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보운전 스티커
운전을 시작할 때 한 번쯤 초보운전자 스티커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고려해 보게 된다. 베테랑 운전자가 이끄는 차들로 가득한 도로에 나서기 전, 미숙한 운전 솜씨에 기부터 죽고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가 걱정되기 때문. ‘초보운전자 스티커’는 아직 운전에 서툰 주행자의 상태를 알리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인터넷상에선 얼마간 초보운전자 스티커가 불법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사실부터 말하자면 초보운전자 스티커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초보운전자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장난스럽거나 무례한 내용의 스티커 문구 사용이 유행처럼 번졌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운전자들의 불쾌감이 고조되며 발생한 논쟁에서 비롯된 소문일 뿐. ‘초보운전이니 알아서 피하세요’나, ‘無개념 운전자’와 같은 문구에서 미숙한 운전 솜씨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배려를 부탁하는 자세를 느끼기는 힘들다.
초보운전자 스티커 불법 소문의 근원인 도로교통법 제42조 1항에 ‘혐오감’을 주는 도색(塗色)이나 표지 등을 한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다. 불쾌감을 심어주는 초보운전자 스티커로 인해 과태료를 냈다는 소문은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 사례는 확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혐오감을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초보운전자 스티커에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점이 이유일 수 있다. 초보운전자 스티커 부착은 1995년부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8조의 3에 따라 의무사항이었으나, 1999년 관련 법이 폐지돼 현재는 자율에 맡기는 중이다.
해외의 경우 규격화한 초보운전 마크 부착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옆 나라 일본. 1972년 법안을 도입한 일본은 면허 취득 후 1년 동안 운전자에게 ‘와카바(초심자) 마크’라는 초보운전 마크를 차량의 전면과 후면의 지정된 위치에 붙이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한다.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지났더라도 본인이 느끼기에 운전 실력이 미숙하거나 무방비 상태로 도로에 나갈 것이 염려된다면, 와카바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선 규격화한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 여부나 크기, 위치까지 운전자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현 상황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 법안이 통과된다면 운전면허를 취득한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초보운전자를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 미쓰이다이렉트보험회사 (일본_와카바 마크)
도로 위에서 법보다 중요한 건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의 태도일 것. 상대 운전자의 입장에서 정중한 표현으로 배려를 부탁하는 초보운전자의 자세, 반대로 도로 위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질 초보운전자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베테랑 운전자의 마음씨. 안전사고는 경력과 연륜을 가리지 않는 법이기에 운전자 모두의 사려 깊은 태도가 필요하다.
도로교통법 제42조(유사 표지의 제한 및 운행금지)
①
누구든지 자동차 등(개인형 이동장치는 제외한다)에 교통단속용 자동차ㆍ범죄 수사용 자동차나 그 밖의 긴급자동차와 유사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도색(塗色)이나 표지 등을 하거나 그러한 도색이나 표지 등을 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 따라 제한되는 도색이나 표지 등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7조)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7조(유사 표지 및 도색 등의 범위)
법 제42조제2항에 따라 자동차등(개인형 이동장치는 제외한다)에 제한되는 도색(塗色)이나 표지 등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긴급자동차로 오인할 수 있는 색칠 또는 표지
2. 욕설을 표시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묘사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그림·기호 또는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