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바다가 빚어낸 갈대와 철새 천국
을숙도의 대변신
‘새가 많고 물이 맑다’는 뜻의 을숙도(乙淑島)는 한반도에서 가장 따뜻한 남동단에 자리해서 옛날부터 추위를 피해 남으로 내려온 겨울 철새들의 보금자리였다. 크기는 남북 4.5㎞, 폭 1㎞ 정도로 서울 여의도와 비슷하다. 일찍이 1966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부산을 곁에 둔 입지는 한가로운 세월을 허락하지 않았다. 을숙도에는 몇 번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닥친 급변의 서곡은 1987년의 낙동강 하굿둑 건설이다. 바닷물의 역류를 막고 용수를 확보해 비옥한 김해평야와 인근 공업단지에 공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길이 2.4㎞의 하굿둑은 을숙도를 상하로 갈라놓은 것 같지만, 실은 북쪽의 일웅도와 남쪽의 을숙도 두 개로 나뉜 섬을 하나로 연결하는 결과도 낳았다.
하구의 지형도 단시간에 바뀌어 갔다. 하굿둑이 건설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의 지도와 지금의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겨우 30년 만에 을숙도 근처의 지형이 많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을숙도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나왔던 사주(沙柱)가 사라졌고, 모래섬인 백합등 아래 도요등이 새로 생겨났다. 마치 자연 방파제처럼 길이 3㎞, 폭 100m의 장대한 섬이 고작 몇십 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로 치면 대나무와 같은 초고속 성장이다. 2009년에는 3.6㎞의 을숙도대교까지 들어섰다. 낙동강 서쪽에 조성된 녹산공단과 부산신항을 부산 시내와 연결하려면 이 역시 필연적인 건설이었다. 을숙도대교를 마지막으로 개발은 끝나고, 을숙도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가꾸는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렇게 해서 2013년 을숙도는 지금의 자연친화적인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생겼고, 하굿둑으로 남북이 가로막혔던 것도 생태통로 겸 육교로 연결했다. 그러는 사이 하굿둑과 을숙도대교는 흉물이 아니라 을숙도를 구성하는 하나의 풍경이 됐다.
하구의 지형도 단시간에 바뀌어 갔다. 하굿둑이 건설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의 지도와 지금의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겨우 30년 만에 을숙도 근처의 지형이 많이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을숙도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나왔던 사주(沙柱)가 사라졌고, 모래섬인 백합등 아래 도요등이 새로 생겨났다. 마치 자연 방파제처럼 길이 3㎞, 폭 100m의 장대한 섬이 고작 몇십 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로 치면 대나무와 같은 초고속 성장이다. 2009년에는 3.6㎞의 을숙도대교까지 들어섰다. 낙동강 서쪽에 조성된 녹산공단과 부산신항을 부산 시내와 연결하려면 이 역시 필연적인 건설이었다. 을숙도대교를 마지막으로 개발은 끝나고, 을숙도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가꾸는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렇게 해서 2013년 을숙도는 지금의 자연친화적인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섬을 가로지르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생겼고, 하굿둑으로 남북이 가로막혔던 것도 생태통로 겸 육교로 연결했다. 그러는 사이 하굿둑과 을숙도대교는 흉물이 아니라 을숙도를 구성하는 하나의 풍경이 됐다.
낭만적 풍경 속 철새들의 향연
을숙도 일주는 몸이 나른해지고 마음은 가벼워지는 독특한 감상을 선사한다. 몽환경으로 빠져들 듯 낭만적인 기분이다. 출발 지점은 하굿둑 북쪽의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나 남쪽의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둘 중 하나로 잡으면 된다. 물관리센터 옆에서는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지만 다소 붐비고 어수선하다면, 한적한 에코센터에서 여정을 시작하면 된다.
어디서 출발하든 주행거리는 10㎞ 정도다. 여기서는 에코센터 앞에서 출발해 남쪽을 거쳐 북쪽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개한다. 때로 비포장도 있지만 대체로 노면이 좋고 평탄해서 초보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완주할 수 있다. 에코센터 앞에서 일주 준비를 마쳤다면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강 건너로 하단과 신평 지역의 공업지대가 보이지만 그사이의 강폭이 800m를 넘어 동떨어진 별개의 풍경으로 느껴진다. 공장단지도 을숙도의 청정한 분위기를 그다지 해치지 못한다. 조금 남하하면 조류관찰소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을숙도의 상징인 철새를 거의 연중 볼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도요새와 물떼새류, 겨울에는 재두루미, 저어새, 넓적부리도요 같은 희귀종이 날아든다. 새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남단 탐조대 근처. 바다를 향해 아련히 뻗어난 갈대밭 옆으로 온갖 철새가 사이좋게 물 위에 떠 있는 곳이다. 20여m 거리에서 보는 새들의 생동감은 마치 아프리카 사파리여행에서 야생동물을 보는 것처럼 놀라운 실감으로 다가온다. 조류관찰소의 근방에는 을숙도의 생태를 느낄 수 있는 탐방체험장이 있는데, 그 안에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 남아있다. 바로 한때의 대규모 분뇨처리장을 재단장한 관광 장소이다. 그 독특하고 예스러운 장소는 폐허 느낌의 설치예술처럼 격조 있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서울 선유도공원에 상수도정류장 흔적을 남긴 것과 비슷하지만, 여긴 깨끗한 상수도가 아니라 가장 꺼리는 분뇨를 처리한 것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남은 잔해는 둘 다 맑고 우아한 느낌을 주다니…. 상수도가 사람의 몸을 통과하면 분뇨로 변하니 인간이 빠지면 결국 그게 그것인가.
어디서 출발하든 주행거리는 10㎞ 정도다. 여기서는 에코센터 앞에서 출발해 남쪽을 거쳐 북쪽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개한다. 때로 비포장도 있지만 대체로 노면이 좋고 평탄해서 초보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완주할 수 있다. 에코센터 앞에서 일주 준비를 마쳤다면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강 건너로 하단과 신평 지역의 공업지대가 보이지만 그사이의 강폭이 800m를 넘어 동떨어진 별개의 풍경으로 느껴진다. 공장단지도 을숙도의 청정한 분위기를 그다지 해치지 못한다. 조금 남하하면 조류관찰소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을숙도의 상징인 철새를 거의 연중 볼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도요새와 물떼새류, 겨울에는 재두루미, 저어새, 넓적부리도요 같은 희귀종이 날아든다. 새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남단 탐조대 근처. 바다를 향해 아련히 뻗어난 갈대밭 옆으로 온갖 철새가 사이좋게 물 위에 떠 있는 곳이다. 20여m 거리에서 보는 새들의 생동감은 마치 아프리카 사파리여행에서 야생동물을 보는 것처럼 놀라운 실감으로 다가온다. 조류관찰소의 근방에는 을숙도의 생태를 느낄 수 있는 탐방체험장이 있는데, 그 안에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 남아있다. 바로 한때의 대규모 분뇨처리장을 재단장한 관광 장소이다. 그 독특하고 예스러운 장소는 폐허 느낌의 설치예술처럼 격조 있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서울 선유도공원에 상수도정류장 흔적을 남긴 것과 비슷하지만, 여긴 깨끗한 상수도가 아니라 가장 꺼리는 분뇨를 처리한 것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남은 잔해는 둘 다 맑고 우아한 느낌을 주다니…. 상수도가 사람의 몸을 통과하면 분뇨로 변하니 인간이 빠지면 결국 그게 그것인가.
황금빛 물결이 이는 갈대숲
섬 안쪽으로 들어서서 북향하면 을숙도의 또 다른 상징인 갈대숲이 실로 광대무변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모래섬에 작은 물줄기가 중구난방으로 드나들어 지형은 불규칙하지만, 그곳에서 자라난 갈대의 모습은 한결같다. 대군의 집결처럼 밀집해있는 일정한 크기와 색의 갈대들이 일렁이는 바람에 서걱거리며 군무를 춘다. 세상을 공평히 비추는 햇살은 치밀하고 가녀린 갈대의 수술에도 닿아 보석처럼 바스러진다. 전국의 갈대 명소 중 손에 꼽을 만큼 단아하고 멋진 풍광이다. 북쪽으로 올라와 마주하는 하굿둑 안쪽의 일웅도는 바다가 아니라 낙동강이라는 것이 확연하다. 그 강변을 따라 외곽을 도는 길은 갈빛의 비포장이다. 안쪽에는 정원처럼 잘 꾸며진 호수가 들어섰고, 풍경과 어우러져 저절로 그림이 된 벤치는 휴식이 아니라 사진을 재촉한다.
을숙도 북단에는 출발 지점이었던 남단보다 훨씬 사람이 많은데, 각종 편의 시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와 낙동강문화관, 을숙도문화회관, 축구장, 자동차극장 같은 시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국토종주 자전거길도 이곳이 종점이면서 기점이다. 한 바퀴에 고작 10㎞. 초보자와 어린이도 힘들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지만, 이 특별한 섬에서 경험하는 감흥은 달린 거리 혹은 머문 시간의 몇 제곱으로 확장된다. 극적인 만남은 인간이든, 자연이든 최고의 감동이다. 그것이 바다와 강의 만남이든.
을숙도 북단에는 출발 지점이었던 남단보다 훨씬 사람이 많은데, 각종 편의 시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와 낙동강문화관, 을숙도문화회관, 축구장, 자동차극장 같은 시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국토종주 자전거길도 이곳이 종점이면서 기점이다. 한 바퀴에 고작 10㎞. 초보자와 어린이도 힘들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지만, 이 특별한 섬에서 경험하는 감흥은 달린 거리 혹은 머문 시간의 몇 제곱으로 확장된다. 극적인 만남은 인간이든, 자연이든 최고의 감동이다. 그것이 바다와 강의 만남이든.
Travel Information
- 여행 코스
- 낙동강하구에코센터 → 조류관찰소(2.4㎞) → 담수습지(4.5㎞) → 육교(5.3㎞) → 부산현대미술관(5.5㎞) → 북단 전망광장(7.3㎞) → 낙동강하굿둑 전망대(8.7㎞) → 낙동강하구에코센터(10.1㎞). 1시간30분 소요.
- 맛집
- 고기의 향기
흑돼지오겹살 구이로 유명하다. 하단역 7번출구에서 하단동우체국 방면으로 200m 지점. 부산 사하구 낙동남로1423번길 41. 051-206-2041
금호횟집
하굿둑 서편 명지 강변에 있어 전망이 좋다. 다양한 횟감을 맛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하모(참장어)회가 유명하다. 부산 강서구 명지새동네길1번길 62. 051-271-2221 - 일정짜기
- 일주거리가 10㎞ 정도여서 구경을 포함해 여유롭게 돌아도 2시간이면 넉넉하다. 자가용을 가져가면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10분당 100원, 종일 2400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부산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나와 도보나 버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1.8㎞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