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판과 꽃길, 철책선의 기이한 동거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는 경계의 땅
새로 개발된 신도시와 크고 작은 공장이 가득한 김포는 서울 근교의 전원지대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포의 인문지리적 본질은 변경이다. 한강과 강화도 염하(鹽河) 사이에 북쪽으로 돌출한 반도를 이룬 김포는 최북단에서 북한 땅의 끝자락과 맞닿는다. 우리 헌법상 북한은 나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국경은 아니고,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일종의 접경(接境)이다.
김포대교 이후의 한강 변에는 철책선이 강건한 성벽으로 물과 뭍을 단절시킨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김포반도의 동북단,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기 직전의 마지막 들판 지대다. 여정의 기점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철책선 너머로 조각배 몇 대만이 제한된 영역을 오가는, 이상하고 특별한 소형 포구다. 한강 최북단 포구로 알려진 전류리포구가 바로 그곳이다. 전류리포구는 강폭이 1.5㎞에 달하던 한강이 갑자기 650m 정도로 좁아진 병목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뒤편에는 김포평야 한가운데 독립봉으로 솟은 봉성산(129m)이, 강 건너에는 파주 심학산(194m)이 마주한 지점에 포구가 들어서 있다. ‘뒤집힐 전(轉)’에 ‘흐를 류(流)’를 쓰는 전류리포구는,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만나 뒤섞이는 기수역이다. 포구 앞 도로변에서부터는 북쪽으로 죽 자전거도로가 펼쳐진다. 길 한편의 표지판에 경기도의 걷기 코스인 ‘평화누리길’ 제3코스가 나타나 있다. 제3코스는 전류리포구에서 북한전망대가 있는 애기봉 입구까지인 17㎞의 거리다. 평지로만 되어 있어 여유롭게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주행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김포대교 이후의 한강 변에는 철책선이 강건한 성벽으로 물과 뭍을 단절시킨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김포반도의 동북단,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기 직전의 마지막 들판 지대다. 여정의 기점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철책선 너머로 조각배 몇 대만이 제한된 영역을 오가는, 이상하고 특별한 소형 포구다. 한강 최북단 포구로 알려진 전류리포구가 바로 그곳이다. 전류리포구는 강폭이 1.5㎞에 달하던 한강이 갑자기 650m 정도로 좁아진 병목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뒤편에는 김포평야 한가운데 독립봉으로 솟은 봉성산(129m)이, 강 건너에는 파주 심학산(194m)이 마주한 지점에 포구가 들어서 있다. ‘뒤집힐 전(轉)’에 ‘흐를 류(流)’를 쓰는 전류리포구는,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만나 뒤섞이는 기수역이다. 포구 앞 도로변에서부터는 북쪽으로 죽 자전거도로가 펼쳐진다. 길 한편의 표지판에 경기도의 걷기 코스인 ‘평화누리길’ 제3코스가 나타나 있다. 제3코스는 전류리포구에서 북한전망대가 있는 애기봉 입구까지인 17㎞의 거리다. 평지로만 되어 있어 여유롭게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주행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땅이 비옥하고 곡식이 풍부한 철새도래지
포구에서부터 250m 가면 오른쪽으로 장엄한 철책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책선은 끝도 없을 듯 장대하게 뻗어나고, 그 사이에는 초소와 군 막사 건물이 뜨문뜨문 자리하고 있다. 둘레에 바다가 있기 때문에 김포반도 경계는 해병대 소관이다. 초소에서 보초를 서는 병사들의 엄숙한 얼굴을 보면 이런 곳을 출입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최전방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내 다시 페달을 밟으면 긴장감보다는 푸근함이 찾아온다. 넓은 들판이 주는 넉넉함과 평화로운 전원의 향기 덕분이다. 길가에는 여린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사이로 달리는 자전거는 고즈넉한 풍경의 주인이 된다. 철책선을 따라 4㎞ 정도 가면 석탄배수펌프장과 대형 초소가 나온다. 뒤편으로 꽤나 넓은 저수지가 형성돼 있는데 평일에도 낚시를 나온 사람이 많다. 민물낚시에 집중한 그들의 표정이 퍽 진지하다.
펌프장을 돌아나가면 둑 위에 철새 관측소를 겸한 작은 쉼터가 반겨준다. 쉼터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들판이 후평리 철새도래지다. 땅이 비옥하고 곡식이 풍부해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된 곳이다. 시린 겨울마다 시베리아 등지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황오리 같은 오리류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도 만나볼 수 있다. 철새도래지의 모습을 눈에 담다가 원경을 보면 저 멀리 철책선 너머의 개성 주변의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강 건너편으로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초소가 나타나는 거리가 줄어든다. 200m 정도마다 있는 삼엄한 초소가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철책선 길은 계속해서 북으로 이어지지만, 3㎞ 더 올라간 삼거리에서는 라이딩을 멈춰야 한다. 더는 민간인에게 허락되지 않는 민통선 지역인 탓이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400m가량 이동하면 이번 여정의 반환점인 작은 수문이 있는 자전거 쉼터가 보인다. 민통선 경계이자 후평리 마을 입구이기도 하다.
이내 다시 페달을 밟으면 긴장감보다는 푸근함이 찾아온다. 넓은 들판이 주는 넉넉함과 평화로운 전원의 향기 덕분이다. 길가에는 여린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며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사이로 달리는 자전거는 고즈넉한 풍경의 주인이 된다. 철책선을 따라 4㎞ 정도 가면 석탄배수펌프장과 대형 초소가 나온다. 뒤편으로 꽤나 넓은 저수지가 형성돼 있는데 평일에도 낚시를 나온 사람이 많다. 민물낚시에 집중한 그들의 표정이 퍽 진지하다.
펌프장을 돌아나가면 둑 위에 철새 관측소를 겸한 작은 쉼터가 반겨준다. 쉼터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들판이 후평리 철새도래지다. 땅이 비옥하고 곡식이 풍부해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된 곳이다. 시린 겨울마다 시베리아 등지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황오리 같은 오리류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도 만나볼 수 있다. 철새도래지의 모습을 눈에 담다가 원경을 보면 저 멀리 철책선 너머의 개성 주변의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강 건너편으로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초소가 나타나는 거리가 줄어든다. 200m 정도마다 있는 삼엄한 초소가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철책선 길은 계속해서 북으로 이어지지만, 3㎞ 더 올라간 삼거리에서는 라이딩을 멈춰야 한다. 더는 민간인에게 허락되지 않는 민통선 지역인 탓이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400m가량 이동하면 이번 여정의 반환점인 작은 수문이 있는 자전거 쉼터가 보인다. 민통선 경계이자 후평리 마을 입구이기도 하다.
귀로는 김포평야 종단
돌아올 때는 후평리 쉼터에서 시작되는 수로를 따라 죽 남하한다. 황금빛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리면 다시 전류리포구로 돌아올 수 있다. 곧게 뻗은 수로의 길은 마치 철도의 레일처럼 좌우로 나란히 펼쳐진다. 방향을 변경할 필요가 없는 직선 구간이 2.6㎞에 달한다. 상념을 비우고 달리다 보면 수로에서 낚시하는 낚시꾼들을 곳곳에서 조우한다.
수로가 끝나는 둑 아래에 철새 관측소가 나오고, 둑 위로 올라서면 앞서 지나온 철새 관측소 쉼터다. 석탄배수펌프장을 돌아나간 삼거리에서는 둑길로 우회전한다. 그대로 둑길을 따라 5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둑을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평평한 농로는 반쪽이 붉은색으로 칠해진 자전거도로 겸용 구간이다. 직진하면 다시 익숙한 철책선 길이 보인다.
길은 들판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잠시 철책선 아래로 붙었다가 다시 들판 속으로 파고든다.
고개를 숙인 노란 벼들이 바람결을 따라 춤을 추고 청명한 하늘은 아득히 높다. 펌프장 삼거리에서 3㎞ 간 지점에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작은 저수지와 허름한 매점이 자리하고 있다. 한가롭고 평안하다. 매점에서 900m 가면 하성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56번 도로와 만난다. 도로변에는 갓길 공간이 충분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좌회전해서 900m 가면 출발지인 전류리포구에 돌아온다. 물 위로 빨간 깃발을 단 조그만 어선들이 돌아다니고, 뭍에서는 식당들이 분주하게 손님을 맞는 모습이 떠나기 전 그대로다.
수로가 끝나는 둑 아래에 철새 관측소가 나오고, 둑 위로 올라서면 앞서 지나온 철새 관측소 쉼터다. 석탄배수펌프장을 돌아나간 삼거리에서는 둑길로 우회전한다. 그대로 둑길을 따라 5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둑을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평평한 농로는 반쪽이 붉은색으로 칠해진 자전거도로 겸용 구간이다. 직진하면 다시 익숙한 철책선 길이 보인다.
길은 들판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잠시 철책선 아래로 붙었다가 다시 들판 속으로 파고든다.
고개를 숙인 노란 벼들이 바람결을 따라 춤을 추고 청명한 하늘은 아득히 높다. 펌프장 삼거리에서 3㎞ 간 지점에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작은 저수지와 허름한 매점이 자리하고 있다. 한가롭고 평안하다. 매점에서 900m 가면 하성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56번 도로와 만난다. 도로변에는 갓길 공간이 충분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좌회전해서 900m 가면 출발지인 전류리포구에 돌아온다. 물 위로 빨간 깃발을 단 조그만 어선들이 돌아다니고, 뭍에서는 식당들이 분주하게 손님을 맞는 모습이 떠나기 전 그대로다.
Travel Information
- 여행 코스
- 전류리포구 → 철책선입구(0.25㎞) → 석탄배수펌프장 삼거리(4.0㎞) → 후평리 쉼터(민통선, 7.9㎞) → 석탄배수장 삼거리(11.6㎞) → 56번 도로(15.5㎞) → 전류리포구(16.4㎞). 1시간 30분 소요.
- 맛집
- 소쇄원
전류리포구 건너편 산 아래에 위치. 간장게장으로 꽤 알려져 있음. 김포시 하성면 금포로1915번길 53. 031-983-8801
산촌녹차두부
전류리포구 맞은편 식당가에 위치. 두부전, 두부 보쌈 등이 나오는 두부 정식을 추천.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80-2. 031-983-0665
전류리포구
어부들이 포구 앞에서 잡은 수산물로 요리함. 생선회, 대하구이, 장어구이, 매운탕 등이 공통으로 나옴. - 일정짜기
- 전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전류리포구에 주차하고 코스를 돌아오면 된다. 서울 한강 남안의 88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끝까지 가면 왕복 6차로로 시원하게 뚫린 김포한강로를 따라 강화와 하성면 방면으로 나뉘는 운양삼거리까지 쉽게 갈 수 있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자동차로 10분 소요. 운양삼거리에서 월곶, 하성 방면으로 우회전 4.3㎞ 가면 전류리포구다. 무료 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