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그리다
디자이너여, 질문의 답을 찾아라
“자동차 디자인 과정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멋있지 않아요. 사람들의 ‘드림카(Dream car)’를 지면 위로 옮기는 것을 넘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직접 디자인한 자동차가 도로 위를 주행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어린 시절부터 ‘움직이는 조각물’인 자동차에 푹 빠져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송인호(47) 디자이너. 국내외에서는 GM 창사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된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의 리드 디자이너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전기자동차는 일반 가솔린 차량의 디자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에너지원은 석유에서 전기 배터리로, 에너지 발생 기관은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바뀌어 일정한 형태의 내연기관이 존재할 필요가 없으며, 전기자동차의 성능과도 연결되는 부분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 송인호 디자이너는 쉐보레 볼트 이후 GM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대부분을 디자인하며 자신만의 ‘전기차 디자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전기자동차는 공기역학적 효율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합니다. 쉐보레 볼트 역시 공기의 저항을 덜 받도록 디자인한 결과죠. 자동차 옆 부분의 뒤 꽁무니가 매끈한 것도 그 이유예요. 방해 요소가 없어 공기가 말리지 않기 때문에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지요.”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지새웠던 수많은 밤을 ‘새로운 퀴즈를 푸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회상하는 그는 타고난 디자이너다.
하나의 자동차 디자인을 완성하기까지
득심(得心), 그가 반평생 디자이너로 살며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것은 바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자동차의 디자인이란 회사 고유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자 소비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설득 포인트로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자동차 제조 회사가 신경쓰는 부분이다. 송인호 디자이너는 체계적인 작업 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다. 영어 ‘Design’의 또 다른 뜻이 ‘설계’인 만큼, 그에게 디자인은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에 맞는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설계’해 소비자와 교감하고 싶다는 송인호 디자이너. 그는 일정한 틀이 있는 자동차에 상상력을 담기 위해서는 사회, 인문학, 기술, 환경 등 세상에 대한 지식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내 작품’을 만들겠다는 오만함에 빠지면 안 돼요. 하나의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마다 소비자에 대한 많은 자료 조사가 필요하죠. 그들의 소득은 얼마쯤인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정서에 끌리는지 생각합니다. 자동차의 모든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에요. 디자이너가 그은 하나의 선에 따라 자동차가 순한 표정을 짓기도, 매서운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하니까요. 운전자들도 차를 사용하다 보면 결국 디자이너의 마음과 의도를 알게 돼요.”
운전의 필수 요소, 안전한 도로
안전에 대한 법규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지면서 ‘글로벌 트렌드’도 변화 중이다. 유럽의 경우, 실제로 예전 차에 비해 요즘 제품들의 후드가 높아졌다. 보행자가 차와 충돌했을 때 넘어지면서 자동차 후드 위로 머리가 부딪힐 것을 고려해 후드와 엔진 사이 간격 100mm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인호 디자이너는 ‘안전’을 위한 설계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전자 주위 곳곳에 있다고 말한다. 급코너를 마주하기 전, 패턴이 들어간 도로가 타이어와 마찰해 거친 소리를 내며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시야를 확보하게 하는 것 역시 안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로’에 대한 그만의 시각도 재밌다. 그에게 도로는 자동차 승차감을 결정짓는 요소이자, 운전자의 기분을 좌우하는 주변 환경이다. 도로의 노후 정도와 차선의 정돈 상태가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사람 그리고 도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어요. 도로 위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죠. 신호등이나 표지판 역시 사람과 도로를 교감하게 만들잖아요. 디자이너라서 그런 걸까요? 헷갈리게 표시된 표지판이나 화살표를 보면 참 아쉬워요. 설계에서 끝날 게 아니라 운전자의 경험, 습관을 더욱 밀도 있게 반영한다면 교통안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로’에 대한 그만의 시각도 재밌다. 그에게 도로는 자동차 승차감을 결정짓는 요소이자, 운전자의 기분을 좌우하는 주변 환경이다. 도로의 노후 정도와 차선의 정돈 상태가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사람 그리고 도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어요. 도로 위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죠. 신호등이나 표지판 역시 사람과 도로를 교감하게 만들잖아요. 디자이너라서 그런 걸까요? 헷갈리게 표시된 표지판이나 화살표를 보면 참 아쉬워요. 설계에서 끝날 게 아니라 운전자의 경험, 습관을 더욱 밀도 있게 반영한다면 교통안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꿈을 그리며 자신의 답을 찾다
송인호 디자이너는 GM의 첨단 전기자동차 계보를 잇는 ‘캐딜락 ELR’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GM을 떠나 한국에 왔다. 2014년부터 국민대학교 운송디자인학과 주임교수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서울디자인재단 TBS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시 대중교통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운송수단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도로의 체계, 안전, 환경 그리고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는데, 다음 세대 아이들의 안전과 편리한 생활에 도움을 주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대중교통의 밑그림을 그리는 연구자인 그는 여전히 디자이너 시절 습관 그대로 펜을 돌리며 자동차를 스케치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져올 디자이너역할의 변화를 생각하며 설레는 중이다. ‘움직이는 실내공간’을 만드는 것, 시간의 가치를 자동차에 담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양과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이끌어갈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그의 즐거운 유희가 됐다. 다른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송인호 디자이너에게 당신이 만들고 싶은 ‘드림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없다’였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그때마다 필요한 게 달라질 거예요. 그럼 저는 또 소비자들의 마음과 욕구를 분석하고 고민하겠죠. 디자이너가 하는 역할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를 그려 그들의 내일에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거니까요. 항상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꿈꾸고 원하고 상상하는 일. 그게 바로 제꿈입니다.”
그는 요즘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져올 디자이너역할의 변화를 생각하며 설레는 중이다. ‘움직이는 실내공간’을 만드는 것, 시간의 가치를 자동차에 담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양과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이끌어갈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그의 즐거운 유희가 됐다. 다른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송인호 디자이너에게 당신이 만들고 싶은 ‘드림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없다’였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그때마다 필요한 게 달라질 거예요. 그럼 저는 또 소비자들의 마음과 욕구를 분석하고 고민하겠죠. 디자이너가 하는 역할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를 그려 그들의 내일에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거니까요. 항상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꿈꾸고 원하고 상상하는 일. 그게 바로 제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