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동료들에게 반려해변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했다. “반려동물은 들어봤는데, 반려해변?” 모두가 처음 들어본 제도였지만 다들 관심이 가득했다. ‘반려해변’은 1986년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수단으로 미국 텍사스에서 개발한 해변 입양제도를 벤치마킹해 국내에 적합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다. 행정기관만의 힘으로 모두 책임지기 힘든 광범위한 해변 쓰레기 관리의 어려움을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보완하고, 특히 개인 또는 단체가 특정 해변을 입양하여 내 가족처럼 여기고 책임감 있게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원하는 해변을 지정해 입양이 승인되면 연 3회 환경 정화 활동, 연 1회 캠페인을 실시하면 된다. 입양 기간은 2년이며, 활동 사항이 양호할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2023년 초, 우리는 작년부터 생각해 온 반려해변 입양을 실행하기로 했다.
해양환경공단은 참여자의 활동 전반을 보조해주는 코디네이터(이하 ‘코디’)를 연결해주었다. 코디는 해변 입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우리 지역과 가까운 서해안에 있는 해변 여덟 군데를 추천받았다. 접근성(거리, 시간), 타 기관 입양 여부 등을 고려해 네 곳을 방문했는데, 같은 서해인데도 관리 정도가 천차만별이었다.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 위치인지, 해양쓰레기가 많은지 등을 중점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적합한 곳은 충남 보령시에 있는 용두해변이었다. 보령시,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아 2023년 5월 반려해변 입양증서를 받게 되었다.
입양 후 두 번의 해양 환경 정화 활동을 시행했고, 총 28명이 참여해 1차 171.92kg, 2차 219.22kg, 총 391.14kg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스티로폼, 플라스틱, 깨진 유리 조각, 폐그물, 부표, 낚시 미끼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나왔고 이 중에는 국내 제품뿐만 아니라 한자가 쓰여 있는 제품도 꽤 있었다. 코디의 설명을 들어보니 실제로 중국에서부터 떠밀려온 쓰레기도 매우 많다고 했다. 쓰레기를 줍다가 죽은 물고기도 굉장히 많이 발견됐는데 사실은 죽은 물고기가 아니라 낚시를 위한 미끼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북태평양 바다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약 16배에 이르는 쓰레기 섬이 있다. 바닷물이 정체돼 모이는 부분에 해류를 타고 온 쓰레기들이 이룬 섬으로 1997년 발견됐다.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해변 입양만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인식을 주변에 확장시킨다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려해변 제도란?
반려해변 제도는 ‘해변을 반려동물 보살피듯 소중하게 관리한다’는 의미로 1986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 우리나라는 2021년 제주를 시범으로 확대·시행 중이다. 현재 57개 해변, 73개 기관에서 반려해변을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입양 희망 기관이나 단체는 ‘바다가꾸기(caresea.or.kr) 플랫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