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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달콤한 포도를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 보호)
여우와 포도

글. 신기주 교수(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일러스트. 백지현

허기를 느낀 여우가 달콤한 포도 냄새를 맡게 되었습니다. 냄새를 쫓아 포도나무에 도착한 여우는 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향해 제자리에서 뛰어봤지만, 포도까지 닿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번 제자리 뛰던 여우가 숨이 찬 목소리로 “저렇게 엄청 신 포도는 먹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고 휙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솝은 동료와 함께 출장 중 어린이 통학버스 뒤를 따르게 되었다.
제한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조심스럽게 운행하고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심지어 아이들을 하차시키기 위해 정차를 하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솝은 약속 시간에 민감해진 상황이라 중앙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마음과 달리 잠시 후 어린이 통학버스를 따라 출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좌측차로로 빠르게 진행해 이솝의 차량과 어린이 통학버스를 지나쳐 가는 것이었다. 이솝이 보기에 위험해 보였지만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동료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워낙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가니까 저러는 거야”라며 투덜거렸다.
달콤한 포도 포기하기, 자기합리화
여우가 포도를 좋아한다는 말도, 높이뛰기를 잘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너무 허기진 여우에게 포도는 주식(主食)이라기보다 간식에 가깝다. 즉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먹어보려고 제자리에서 몇 번뛰어보기는 했다. 눈앞에 보이는 잘 익은 포도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포도의 향이 달콤했기 때문이다. 결국 눈에 보이는 포도를 ‘신맛 나는 포도’라 탓하며 자리를 떠난다. 여우의 혼잣말과 달리 우리는 검붉게 잘 익은 포도가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다. 이렇게 다디단 포도를 여우가 먹을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포도가 좀 높은 곳에 있구나”라고 상황을 인정했다면 분명 자신의 부족한 높이뛰기를 대신할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달콤한 포도를 신맛 나는 포도로 둔갑시키는 상황이 여우의 ‘자기합리화’이다. 부족한 높이뛰기는 여우의 현실이고 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여우의 ‘자기 합리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기합리화, 내 위반은 오로지 네 탓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 데 노력을 안 해서요’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기합리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참고로 한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키우는 개조차도 다른 개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자기합리화가 가져다주는 문제로는 첫째, 현실을 왜곡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여우의 경우는 신 포도로 규정해버림으로써 다른 여우들과 협력 또는 사다리를 이용하는 선택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높이뛰기를 보충할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면 여름마다 달콤한 포도가 여우의 맛 난 간식이 되었을 것이다. 여우에게 포도와 달리 우리에게 어린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현실을 왜곡하는 자기합리화를 더욱 지양해야 한다.
둘째, 자기합리화로 인한 문제는 편향된 사실을 보편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데 있다. 즉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아닌 원인에 집중함으로서 잘못된 행동을 보편화하는 경우이다. 사례에서 중앙선을 넘어 위험한 앞지르기를 하는 차량이 아닌 ‘그럴 만한 원인 즉 느리게 가는 차량’을 부각함으로써 편향된 사실을 보편화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느리게 가는 자동차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위험한 행동을 보편화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결국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의 정상적인 운행을 ‘배려 없는 운행’으로 둔갑시켜 놓는다.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버스의 특별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어린이가 타고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특별히 보호해주어야 한다.
자기합리화, 어린이를 위험하게 한다.
여우에게 ‘신포도’, 운전자에게 어린이 통학버스의 ‘느린 운행’은 자기합리화의 표현이다. 달콤한 포도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여우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질것 같다. 그러나 여우는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도 포도를 먹지 못할 것이다. 자기합리화를 한 여우에게 포도는 행복의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행복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우리에게 축복이자 행복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안전한 어린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례처럼 어린이 통학버스 앞지르기는 차량에 탑승한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한 행동은 분명 아니다. 다만 어떤 운전자도 자신이 단속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듯 자신이 어린이를 위험하게 하는 운전자라고 여기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어린이 통학버스를 무리하게 앞지르는 행위가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기합리화는 여우로 하여금 ‘신맛 나는 과일’을, 운전자로 하여금 ‘위반의 원인’을 만들어 놓았다. 여우는 오늘 먹지 못한 신 포도를 내일도 쳐다보지 않을 것이며, 중앙선을 넘어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 보호를 하지 않는 운전자는 내일도 위험한 앞지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통학버스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넘어 사고위험에 지속해서 노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로에서 위반은 교통사고의 필요조건으로 확실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통학버스가 위험해진다면 결국 어린이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의미이다. 현실을 왜곡하는 자기합리화는 위험한 행동을 반복시키고 결국 사고 가능성도 높이는 원인이 된다. 그 위험에 어린이통학차의 안전, 즉 어린이 보호는 어려워진다. 모든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 보호 규정을 진지하게 준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어린이 통학버스 특별 보호)

    모든 운전자는 어린이를 태우고 운행하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앞지르기하면 안 됩니 다. 더불어 어린이 통학버스가 어린이를 승하차하는 경우 그 옆 차로를 운행하는 차량은 모두 일시정지하고 안전을 확인하면서 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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