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당당하기(안전운전의 시작)
풀 자루를 진 당나귀
글. 신기주 교수(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일러스트. 백지현
풀 자루를 짊어진 당나귀가 길에서 돈주머니를 지고 가는 당나귀를 만나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돈주머니를 지고 당나귀는 풀 자루를 진 당나귀를 보며 무척 잘난 체하였습니다. 그렇게 잘난 체하며 앞서가던 당나귀가 산길에 접어들더니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이때 산속에서 도둑떼가 나타나 돈주머니만 빼앗아 달아나버렸습니다.
이솝이 길가에 쓰러진 화물차 한대를 발견하였다. 앞서가던 자동차를 추돌하지 않기 위해 급하게 피하다 사고가 난 것 같았다. 사고차량은 외제차를 운반하는 화물차량인데 자동차가 실려 있지는 않았다. 이솝은 “만약 저 차량에 외제차가몇 대 실려 있었다면 더 주의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량에 타고 있는 가족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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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체가 소중한 가치고급 외제차를 싣고 운전할 때와 빈 차량으로 운전할 때 운전자의 주의 정도가 달라진다면 자신의 소중함을 망각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간혹 명예나 권력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명의 가치를 대신할 것은 없다. 즉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자기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엄청난 명예와 부를 거머쥔 사람이 못났다고 여긴 자식이 사고로 사망하자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난 예가 있다.
사회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죽을병에 걸리자 다 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많은 재물이나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권력의 최고정점을 누리던 진시황도 영원히 사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 무엇도 생명이라는 자체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풀 자루를 진당나귀 그 자체가 소중한 존재이듯 사람 그 자체가 금은보화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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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위험과 통제력 과신미국의 엔지니어 c. 스타는 1960년대부터 위험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사람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가 ‘자발성 自發性 ’과 ‘비자발성 非自發性 ’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높은 절벽을 오르고, 하늘에서 낙하산 하나를 믿고 뛰어내리는 사람은 스스로 자초하는 행동이므로 그 위험성을 작게 느낀다. 반면 전쟁이나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비자발적인 위험은 더 심각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내리는 위험한 행동은 과소평가하고 타인이 행하는 행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도로에서 앞차 뒤를 바짝 따라가는 차량을 생각해보자. 이런 행동은 자신의 자발적 선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차와 아무리 가까워도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발성에 의한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사고위험요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통제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자발적 위험을 쉽게 자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돈주머니를 멘 당나귀는 그 돈주머니 때문에 우쭐해하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운전자는 그 자신감만 믿고 우쭐해져 실재 위험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당나귀는 도둑들이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 넘어지고 화물차운전자는 앞차의 급제동에 놀라 자동차를 넘어뜨리고 있다.
비자발적 unintended consequences 위험은 도로 곳곳에 존재한다길에 놓인 덫은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위험이다. 잘 주행하던 앞차가 급제동하는 것 역시 앞차 운전자의 행동에 의한 화물차운전자에게는 비자발적 위험이다. 사회라는 테두리안에서 통제할 수 없는 비자발적 위험은 어쩌다 만나는 위험이 아니다. 우리는 비자발적 위험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을 만난다. 이런 대상들이 만들어내는 위험과 더불어 앞차를 바짝 뒤따르는 자신의 행동은 위험을 더 키우는 조건이다. 사례 속에서도 화물차는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지 않고 운행을 했을 것이다. 앞서가는 차량을 가까이 두는 것은 자발적인 행동이며 운전자는 그 상황 정도는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앞차 가까이 접근하는 내 선택에 가장 위협이 되는 상황은 비자발적인 앞차의 급제동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한 위험은 도로 곳곳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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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위험도 통제할 수 있다?c. 스타에 의하면 앞차의 급제동은 뒤따라가는 차량의 입장에서 비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운전자는 앞차의 뒤를 바짝 뒤따르는 행위를 반복한다.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도 사고를 유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속도에 따른 자동차의 제동성능이나 달리는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해당한다. 혹시라도 절대 앞차는 급제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의한 것이라면 앞차의 운행을 내가 결정할 수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자발적인 안전, 앞차 안전하게 따라가기비자발적 위험을 대비하고 안전운전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적당히 먼 거리까지 살펴라. 운전자가 시선을 멀리 둔다면 여유롭게 방향을 바꾸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 위험에 대비하기 쉬워진다.
두 번째는 앞서가는 차량과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무게중심이 높은 차량일 수록 조급하게 방향을 전환하려는 경우 차량이 넘어지는 원인이 되므로 넉넉하게 공간을 확보하고 운행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앞차의 급제동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한눈을 팔지 않는 것이다. 급제동하는 이유는 항상 있어왔지만 추돌하는 차량은 사고 후에야 그이유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