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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에서 ‘증강휴먼’으로

글. 이아름(자유기고가) / 사진. 윤상영
Why not? 새로운 조합이 만든 새로운 결과
벽을 두드려 블라인드를 열고, 공중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 TV를 켠다. 마법을 부리는 듯한 이 상황은 ‘현실’에 ‘가상현실(VR)’을 결합해 만든 것이다. 시·공간의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것은 센서가 탑재된 TV 등의 컴퓨팅 디바이스다.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컴퓨팅 기술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 환경 즉,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가상현실’과 컴퓨팅 기술을 현실로 이어내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우운택 교수는 이 두 기술을 엮어 ‘유비쿼터스 가상현실(Ubiquitous Virtual Reality:UVR)’이라 이름 짓고, 2001년부터 국내에서 첫 연구를 시작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주장한 마크 와이저 박사는 이 두 기술이 반대의 개념이라고 설명했지요. 공학적으로 접근할 경우 반대되는 기술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함께 사용하고 싶은 기술입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하잖아요. 저희 증강휴먼연구센터 연구팀은 UVR을 ‘개개인에게 반응하는 눈치 빠른 증강현실’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저희의 연구 목표이기도 하고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그’ 기술
이들이 연구하는 UVR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여타 기술보다 ‘사용자의 유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의 소속인 ‘문화기술대학원’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문화가 되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 기술보다는 사람에게 중점을 두어 조사하고, 연구하며, 예측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기술을 바라봅니다. 공학자들은 문제가 주어지면 우선 방법을 고민하지요.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자칫 사람보다 기술을 중요하게 여기고는해요. 사람이 하는 일은 비교적 경제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니까요. 반면, 저희는 연구하는 것의 가치가 무엇인지, 왜 이걸 연구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합니다. 현재와 미래의 기술을 이용하면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확해지거든요.”
연구팀이 올해 만든 ‘케이컬쳐 타임머신(K-Culture Time Machine)’은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물 중 하나로, 스마트 관광 지원을 위한 증강 및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이다. 창덕궁 내부를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나 비디오로 가상체험을 할 수 있으며, 손실된 공간도 3D모델로 복원해 볼 수 있다. VR 기기에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시공간을 넘는 원격 체험도 가능하다. “야외에서는 햇빛 때문에 선명한 화면을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지지지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이 그 개발 속도를 온전히 따라갈 수 없어요. 아직 과도기라고 볼 수 있지요.”
스마트폰과 구글 글라스 그리고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이 정도로 바꿀지 몰랐을 거에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메이저 IT업계에서는 또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글 글라스(Google Glass)가 그중 하나예요. 지금은 새 플랫폼 그리고 안경에 대한 진입장벽이 커 부진을 겪고 있지만,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디지털카메라가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듯이요.” 특히 구글 글라스로 대표되는 안경은 스마트폰을 이을 다음 타자로 보인다. 의사, 항공기 및 자동차의 정비공, 군인 등 보호용 안경과 모자를 쓰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시선에 따라 주요한 정보와 상황이 보여지면 작업 능률은 2배 이상, 오차는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과 해결책까지 내어놓는 컴퓨터가 사람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음성 인식, 홍채 인식 등으로 컴퓨터와 내가 가진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도 있다. 기술을 통해 사람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증강휴먼’이다.
사람의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연구팀의 모토인 ‘개개인에게 반응하는 눈치 빠른 증강현실’과 일맥상통한다.
정보와 경험을 선물하다, 자율주행자동차
특히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과 함께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은 ‘자동차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증강휴먼과 매우 비슷한 개념이다. 위험한 상황을 미리 인지해 대응하고, 운전자의 취향을 파악해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탑승자가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으니 창문을 모니터 삼아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자동차는 기계장치에서 출발해 전자장치로 발전했고, 최근 소프트웨어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콘텐츠이자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저장한 영상을 이용해 내가 움직였던 길을 다른 사람과 다시 체험할 수도 있을 거고요.”
우운택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한 증강현실 기술이 ‘정보 민주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기술을 누리지 못했던 사람 역시 쉽게 기술을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체적, 물리적 어려움이 있는 누구나 정보를 소비하고 경험을 늘릴 수 있는 삶. 우운택 교수는 미래의 기술 환경을 고민하고 상상하는 게 즐겁다. “계속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 현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재밌어요. 제게 연구란 숙제지요. 도구와 소프트웨어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늘어나요. 끝이 없는 숙제가 있다는 것, 꽤 즐거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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