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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등화기 점검 중요성
애꾸눈 사슴

글. 신기주 교수(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일러스트. 백지현


자신의 날렵함을 뽐내며 자유롭게 살던 건강한 사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시에 눈을 찔려 애꾸눈이 된 사슴은 숲속의 맹수를 살피며 풀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마침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사냥꾼이 사슴을 발견하고 총을 쏘았습니다. 애꾼눈 사슴은 숲속의 맹수는 경계했지만 배에서 자신을 향해 총을 쏘는 사냥꾼은 경계하지 못했습니다.

겨울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던 이솝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전조등이 등화되지 않아 고민이었지만 당장 조치가 어려워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이미 어두워진 도로를 따라 운행하였지만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려움 없이 운행하던 이솝의 눈에 조금 전에 지나쳐갔던 승합차가 도로 우측에 정지한 채 사람들을 내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어두운 도로에 오른쪽 전조등이 켜지지 않은 상태라 도로 우측 상황이 불안했던 이솝은 속도를 줄이고 더욱 주의하며 승합차 옆을 지나가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승합차 앞으로 사람이 나타났다. 잘 보이지 않던 우측에 주의를 하고 있던 이솝은 바로 제동을 했고 다행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우연(偶然)은 누구에게나
한쪽 눈을 가시에 찔리는 일은 사슴에게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다. 이솝이 운전하던 자동차의 한쪽 전조등이 고장난 것도 우연처럼 일어났다. 우연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연으로 인한 사건이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있다. 우연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큰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야간운행 중 전조등이 고장난 경우는 사소한 일일까. 사소한 일로 생각해버리면 충분히 대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 보다 적극적인 대비를 할 것이다. 이솝은 야간운행 중 고장난 전조등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운명 속 우연 극복하기
우연히 일어난 불행이 자신의 부주의로 일어났다면 스스로를 자책할 수도 있다. 우연한 불행이라도 상당수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슴의 눈이 하나였다면, 애초부터 전조등이 하나였다면 위험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을 수도 있다. 이솝은 전조등 하나가 고장이 나는 불운을 겪게 되었지만, 그 불운이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불행에는 현명하게 대처했다.

어떤 사물을 보지 않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숲속을 살피며 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슴처럼 한쪽의 전조등만으로 주행하면서 도로의 모든 위험을 다 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운전자도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밤이 긴 겨울철의 등화기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야간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자동차의 전조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반드시 등화기의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조등 하나로 어둠을 밝히는 데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동차의 전조등은 두 개이다. 이솝은 전조등 하나만으로 위험을 살피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지한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확인할 수 없으니 일단 속도를 줄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게 위험에 적극 대비한 덕분에 또 다른 불운을 겪지 않았다.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집스런 사람에게
‘변화’와 ‘고집’을 이야기하다 보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떠올리게 된다.
국제표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고집하다 세계로부터 고립된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사회에서 보편적인 생각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끝까지 고수하다 결국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는 불행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한쪽 눈만으로 모든 위협을 살필 수 있다고 착각한 사슴도 비슷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운행 중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고집부리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하나의 예로, 상당히 많은 운전자들이 야간운행 시 전조등 등화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주행한다. 그러나 이런 운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마주 오는 차량과 앞서가는 차량 운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행 내내 변환빔을 등화한 채 주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조등이라고 알고 있는 등화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주행빔과 변환빔으로 분류된다. 이 규칙에 따르면 주행빔은 상향등에, 변환빔은 하향등에 해당한다. 즉 평소에 상향등으로 주행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다른 차량에 방해가 된다면 밝기를 조절하거나 빛을 아래로 향하는(변환빔) 것이 바람직하다. 야간운행은 상향등과 하향등을 적절히 변화를 주면서 사용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가 맞이하는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누구의 탓이냐를 따지기 전에 갑작스럽게 달라진 상황을 인식하고 인식된 조건에 적응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안전하게 도로를 운행하고 싶은 운전자라면 달라지는 변화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로 위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도로의 시설체계 등도 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도로교통법(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 등의 등화 조작)

‘서로 마주 보고 진행하는 경우와 앞의 차 바로 뒤를 따라갈 때에는 전조등의 밝기를 줄이거나 불빛의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거나 잠시 전조등을 끌 것’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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