정확히는 78,867km². 대한민국 전체 면적에서 전라도의 면적을 뺀 크기다.

체코에서 렌터카 운전은 어렵지 않다. 도로 상태도 양호하고, 운전 방향도 한국과 같다. 다만 체코 언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니 주요 지명 정도는 미리 숙지하고 출발하는 게 좋겠다. 운전자는 신분증과 국제운전면허증, 한국 운전면허증을 모두 소지해야 한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한국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므로 체코 입국 전 유효한 국제운전면허증을 미리 준비할 것. 참고로 체코는 자동차를 타고 주변 국가의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할 수 있는데 차량 앞 유리에 통행료 (비네트) 스티커를 미리 부착해야 한다.

유럽 여행은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 이후 처음이다. 주머니 가벼웠던 학창 시절에 다녀온 유럽 여행은 생고생 투어로 기억된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주로 밤 기차를 타고 다녔고, 식사는 마트에서 빵과 과일을 사 먹거나 배낭에서 컵라면을 꺼내먹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점을 찍는 여행이 아닌 선을 긋는 체코 로드트립이다. 주머니 사정도 그때보단 나아졌으니 밤 기차 대신 렌터카를 타고 다니며 미식도 즐겨볼 계획이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비롯해 힙스터의 성지 브르노, 중세도시 체스키 크룸로프에 다녀왔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

체코 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프라하를 떠올린다. 프라하는 체코의 수도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2005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흥행으로 잘 알려졌다. 프라하는 화약탑을 중심으로 안쪽은 구시가, 바깥쪽은 신시가로 나뉜다. 사실 프라하만 여행할 거라면 렌터카가 필요 없다. 프라하에서는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어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다니는 것이 효율적이다.

화약탑에서 카를교까지 이어지는 프라하 구시가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화약탑은 구시가와 신시가를 넘나드는 출입문이다. 중세 시대 도시를 둘러싼 성벽의 13개 탑 문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다. 18세기 프러시아 전쟁 당시 화약 저장소로 이용해 ‘화약탑’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탑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프라하 구시가지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붉은 지붕과 뾰족한 첨탑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색적이다. 화약탑을 지나 구시가지 광장에 들어서면 프라하 구시청사 벽에 있는 천문 시계탑이 눈길을 끈다. 정시마다 시계에서 작은 창이 열리면서 목각 인형이 나와 짧은 퍼포먼스를 펼친다. 1분도 채 안 될 정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600년 전에 만들어진 시계를 보기 위해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구시청사 앞에 모여든다. 천문 시계탑을 구경하고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고딕양식을 비롯해 르네상스, 로코코, 바로크 등 여러 시대의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처럼 느껴졌다. 버블 아티스트, 재즈음악가 등 21세기를 사는 예술가들이 구시가 광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바츨라프 광장을 중심으로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지금의 신시가지는 중세 시대 때 말 시장이 열렸던 곳이다. 현재는 20세기에 지은 건물이 남아있다. 국립박물관 앞으로 길이 750m, 폭 60m의 쭉 뻗은 대로가 이어지는데 광장 중앙에 보행자 도로가 있고 양옆으로 차도가 나 있는 모습이 마치 한국의 광화문 광장과 비슷하다. 광장 주변에는 쇼핑몰, 호텔, 은행,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있어 활기찬 모습이다.

프라하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프라하성 지구가 있다. 왕궁, 성당, 궁전, 가든 등을 포함해 유럽에서 가장 큰 성채 단지로 손꼽힌다. 스트라호프 수도원 남쪽 언덕에 있는 페트리진 공원은 프라하의 전경을 감상하기 좋은 전망 포인트다.

프라하에는 800여 년의 전통을 이어가는 노천시장이 있다. 1232년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프라하 인기 시장으로 손꼽히는 하벨 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일과 채소는 물론이고, 체코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탐스러운 과일이 담긴 바구니, 마디마디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 컬러풀한 맥주잔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라하 구시가 광장

프라하 하벨시장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

브르노 양배추광장

프라하에서 브르노까지 거리는 약 204km. 차량정체가 없다면 차를 타고 2시간 남짓 걸린다. 유럽에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손꼽히는 브르노 역시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브르노 여행의 시작점은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자유 광장이다. 13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광장에서 시장이 열리는데 옛날부터 양배추를 파는 노점이 많아 ‘양배추 시장’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채소 가게 외에 과일가게, 꽃가게, 빵 가게 등이 있다. 광장에 우뚝 서 있는 파르나스 분수대도 볼거리다. 완두콩 실험으로 유전자 법칙을 밝혀낸 멘델이 자주 찾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란다. 분수대 주변에는 귀여운 아이스크림 트럭이 자리를 잡았다. 양배추 광장의 명물, 젤라토를 입에 물고 달콤한 여유를 즐겨본다. 자유 광장 주변에는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개성 넘치는 바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브루노는 대학교가 많은 도시라 그런지 어딜 가도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브르노 구시가지에는 재밌는 볼거리가 많다. 브르노 구시청사 입구에는 악어처럼 생긴 조형물이 천장에 달려 있다. ‘브르노 드래곤’이라 불리는 녀석인데 상상 속에 있는 용을 만든 것이란다. 이름은 용이지만 막상 보면 귀여운 악어를 연상케 하는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시청사 탑 출입문 위에 붙어 있는 조각 장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언가가 어색하다. 끝부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여기에도 웃픈(?) 사연이 전해진다. 장식을 만든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안톤 필그람은 브르노시로부터 제때 돈을 받지 못해 화를 참지 못하고, 장식을 구부려 놓았다고 한다. 구시청사는 현재 관광안내소이자 전망대로 쓰인다. 전망대에 가려면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해서 허벅지가 쫄깃해질 지경.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예술이다.

브루노의 밤은 낮보다 활기차다. 맥주가 유명한 체코지만 브르노에서는 와인이 대세다. 실제로 브르노가 속한 모라비아지역은 체코 와인 생산량의 96%를 차지한다.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바와 식당을 탐방해 보는 것도 브르노를 즐기는 새로운 여행 방법이다.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기 줄이 긴 곳이 소위 말하는 핫플이다. 오전에는 카페, 낮에는 식당, 밤에는 분위기 좋은 바로 변신하는 곳도 있다.

브르노 구시청사 전망대 조형물

브루노 바 풍경

중세도시 체스키 크룸로프

체스키 크룸로프 성

체스키 크룸로프 마을

프라하와 함께 체코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 체스키 크룸로프는 체코 동남부에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함께해 1년 내내 관광객이 많다. 브르노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는 차로 3시간 남짓.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구석구석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체코에서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이 체스키 크룸로프에 있다. 성채는 S자 형태로 굽이쳐 흐르는 블타바강을 끼고 가파른 언덕을 방어벽 삼아 지어졌다.

예로부터 체스키 크룸로프는 소금 생산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이어진 길목에 있어 산적이 많았다. 1200년대 중반 보헤미안 귀족 비테크 가문이 산적을 소탕하며 마을을 지키는 명목으로 세금을 받아 성을 쌓았다. 비테크 가문에 후손이 끊기자 친척인 로젠베르크 가문이 성을 물려받았고 기존의 성을 르네상스식으로 증축해 16세기에 완공했다. 웅장한 성채는 성과 광장, 성당 등으로 구성된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성기는 14∼16세기다. 수공업과 상업이 번성했던 중세 시대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을에는 18세기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거의 없으니 건물 하나하나가 다 박물관인 셈이다.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면 스보르노스티 광장이 나온다. 호텔,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길을 걷다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1560년대에 처음으로 양조장이 생겼다. 1660년대 에겐베르그가 양조장을 인수했고, 오늘날까지 직접 맥주를 만들며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500ml 한 잔에 우리 돈 3,000원 남짓. 저렴한 가격으로 맛 좋은 맥주를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체코 여행이 주는 행복이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반나절 정도면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지만 하루 정도 머물며 천천히 골목 여행을 즐기기를 추천한다. 버스 시간에 쫓겨 후다닥 인증샷만 찍고 가는 여행보다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보낼 것. 이것이 렌터카 여행의 최대 장점일 테니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체코 입국 정보
체코 입국 정보

체코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대응 관련 조치를 해제했다. 백신접종은 필수가 아니며 격리도 하지 않는다. 무비자의 경우 최대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며 코로나19 관련 아무 제약 없이 입출국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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