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면?

손해사정사가 직접 알려주는
호의동승과 친족의 타인성

도로 상담소
글. 이제형(손해사정사)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따라오는 것이 보험이다.
하지만 자신이 운전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사고는 어떨까?
이번 호에서는 동승자로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알아두면 좋을
‘호의동승’의 개념과 ‘친족의 타인성’에 대해 알아본다.
1
호의동승사고의 경우 보험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호의동승이란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호의에 의하여 타인의 자동차에 무상으로 동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이 함께 용무를 본다든지 나들이를 가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만일 이러한 경우에 사고가 나서 동승자를 죽거나 다치게 한다면 그 손해배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의 감정상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에 호의동승 사고와 그렇지 않은 사고를 똑같이 취급한다면 무엇인가 공평하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의 입장도 “차량의 운행자로서 아무 대가를 받은 바 없이 오직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동승을 제공하고 동승자로서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그 제공을 받은 경우 그 운행의 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와의 인적 관계, 피해자가 차량에 같이 탄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의 교통사고와 같은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매우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될 때는 그 배상액을 감경할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다카1090 판결)하고 있고, 이러한 입장을 반영해 보험실무에서도 동승의 유형 및 목적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하고 있습니다(상세한 내용은 후술함).

* 신의칙 : ‘신의성실 원칙’의 줄임말. 권리 의무의 양 당사자는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면서 신의와 성실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의 대원칙이다. 이것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하여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우연히 지인의 차를 타게 됐습니다. 그런데 차를 타기 전 운전자가 ‘네가 원해서 타는 거지 내가 태운 게 아니다’라고 당부하더라고요. 무슨 뜻일까요?

호의동승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강요 동승과 무단동승이 있습니다. 이 셋은 무상으로 타인의 자동차에 같이 탄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강요 동승이나 무단동승의 경우에는 호의동승에서처럼 운전자와 동승자가 상호 합의해 같이 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강요 동승은 운전자가 동승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자동차에 태운 경우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람을 납치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무단동승이란 반대로 동승자가 운전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동승한 경우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차량 강도입니다.

운전자의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호의동승의 경우 동승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감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강요 동승의 경우에는 동승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그 손해를 전부 배상해야 합니다. 반대로 무단동승의 경우에는 동승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운전자가 위와 같은 당부를 했다면,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거나 줄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3
호의동승 상황에 따라 동승자에게 불이익이 오는 일도 있을까요?

소송 실무에서는 운행목적, 인적 관계, 동승 경위 등을 참작해 운전자와 동승자 중 누구의 이익이 더 우선시됐는지를 판단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게 됩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다87263 판결 참조).

보험실무에서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동승자 유형별 감액 비율표’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승의 유형이 운전자의 강요에 의한 강요 동승은 운전자에게 100%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동승자의 강요 또는 동승자가 무단으로 동승한 무단동승은 운전자에게 아예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행목적이 동승자의 요청에 의한 경우 30%, 상호의논 합의한 경우는 20%, 운전자의 권유에 의한 경우는 10% 감액합니다. 끝으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경우는 40% 감액합니다. 다만, 피보험자와 동승자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토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을 제외한 날의 출·퇴근 시간대(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및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말한다)에 실제 출·퇴근 용도로 자택과 직장 사이를 이동하면서 승용차 함께 타기를 한 경우에는 위 동승자 감액 비율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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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가족이나 친족일 때에도 호의동승이 적용되나요? 사고 시 친족에게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운전자가 가족이나 친족일 경우에도 특별히 공동운행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법률상 ‘다른 사람’으로 보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며, 사안에 따라 호의동승감액도 적용됩니다.

이러한 경우에 예전에는 법률상, 약관상 근거 없이 ‘타인성’을 부정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손해배상이 부정되는 일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 가족의 *운행자성(예: 동업)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최소한 책임보험의 한도 내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봐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보험 중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에서는 약관에 피보험자의 부모, 배우자나 자녀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명시함으로써 이들은 대인배상으로는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자기 신체 사고’ 또는 ‘자동차 상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라는 말은 그 개념을 명확히 설정하기는 곤란하지만, 판례상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유하는 책임 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합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9다208687 판결 참조).

여기서 운행지배는 직접적인 지배는 물론 간접적인 지배도 포함하며 운행이익은 사회생활상의 이익 등 간접적인 이익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끝으로 과거 운전자가 가족이나 친족일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가 운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 적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2000다9116 판결,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2547 판결). 이들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동거친족에 대하여 피보험자가 배상청구권을 취득한 경우, 통상은 피보험자는 그 청구권을 포기하거나 용서의 의사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러한 경우 피보험자에 의하여 행사되지 않는 권리를 보험자가 대위 취득하여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사실상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받지 못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초래되어 보험제도의 효용이 현저히 해하여진다고 할 것”이라고 하면서 보험회사의 구상권 행사를 제한했습니다. 이후 상법이 개정되어 운전자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민법 제799조 참조)일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의 운전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제한됩니다(상법 제682조 참조).

* 운행자성이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운행을 지배하고 운행의 이익을 향유하는 자’라고 정의한다. 만일 가족이 장사를 함께하는 등 동업의 주체라면 ‘공동 운행자성’이 인정돼 다른 운행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차량 운행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인정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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