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행정부는 미국 에너지부(DOE)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및 재사용을 위한 10개 프로젝트에 약 7,40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리튬 기반 배터리 재활용’과 ‘중고 배터리 규모 확대 실증 프로젝트’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배터리 리사이클링 확대 계획을 수립해 배터리 재활용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2백만 달러(한화 약 260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으며, 2021년도엔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인센티브제를 확립했다.
미국 Li-cycle社의 폐배터리 선별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정부 주도 하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또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발표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수 이용기술 정책>에서 처음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각 부처에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부터는 ‘동력 배터리 재활용 생산 책임제’ 시범사업을 17개 지역에서 시행했다. 동력 배터리 재활용 생산 책임제는 자동차 생산기업에 전기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방정부는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배터리 재활용 센터를 세워야 했다. 2021년에는 중국 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14.5 순환경제발전계획>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추적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의무 사항을 규정하기도 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EU배터리법)’을 승인했다. EU배터리법은 저장용량이 2kWH를 초과하는 산업용 또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때 폐배터리에서 뽑아낸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오는 2026년부터는 ‘배터리 여권제도’도 도입한다. 개별 배터리의 성능과 화학 성분, 특정 정보를 전자식으로 기록한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발행된다. 유럽에서 발표한 새로운 배터리 규정은 사용한 배터리의 회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국가들이 배터리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일본은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민관이 정부와 공동으로 배터리 재활용 전략을 논의하며 실제 활용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먼저 배터리 및 부품업체 약 30개 사가 BASC(배터리 공급망 협의회)를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한 자동차 제조사는 폐배터리를 수거해 자사 공장에서 축전지로 재사용하고 있으며, 동일본 여객철도는 철도 건널목용 전원으로 폐배터리를 활용하고 있다. 또 전기차 폐배터리를 가정용 축전지나 가로등 전등에 재사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폐배터리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계가 먼저 움직이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완성차·소재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배터리 소재 공급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폐배터리 시장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핵심 논제는 원재료 회수율에 있다. 국내는 배터리 제작 시 원재료를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국내 폐배터리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