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안전벨트
자동차 산업은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이 함께 어우러지며 발전했다.
방향지시등이나 와이퍼 같은 간단한 장치부터 ABS, 에어백 같은 복잡한 장치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에는 수많은 안전장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안전벨트다.
안전벨트는 빠른 이동수단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었는데, 가장 먼저 탑재된 곳은 비행기 좌석 이었다. 1900년대 초반의 비행기에는 조종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전혀 없어서 곡예비행 도중 조종사가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독일의 한 비행사는 기체가 회전할 때 탑승자를 고정시킬 수 있도록 안전벨트를 생각해냈고, 1914년 가죽으로 만든 안전벨트가 비행기에 적용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안전벨트가 항공기에 기본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잡아당긴 안전벨트는 지상에서 더욱 단단하게 체결되었다. 자동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차량에도 안전벨트가 적용된 것. 특히 1930년대에는 자동차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각종 레이싱 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빠른 속도로 회전하거나 웅덩이를 지나면서 차 안의 사람이 튕겨져 나가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레이싱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안전 벨트를 만들어 장착했는데, 이것이 비공식적인 자동차 안전벨트의 기원이었다. 공식적으로는 1936년 스웨덴 볼보사의 직원이 안전을 위해 2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한 것이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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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은
머리와 가슴을 보호하면서
차에서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
머리와 가슴을 보호하는 새로운 안전벨트
2점식 안전벨트로는 생명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1950년대 무렵에는 주로 항공기에 적용되던 2점식 안전벨트가 자동차에 적용되었기 때문에 충돌 시 머리나 가슴에 충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자동차 회사들은 머리와 가슴을 보호하 면서 차에서 사람이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58년 볼보사에서는 닐스 볼린 Nils Bohlin 이라는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항공기 안전장치 전문가였던 그는 전투기의 비상탈출 좌석에서 착안하여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듬해 볼보는 자사의 자동 차에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했다. 이 안전벨트는 오늘날 안전벨트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골반과 가슴뼈를 고정시키고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성도 고려해 한손으로도 쉽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볼보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뒤 사람의 안전을 위한 기술이라며 특허 신청을 포기했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 이 기술을 무상으로 배포했다. 덕분에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에 3점식 안전벨트가 장착될 수 있었다. 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71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는 리마인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웨덴의 자동차회사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이처럼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연구를 오랜 시간 거듭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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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에어백이라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
안전은 운전자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최근 자동차에는 안전벨트를 물론 에어백까지 장착되어 앞으로 튕겨 나오는 사람이 차체에 부딪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에어백은 1953년 미국의 존 헤트릭 John Hetrick 이 발명해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당시에는 자동차 후드 밑에 압축공기를 넣어두고 차량 여러 곳에 공기주머니를 설치한뒤 충돌 시 주머니 안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잠수함의 어뢰 발사에 쓰이던 압축공기를 자동차에 적용한 것. 하지만 이 방식은 펴지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널리 확산되 지는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사업가이자 발명가인 앨런 브리드 Allen Breed 였다. 그는 에어백이 널리 보급되려면 팽창 및 전개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는 1968년 충돌 순간 압축된 질소 가스가 공기주머니를 채우는 새로운 에어백 시스템을 개발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에어백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80년대부터 각 자동차 회사들이 에어백을 적용하면서 에어백은 안전벨트와 함께 대표적인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되었다. 안전벨트와 에어백은 마치 바늘과 실처럼 함께 있어야 그 기능이 100퍼센트 발휘될 수 있다. 실제로 차량 에어백에는 ‘SRS 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데 이는 안전벨트를 ‘보조’ 한다는 의미다. 즉 아무리 좋은 에어백이라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자동차에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있지만 궁극적인 안전은 결국 운전자의 관심과 손끝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