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가 됐을 때 한두 번은 겪게 되는 실수들이 있습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하거나 심지어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도로 상황이나 신호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고 다른 차를 따라가는 일도 있습니다. 초보 운전자는 다양한 도로 상황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운전할 때 불안도가 높아지고 긴장하게 되는데요. 도로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초보 운전자의 심리상태는 안전운전 행동 습관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줍니다. 2016년 대한보조공학기술학회지에는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실렸습니다. <대학생 초보 운전자의 심리적 요인과 안전운전 행동 간의 관계>(이유나, 2016)인데요. 대학생 초보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와 안전운전 행동 검사를 진행해 심리적 요인이 안전운전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결과는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초보 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높지만, 불안 등 부정적 정서가 높은 경우 안전한 운전 행동을 몸에 익히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보 운전자가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을수록 안전운전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처음 운전할 때 불안함이나 초조함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너무 불안한 나머지 운전에 집중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안 좋은 운전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운전을 시작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운전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운전을 시작해 봅니다. 처음보다 훨씬 편안해지지 않았나요? 좋은 운전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습관이란 무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인생을 선택의 연속이라고도 하죠. 인간의 행동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부분 ‘습관화’됩니다. 뇌에 회로가 생성되고 반복될수록 깊이 몸에 새겨져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합니다.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는 습관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습관의 정체이며 이 선택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뇌에서 이러한 습관 학습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2004년 UCLA 대학의 헨리 인과 바바라 놀튼은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화되는 습관 학습의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습관 학습은 크게 두 단계로 나타나는데요. 1단계에서는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운동 패턴과 리듬을 만드는 선조체의 꼬리핵에 투사하여 인지 회로를 형성합니다. 2단계는 의욕과 보상 및 중독에 관계되는 도파민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인지 회로가 운동 회로를 활성화하는 것인데요. 도파민의 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몸의 신경세포에 새겨져 자동화됩니다. 도파민 호르몬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파민이 부족해도 도파민이 지나쳐도 신경 시스템에 문제가 생깁니다. 도파민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안정되게 잘 조절되는 것은 뇌와 삶의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호르몬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마음 신호입니다. 자신의 불편한 마음 신호를 잘 느끼고 인정하며 존중하면 호르몬이 스스로 균형을 찾고 리듬을 회복합니다.
습관은 몸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반복하며 장기기억이 되면 굳어져서 잘 바뀌지 않습니다. 초보 운전자일 때부터 안전운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운전할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안전을 위해 나와 타인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호와 속도를 지키고 수시로 교통상황을 인지하면서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처럼 천천히 익숙해지는 거죠.
이렇게 좋은 운전 습관을 몸에 익힌다면 멋진 운전자로 성장해 나가는 기회를 얻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안 좋은 습관이 자리 잡은 운전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우리는 새로운 것에 늘 초보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습관이 삶의 훌륭한 안내자’라고 말했습니다. 습관은 잘못 들기 쉽지만 잘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면 데이비드 흄의 말처럼 믿음직한 안내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