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전기차의 화려한 귀환
Welcome Back, EV
조선시대가 끝을 향해 치닫던 1884년, 지구 반대편에서는 양산형 전기차가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기차는 높은 연료 효율과 주유의 편의성 등을 앞세운 내연기관차에 완전히 밀려 결국 사장되고 말았다. 하지만 백년도 넘는 세월이 지나며 내연기관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다. 결국 청산 대상이 됐다. 그리고 내연기관차가 물러난 그 자리는 100여 년 전 퇴출됐던 전기차가 대신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기차는 배터리에 담아둔 전력으로 전기모터를 돌려 달리는 차를 말한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시킨 전기로 전기모터를 구동해 움직이는 차는 수소연료전지차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 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주도권을 쥘 거란 예상이 많았다. 수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나 주행가능거리가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충전하는 데 몇 시간씩 걸렸고 주행가능거리도 100㎞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전기차의 상품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기차에 발전용 내연기관을 넣기도 했다. 쉐보레 볼트(Bolt)와 BMW i3 등이 대표적이었다
전기차의 혁신, 배터리의 혁신
하지만 테슬라 모델 S가 등장하면서 전기차의 패러다임이 싹 다 바뀌었다. 2012년 처음 등장한 모델 S는 주행가능거리가 미국 기준으로 390~540㎞에 이르렀다. 슈퍼차저(Super Charger)라는 전용 충전시설을 이용하면 15분 충전으로 약 290㎞ 정도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비싼 가격이 아쉽긴 했지만 분명 혁신이었다. 대중형 전기차의 혁신은 4년 뒤인 2016년에 선보인 쉐보레 볼트에서 시작됐다.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가능거리를 383㎞까지 연장시켰다. 하지만 완전 방전된 상태라면 여전히 1시간 정도는 충전해야 배터리의 80%를 채울 수 있다. 전기차의 이런 긴 충전시간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을 채택한적도 있었다. 마치 건전지를 갈듯 충전소에 방전된 배터리를 내려놓고 완충된 배터리로 바꿔 끼우는 방식이다. 제주도에서 택시로 시범 운행되던 르노삼성 SM3 ZE 전기차가 이런 방식을 실제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 충전소와는 달리 더 넓은 부지와 관리 인력, 전용 장비가 투입돼야 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으며 배터리 부문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실제 세계최초 대중형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출시하며 이 부분에 더욱 힘을 쏟던 토요타도 최근 전기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으며 배터리 부문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실제 세계최초 대중형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출시하며 이 부분에 더욱 힘을 쏟던 토요타도 최근 전기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전기차와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는 충전인프라 확대에도 유리하다. 전기 충전 설비는 주유소나 수소충전소처럼 전용 탱크와 탱크를 수용할 부지, 관리 인력 등이 필요하지 않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과 조촐한 충전기만 있으면 된다. 전용주차 공간이 있다면 집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대중화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패러다임은 물론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양식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을 지키는 문제는 더욱 만만치 않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전기차 대중화도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전한 전기를 이용한다면 무의미하다. 다행히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긴 하다. 아울러 화석연료에서 패권을 쥔 세력들의 소리 없는 반발도 만만치 않을 거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기차의 화려한 귀환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