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차로 변경 사고 블랙박스 분석

나를 지키는 ‘정지거리’를 확인하세요

블랙박스 SOS
글. 황민구(법영상분석연구소장) 영상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운전 중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앞차가 예기치 못한 급감속이나 차로변경을 한다면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워진다.
교통사고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무리한 차로변경의 위험성과 정지거리에 대해 살펴본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

법 영상 분석을 위한 수십 편의 논문과 특허를 갖고 있으며, 법원 감정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의뢰인을 만나서 영상 분석을 통해 억울한 이들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사건파일
  • • 발   생   일2020년 6월 24일
  • • 발 생 위 치서울 외곽 순환도로 일산에서 판교 방향
  • • 사 고 유 형빗길 추돌사고
  • • 사 고 원 인앞차의 급차로 변경

사고 블랙박스 영상 전체 보기    →

사고분석

해당 영상을 확인한 결과, 도로는 비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입니다. 블랙박스 차량은 4차로를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차로에 주행하던 차량이 3차로를 넘어 블랙박스 주행 차로인 4차로까지 급하게 차로 변경을 합니다. 해당 차량의 주행 패턴으로 보았을 때, 우측에 있는 분기점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급차로 변경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블랙박스 차량은 4차로로 진입하는 상대 차량을 확인하고 제동을 시도하였으나, 충돌을 피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현재까지 다양한 교통사고 영상분석을 하면서 본건과 같은 유사 사고들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본 사건은 영상 속 여러 단서들을 종합해 볼 때 전형적인 정지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급감속에 의한 사고로 판단됩니다.

첫째, 도로는 비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입니다.
통상적으로 급감속 사고에서는 *정지거리 공식을 통해 사고 회피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본 사건은 이미 도로가 비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찰계수가 낮아져 정지거리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정지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를 합친 거리를 말합니다. 공주거리는 사고 발생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데까지 차량이 이동한 거리입니다. 제동거리는 브레이크를 작동 시켜 정지할 때까지 거리입니다.

둘째, 앞차의 급차로 변경과 급감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 2차로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3차로를 넘어 4차로까지 급하게 차로 변경을 합니다. 또한 차로를 변경하면서 브레이크 등이 켜진 것으로 보아 앞차가 감속을 시도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지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고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정지거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상대 차량이 4차로를 넘을 당시 블랙박스 차량과 상대 차량 간의 거리는 약 20m 정도로 매우 짧은 상태입니다. 이는 블랙박스 차량이 제동을 시도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수 없는 간격입니다. 고속도로의 특성상 블랙박스 차량이 60km/h 이상으로 주행 중이었다면, 정지거리는 최소 약 27.86m 이상 필요합니다.

위와 같이 영상에서 식별되는 것들을 종합하였을 때, 본 사고의 원인은 급차로 변경한 앞차와의 추돌을 피하기 위해 감속을 했음에도 정지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판단됩니다.
대처요령

급작스럽게 전방에 차량이 끼어들거나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한다면 사고를 피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안전한 운전 습관만이 이러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속도에 따른 정지거리를 알아봅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릅니다. 내 차로가 아니더라도 옆 차로에서 주행하고 있는 차량 간의 거리를 고려해 충분한 이격을 두고 운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속도에 따른 정지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운전자가 제동을 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면이 미끄러울 때는 정지거리를 더 많이 확보하세요.

노면이 미끄러우면 정지거리가 더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노면이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충분히 서행하면서 차량 간의 간격을 많이 확보할수록 사고 발생 확률이 낮아집니다.

급차로 변경, 급감속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사고는 급차로 변경과 감속으로 인해 뒷차가 정지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거나 급감속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로 변경 시에는 변경 지점 100m 전에 방향지시등을 켜고 안전하게 차로를 변경해야 합니다. 감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서히 속도를 줄여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은 가까이, 위험한 차량은 멀리’

사람들은 식당에 들어서면 다른 손님과 떨어진 여유 있는 빈 곳을 찾아 앉습니다. 그러면 소음도 적게 들리고 내가 하는 말도 다른 손님에게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선상 겹치지 않아 서로 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확률도 줄어듭니다. 도로도 식당과 같습니다. 차량끼리 여유 없이 너무 가깝게 붙어 운전하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 간의 여유가 없으면 인력으로 사고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은 가까이, 위험한 차량은 멀리하는 습관을 가집시다.

도전, 블랙박스 분석!
아래 영상을 시청한 뒤, 사고의 원인을 찾아보세요.
  • ① 신호위반   
  • ② 급발진 의심   
  • ③ 난폭운전   
  • ④ 과속   

* 정답은 독자 엽서에 체크해 보내주세요. 정답을 맞히신 독자 여러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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