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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東江(동강) - 그 절정을 달리다

글. 김병훈 대표(월간 자전거생활)
물과 산의 대접전
가장 맑고 아름다운 강의 대명사가 된 동강은 정선 지경의 첩첩산중에서 수십구비로 사행(蛇行)하며 곳곳에 절경을 빚어낸다. 그중에서도 클라이맥스는 정선 신동읍의 백운산(883m) 일대다. 곡류와 역류를 반복하면서 절벽 같은 산줄기를 파고드는 물줄기는 신기에 가깝다. 강 근처의 길은 대개 강을 따라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워낙 험지를 흐르는 동강 근처에는 끊어진 구간이 꽤 있다. 바로 그곳이 최고의 경관과 자연미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백운산(883m) 일대다. 백운산 아래의 동강은 해발 230~240m 정도로 나머지 고도차 650m는 꼭 그만치가 절벽이다. 백운산의 기세를 피해가느라 동강은 그 어느곳보다 구불거리며 극심한 사행(蛇行)을 거듭한다. 역류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강줄기는 육지와 톱니가 맞물리듯 기묘한 지형을 빚어낸다.
그리고 깎아지른 백운산까지 더해 동강 최고의 절경을 만들어낸다. 여기 백운산 아래 고성리에서 상류 방면으로 물길과 바로 스치듯 붙어가는 동강로 22㎞는 강물과 산악, 그리고 인간이 빚어내는 환상의 조합이다. 강물은 깊고 높은 골짜기에서 작은 개울로 시작해 규모가 커지며 산과 당당히 맞선다. 산 중에서도 기세가 특별한 백운산은 동강의 산들과 맞선 강줄기가 일대 접전을 이루는 곳이다. 얼핏 보면 산이 가로막는 것을 요리조리 피해 생겨난 강 같지만, 자세히 보면 산과 강이 대타협을 벌이며 빚어낸 대자연의 조화다. 강이 산으로 밀어닥치면 산은 슬쩍 비켜나고, 화가 난 강은 다시 산을 향해 돌진한다. 산은 단단한 바위로 막아서며 물줄기를 되받아친다. 이러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톱니가 맞물린 것 같은, 때로는 접전 같고 때로는 포옹 같은 기묘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칼날로 깎아낸 듯한 날카로운 골짜기와 능선을 거느린 백운산은 그 예리한 산줄기로 구름을 베고 하늘을 가르면서도 끝내 물만은 가를 수가 없나 보다.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있듯 부질없는 짓임을 알기 때문일까.
강마을인가 산골인가
신동읍 예미교차로에서 좌회전, 동강 방면으로 접어들어 10㎞ 남짓. 동강전망휴양림 입구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서면 백운산이 확 들이닥친다. 이 가파른 산은 경사면이 아니라 아예 절벽으로 솟아오른 모양으로, 그저 하나의 거벽이다. 그 아래로 흐르는 동강은 풍성한 급류가 아니어서인지 어딘가 애잔하다. 가뭄 속에서도 푸른빛으로 흐르며 자리를 채울 뿐이다. 길은 강에서 단 몇 발만 물러나 있을 뿐이다. 덕분에 여름에는 마음 내킬 때면 언제든 물에 들어가 더위를 씻을 수 있다. 하지만 상류에 폭우가 내리면 저 잔잔하고 가냘픈 물길은 길을 삼키고 바위를 굴려 위협적인 얼굴로 표변할 것이다. 내내 절벽 같은 강변 중 그나마 완만한 비탈에는 인가가 고독으로 앉아 있다. 멋지게 지은 펜션도 있지만, 밭을 일구는 농부의 땀 냄새가 묻어나는 농가가 대부분이다. 마을은 강촌(江村)이라기보다 산촌(山村)이다. 이 깊고 험한 강가에서 해는 1시간쯤 늦게 뜨고 1시간쯤 빨리 진다. 하루가 빨라지고 세월은 덧없이 흐를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이라면 이곳 동강으로 와야 한다. 고성리 초입에서 12㎞를 더 가면 지장천이 합류하는 가수리다. 지장천의 물을 더한다고 해서 가수(加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데, 동강을 건너는 북대교가 소담하다. 마을 입구 언덕에는 느티나무 거목이 700년째 서 있다. 고려 말 무인지경일 때부터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지금까지 나무는 꼼짝도 않고 무표정으로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700년 동안 한 자리에…지겹지도 않을까.
병방치 300m 절벽지대
경작지가 꽤 모여 있는 귤암리를 벗어나면 잠시 허리를 폈던 강줄기는 다시 헤어핀처럼 꺾어지며 산모퉁이 뒤로 숨어버린다. 강줄기 옆으로는 높이가 300m를 넘는 거대한 절벽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절벽 위 옴폭한 안부는 1978년 동강 변에 길이 나기 전에 동강에서 정선읍내로 넘어 다니던 병방치 고개다. 지금은 유리 바닥을 깐 스카이워크와 높이 325.5m, 길이 1.1㎞로 아시아 최고, 세계 두 번째 규모라는 짚와이어가 관광객을 끈다. 병방치가 마주 보는 물길 안쪽에는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있다. 하지만 강변에서는 도저히 한반도 형태를 알아볼 길이 없다.
한반도보다는 물길에 쌓인 볼록한 풍선 모양에 가깝다. 사실 북서쪽의 광하리가 지형적으로는 더 특별하다. 그 옛날 산 뒤편의 망하마을 앞으로 흐르던 강줄기가 퇴적으로 인해 높아져 땅이 된 곡류 단절 지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매우 드문 지형이어서 그 땅 위를 걸어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병방치 절벽을 지나면 42번 국도와 만나면서 동강로는 끝난다. 동강은 정선읍내까지 10㎞ 정도 더 이어지지만 동강다운 풍경은 여기까지다. 정선읍을 지나면 물줄기는 조양강으로 바뀐다. 앞서 출발한 고성리에서 하류 방면 영월까지는 강변에 길이 없는 막다른 오지다.
약 28㎞에 이르는 이 단절 구간은 래프팅으로 3시간 이상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 길이와 경관, 지형에서 국내 최고의 래프팅 코스라는 별칭은 과장이 아니다. 동강은 깎아 세운 절벽을 곳곳에 두르고 아직도 길을 완전히 허용하지 않는 신비의 강물이다. 50리 남짓 허락된 동강로는 그래서 더욱 반갑고 소중하다.
Travel Information
여행 코스
고성리 → 가수리 → 귤암리 → 광하리 → 동강탐방안내소(광하리). 22㎞, 약 2시간 소요.
맛집
동박골식당 : 곤드레밥 전문. 정선읍 정선로 1314. Tel. 033-563-2211
회동집 : 곤드레보리밥, 콧등치기 국수 전문. 정선읍 5일장길 37-10. Tel. 033-562-2634
숙박
정선스카이펜션 : 동강로 북쪽 초입. 정선읍 이평길 27-9. Tel. 033-562-0062
정희농박오토캠핑장 : 동강로 남단 초입. 정선군 신동읍 제장길 1-38. Tel. 033-378-3838
동강전망자연휴양림 : 정선군 신동읍 동강로 916-212. Tel. 033-560-3464
일정짜기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다. 인근에 고속도로는 없지만,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38번 국도 → 신동읍 예미리 예미교차로(좌회전)를 경유하면 코스(동강로)의 남단으로 편리하게 진입할 수 있다. 서울톨게이트 기준 약 2시간 소요. 내비게이션 주소는 ‘정선군 신동읍 동강로 107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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