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밝히는 불빛 燈

겁쟁이 페달

  • 좋아요
HOME > 삶을 밝히는 불빛 燈 > 겁쟁이 페달

낙동강변을 가득 채운 노란 유채꽃

글. 김병훈 대표(월간 자전거생활)
낙동강 따라 10리 유채밭 장관
낙동강 둔치에 조성된 남지 유채밭은 무려 110ha(33만 평)에 달한다. 폭 300m에 길이는 4㎞나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채밭 사이로는 멋진 꽃길이 펼쳐져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에 분위기 만점이다. 유채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는 2006년부터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열렸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노란 꽃잎의 대향연은 그 자체로 장관이고 볼 만하지만,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 ‘정서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홀로 즐기면 명랑한 고독에 젖을 것이고,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이라면 애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둔치를 따라 유채밭 사잇길만 이리저리 달려도 10㎞정도가 되어, 라이딩 초보자나 가족에게도 부담 없는 여정이 된다. 이 길이가 아쉽다면 주변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다. 남지 유채밭 사이를 지나는 길은 낙동강 자전거길의 일부여서 상류로 가면 합천 방면, 하류로 가면 밀양·김해 방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거리 코스로 구성할 수 있다. 이번에는 남지 유채밭이 중심인 ‘마분산 임도 ~ 강 건너편 함안 용화산 임도 ~ 반구정 ~ 남강 자전거길’을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개비리길과 낙동강 자전거길을 경유한다. 총 38㎞ 정도이며, 언덕과 산길이 있어 초보자는 다소 무리다. 산악자전거가 아니라면 유채밭 일원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개비리길과 용화산 반구정은 걸어서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비경의 강변 벼랑길
남지 유채밭 옆에는 ‘개비리길’이라는 특별한 길이 있다. 개비리는 ‘강변 벼랑’의 사투리로 남지읍 용산리와 신전리를 잇는 2.4㎞의 낙동강변 절벽길이다. 강변에는 간혹 길을 내기 어려운 절벽 구간이 있기 마련인데 굳이 힘들게 길을 낸 것과 관련된 감동적인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신전리 영아지 마을에 사는 황 씨의 이야기다. 황 씨가 집에서 키우던 누렁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유독 몸이 약해 어미젖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웃 용산리로 시집간 딸이 이 병약한 새끼를 데려갔는데, 며칠 후부터 누렁이가 매일 찾아와 새끼에게 젖을 먹였다. 폭설이 내려 오갈 수 없는 날에도 매일 새끼를 찾아오는 누렁이를 기이하게 여긴 주민들이 누렁이의 뒤를 쫓았다. 누렁이가 이용한 길은 낙동강 절벽 아래의 지름길. 절벽 길은 가파른 경사로 인해 눈이 쌓이지 않아 폭설에도 왕래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이 길을 개비리길이라 부르게 된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다니는 사람들도 마분산 임도를 거치지 않고 이 길을 지름길로 이용하지만 현재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자전거 출입을 금하고 있다. 굳이 지난다면 자전거를 끌고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한다. 바로 발밑으로 강물이 출렁거려 아찔한 한편 맞은편은 차분한 강변 풍경이 펼쳐져 한없이 정겹다. 중간 쯤에 있는 대밭도 장관이다. 개비리길을 안고 있는 마분산(馬墳山)은 ‘말 무덤’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왜군에 승리를 거둔 곳이다. 수적으로 불리했던 곽 장군은 말꼬리에 벌통을 매달아 적진을 교란해 승리를 거뒀다. 승리에 많은 도움을 준 이 말은 죽은 뒤 산에 묻혔고, 사람들은 이 산을 마분산으로 불렀다. 마분산은 6·25 때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남지철교 건너 반구정으로
남지 유채밭 옆에 걸려 있는 파란색 남지철교는 1931년 건설돼 등록문화재 145호로 보호받고 있다. 당시 건설된 교량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물결 형태의 트러스교는 지금 보아도 세련됐다. 현재는 인도교로만 사용된다. 그 옆에는 비슷한 구조지만 규모가 한층 큰 주황색 남지교가 대비된다. 남지철교를 건너 조금 더 내려가 가르멜의 모후 수도원 뒤편으로 진입한다. 잠시 산길을 돌아 도흥저수지 앞 강변으로 나서면 용화산(193m) 방면으로 임도가나 있다. 저수지에서 3㎞ 정도 가면 반구정이 나온다. 이 작은 정자는 정자 자체의 매력보다는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멋진 곳이다. 반구정은 곽재우 장군과 함께 거병한 조방(趙邦)이 은거한 정자로, 후손인 조성도 옹이 현재 홀로 지키고 있다. 뜰 앞의 650년 묵은 느티나무 사이로 보이는 낙동강과 유채꽃 만발한 둔치 풍광이 절경이다. 바로 옆, 낙동강과 남강의 합수점에 착안한 합강정도 은근하다.
임도를 벗어나면 낙동강의 최대 지류인 남강을 따라 기나긴 둑길이 펼쳐진다. 진주까지 띄엄띄엄 이어지는 남강 자전거길이다. 남지철교를 건넌 이후부터는 창녕이 아니라 함안 땅이다. 장암리에서 칠서공단을 거쳐 다시 남지철교를 지나 유채밭으로 돌아오면 된다.
광활한 유채밭을 제외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강과 산에는 사연들이 줄줄이 흐르고, 구비마다 풍경은 거창하게 펼쳐진다.
Travel Information
여행 코스
남지 둔치(유채밭) → 개비리길 → 영아지 → 마분산 임도 → 남지철교 → 반구정 → 남강 자전거길 → 남지철교 → 남지 둔치.
38㎞, 4시간 소요
맛집
종로철교돼지국밥 : 담백하고 푸짐한 돼지국밥 전문 (055-526-0586)
남지학계식육식당 : 생고기 삼겹살 전문 (055-526-5848)
일신옥 : 저렴하고 푸짐한 민물장어구이 전문 (055-526-2030)
숙박
M모텔 : 자전거 보관대 비치. 남지읍 남지중앙1길 59-5 (055-526-4775)
러브홀릭모텔 : 자전거 보관대 비치. 남지읍 남지중앙1길 59-6 (055-526-6065)
백련모텔 : 남지철교 남단. 함안군 칠서면 계내1길 13 (055-586-0078)
일정짜기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다녀가기에는 어렵다. 남지에서 하루 묵으며 가까운 우포늪이나 부곡온천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앞서 소개한 코스를 모두 자전거로 돌아보려면 라이딩 경험과 체력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초보자라면 둔치 일원만 자전거로 돌아보고 개비리길과 반구정은 도보 여행을 추천한다.
소셜 로그인

욕설, 비방 혹은 게시글과 상관없는 내용의 댓글은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홈으로
  • 상단으로

KoROAD 로고

KoROAD 로고

운전면허안내 콜센터 : 1577-1120
TBN한국교통방송 교통정보 안내 길눈이 콜 : 1644-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