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습니다. 삼성역에서 출발한 택시는 잠실운동장 사거리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향해 가는 중이었습니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제가 탄 택시가 좌회전 할 차례가 되었을 때 좌회전 신호는 거의 끝나고 노란색 신호가 점멸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이번 신호에는 못 가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택시 기사님이 무리하게 사거리로 진입하시더군요. 택시를 타면 이런 상황을 자주 목격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기려던 찰나, 제가 타고 있던 좌석 바로 옆문 쪽으로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그리 묵직한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기사님은 좌회전을 마친 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저도 따라 내려서 무슨 일인지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내려서 충격이 가해진 문을 살펴보니 토마토 주스 같은 것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온 사거리를 봤는데 오토바이와 사람이 누워 있었습니다. 반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가 예측 출발을 하다가 좌회전하는 택시를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무심결에 본 토마토 주스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피였던 것입니다. 당황한 저는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다른 택시를 타고 가야 할 것 같다는 택시 기사님의 말을 듣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다음날, 경찰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사고 차량의 동료가 뺑소니를 주장한다며 증언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저는 기사가 사건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날 오토바이 운전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아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습니다. 무리한 교차로 진입과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긴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문을 통해 전해지던 충격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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