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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속, 프랑스의 잔영이 깃들다
캐나다 퀘벡

프랑스의 잔영이 서린 캐나다 퀘벡은 고독과 사색의 땅이다. 퀘벡주의 수도 퀘벡시티에서는 오래된 성곽 너머 프랑스풍 골목이 가지런하게 담겨 있다. 재즈향 묻어나는 몬트리올이나 깊은 단풍의 산악마을인 몽 트렘블랑 역시 퀘벡주의 또 다른 가을 풍경을 만들어낸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퀘벡의 골목에서는 전해지는 향취가 낯설다. 거리에는 프랑스어가 익숙하게 흐르고, 우연히 맞닥뜨린 성당의 이름은 노트르담이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는 프랑스계 주민들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자치주의 성격이 짙다. 주도 퀘벡시티는 구시가 광장 한가운데에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흉상이 당당하게 세워져 있다. 퀘벡주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Je me souviens’(나는 잊지 못한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영국계에 의해 한때 지배당했던 프랑스계 옛 주민들은 아직도 이 말을 좌우명처럼 섬기며 살아간다.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성곽도시
퀘벡주 남단의 퀘벡시티는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도시다. 북미 유일의 성곽도시는 1600년대초 목조요새로 시작했고 지금도 시타델이라는 커다란 요새와 대포들이 성벽 외곽을 지키고 있다. 퀘벡시티는 누벨 프랑스의 터전이었고 주 의회에서는 아직도 퀘벡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장 하고 있다.
퀘벡시티의 성벽 안 골목들은 ‘어퍼타운’(윗마을)과 ‘로어타운’(아랫마을)으로 갈린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돌길, 낙엽이 내려앉은 낮은 건물들이 미로 같은 골목에 배열된 다. 퀘벡시티의 구시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옛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퀘벡시티에서는 작은 부띠크숍과 그림과 골동품이 쌓인 골목, 건물 한 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어울린다. 구도심의 명물인 프레스코화는 추위 때문에 창문을 내지 않은 텅 빈 북쪽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 퀘벡을 스쳐간 상징적인 인물들은 벽화 안에서 숨 쉬듯 실물 크기로 담겨 있다. 뜨레조르 거리의 화가들은 에스프레소 한잔, 담배 한 모금으로 또 하나의 더딘 작품이 된다. 가을비라도 내리면 돌길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낙엽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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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퀘벡시티 구시가의 해질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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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구도심의 명물인 건물 한 면을 가득채운 벽화


오래된 번화가 쁘띠 상플랭 지구

퀘벡시티에서 가장 오래된 번화가는 쁘띠 상플랭 지구다. 17세기에는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의 저택이 즐비했던 거리는 고풍스러운 상점과 다채로운 카페들이 늘어선 골목으로 변신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흉상은 번화가 끝 루알레 광장에 세워져 있다.
구시가에 고성처럼 우뚝 솟은 페르몽 르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은 퀘벡시티의 익숙한 이정표다. 누벨 프랑스 총독을 역임한 백작의 이름을 땄고 1893년에 지었으니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 다. 호텔은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르네상스풍의 호텔에 머물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수상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결정하기도 했다. 퀘벡은 프랑스 지명 같지만 캐나다 원주민 말로 ‘좁은 수로’라는 의미를 지녔다. 구도심의 성벽길은 테라스 뒤플랭이라는 나무로 된 산책길로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수로를 따라 물길이 좁아 지는 세인트로렌스강이 고즈넉하게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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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어퍼타운에는 작은 부띠크숍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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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퀘벡시티의 돌담에서는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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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루알레 광장의 프랑스 루이 14세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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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세인트로렌스강 너머 우뚝 솟은 페르몽 르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
    07. 오래된 번화가인 쁘띠 상플랭 지구

재즈 선율의 몬트리올 거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퀘벡시티가 고색창연한 모습이 완연했다면 이웃도시 몬트리올의 템포는 변칙적이다. 역사적인 석조건물과 고층빌딩, 청춘들의 유희가 뒤엉키며 유럽 여느 도심 속풍경을 연상케한다. 몬트리올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몽 루아얄 산 역시 파리의 몽마르뜨처럼 높지 않은 언덕에 도심을 바라보고 서 있다. 몽 루아얄은 도시인의 안식처이자 경계의 의미가 짙다. 산자락은 프랑스 문화권과 영어 문화권을 나누고 이태리인들의 삶터까지 닿아 있다. 몬트리올 사람들의 좌우명은 ‘주아 드 비브로’(인생을 즐겁게). 도심에는 청춘들의 발걸음을 유혹 하는 유희의 공간들이 가득하다.
몬트리올의 뒷골목과 조우하려면 플래토 몽 루아얄로 향한다. 젊은 예술가들의 거주지로도 익숙한 이곳은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첫인상부터가 뉴욕 브룩클린을 닮았 다. 외부에서 각층의 집으로 연결되는 빼곡한 문들은 이 지역 건물들만의 독특한 특색이다. 자유로운 영혼들의 아지트였던 거리는 최근에는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몬트리올에서는 음영이 뚜렷한 공간들에 주목한다. 다운타운의 뤼 생트 카트린느 거리는 뉴욕 맨하탄에 뒤지지 않는 쇼핑지대다. 고층빌딩 아래 총 길이 30km의 언더 그라운드시티는 추위가 매서운 몬트리올 삶의 한 단면이다.
몬트리올은 예술과 재즈의 도시다. 몬트리올 영화제 외에도 매년 수백만 명이 뒤섞이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재즈페스티벌의 야외 콘서트만 시내 곳곳에서 수백회 공연된다. 화려한 밤이 싫다면, 낯선 골목 모퉁이의 재즈바에 몸을 기댄 채 가을 선율에 취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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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몬트리올강과 다운타운 외곽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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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몬트리올 골목에서 만나는 거리의 악사

가을이 내려 앉는 단풍가도

몬트리올 외곽에서는 퀘벡주의 자연을 좀 더 짙게 대면한다. 몬트리올과 퀘벡시티를 잇는 고원지대 로렌시앙에 위치한 몽 트렘블랑의 단풍은 매혹적이다. 가을, 이곳과 맞닥뜨리면 호수와 세모 지붕의 집들이 담긴 풍경에 가슴이 잠시 내려앉는다.
몽 트렘블랑의 생 베르나르 광장에 앉아 변색된 거리를 지켜보거나, 호수로 연결되는 골목을 따라 예쁜 상점과 카페를 거닐어도 좋다. 마을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 펼쳐진 단풍 숲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몽 트렘블랑에는 낙엽이 지는 10월말이면 정상부터 성급하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마니아들은 단풍 길을 트레킹이나 사이클링으로 가로지른다. 단풍 루트는 세인트로렌스 강변을 따라 이어지며 나란히 늘어선 360번 도로를 물들인다. 메이플가도의 끝을 장식하는생 텐느 계곡에서는 단풍이 한결 짙게 채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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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캐나다 동부의 별미인 메이플 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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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단풍이 매혹적으로 물든 몽 트렘블랑 마을

앞 번호판 없이 달리는 자동차
캐나다 동부에서 퀘벡주 차량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 번호판이 없는 차들은 퀘벡차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퀘벡주는 불필요한 비용과 세금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주정부에서 앞 번호판을 달지 않기로 했다. 앞 번호판 없는 차들이 버젓이 도로를 질주해도 교통 경찰들이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는다.
캐나다 차들은 대낮에도 훤하게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시동을 켜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도록 법적으로 조치를 취한 까닭이다. 안전을 위한 장치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캐나다로 수입되는 차들은 영하 40도를 견디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캐나다 동부의 경우 겨울이 워낙 춥기 때문에 이러한 내구성은 필수요 소다. 간혹 자동차 하단에 전깃줄이 연결돼 있고 주차장에도 전기줄이 비치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겨울에 엔진의 동파방지를 위한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특이한 것은 유럽의 도로와 달리 톨게이트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무료도로로 톨게이트를 없애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동부에 있는 일부 유료도로에도 톨게 이트 대신 고속도로 진출입때 카메라로 촬영해 추후에 요금을 통지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퀘벡시티, 몬트리올 등 도심에서는 친환경적 노력도 발견된다. 퀘벡시 티에서는 무료순환관광버스가 커다란 ‘e’마크를 달고 전기를 동력으로 구시가를 오간다. 몬트리올에서는 자전거와 택시를 결합한 ‘바이클 택시’가 활성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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